노동계 "노조 미가입자 90%…대부분 노동절 인정 못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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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고탑위 사람들 |
(서울=포커스뉴스) # "내일모레가 근로자의 날이라고요? 그냥 일요일인 줄 알았는데, 알았다고 뭐 달라지는 거 있겠어요."
택시기사 김인석(61)씨는 근로자의 날에도 근무하느냐는 질문에 시큰둥하게 답했다. 화물차, 고속버스를 포함해 운전 경력만 25년이 넘었다는 김씨는 일요일인 5월1일에도 오전 4시부터 12시간 동안 근무할 예정이다.
그는 "우리 같은 운전사들은 남들 쉴 때 같이 쉬는 걸 바라는 자체가 욕심"이라며 "굳이 근로자의 날이어서가 아니라 그래도 일요일이니까 평일보다 더 일당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조모(31)씨도 5월1일 출근한다.
반도체부품 생산업체인 그의 회사는 납품물량을 맞추기 위해 주말에도, 해마다 근로자의 날에도 일정을 짜 평소처럼 근무하고 있다.
주말에는 비슷한 직종의 대기업도 같은 체제지만 근로자의 날만큼은 달랐다. 대기업 근로자 대부분은 이날만큼은 당당하게 쉬고 여가를 즐긴다는 것이다.
조씨는 "이번 근로자의 날은 매번 돌아오는 일요일과 겹쳐서 다른 회사 눈치 볼 일은 없어졌다"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이내 "근로자의 날은 평범한 일요일이 아니라 말 그대로 근로자를 위한 날인데 회사가 근로자들을 존중하고 있다는 어떠한 것도 느끼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고 하소연했다.
◆ 노동법상 유일한 법정휴일…그마저도 유명무실
1890년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세계 노동자들이 연대의식을 다지려 규정한 근로자의 날(노동절). 5월1일은 근로자의 날 126주년이다.
국내에서는 1994년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서 이 날이 유급 휴일로 인정됐다. 일요일(주휴일)을 제외하고는 노동 관련법이 인정하는 유일한 유급 휴일인 셈이다.
이 날만큼은 쉬어도 임금 100%를 받을 수 있으며, 만약 출근하게 되더라도 평소 임금의 150%(5인 이상 사업장)를 받게 된다.
그러나 근로자의 날에 휴식은커녕 아예 평일처럼 임금을 매기는 사례가 상당하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인크루트가 각각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4년 직장인 826명 중 약 40%가 근로자의 날에 '유급 휴가를 받지 않는다'고 답했다. 평일처럼 근무했다는 말이다. 대다수는 이날 별도로 보상받은 것도 없었다고 했다.
2015년에는 직장인 1129명의 약 25%가 같은 답변을 했다. 출근한 이들은 10명 중 8명꼴로 회사의 눈 밖에 날까봐 휴일 근로수당 및 별도 보상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노동계에서는 올해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현재 양대노총(한국노총‧민주노총)에 가입된 기업 노동자들 약 90%는 노동절에 유급휴가를 받고 있지만, 노동조합이 없는 기업이 전체의 90%"라며 "이 기업들의 노동자들은 대부분 근로자의 날이 평일과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정규직도 쩔쩔매는데, 우리가 어쩌겠어요"
택배, 청소, 대리운전, 보험 등 고용을 보장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630만명에게 근로자의 날은 '그림의 떡'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근로형태별 노동조합가입비율'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률은 2.8% 수준이었다. 특히 아르바이트 등 시간제 노동자의 경우에는 0.5%에 불과했다.
거의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법정 근로시간과 최저임금조차 큰 목소리로 요구할 수 있는 창구가 없는 셈이다.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근무하는 청소노동자 A(60‧여)씨는 "서울 여러 군데서 청소 일을 하며 자식들을 다 키웠지만 예나 지금이나 근로자의 날이라고 뭔가를 해본 적은 없다. 다른 대학은 청소용역을 내쫓으려 한다는데…"라고 말 끝을 흐렸다.
주말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모(27·여)씨 역시 "시급에 맞춰 제대로 월급을 계산해주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도 몰랐는데 사장님은 (5월1일이) 근로자의 날인걸 알고 있을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근로자의 날처럼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임에도 소외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비정규직 풍토에 대해 경고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노조라도 있어야 노동조건이 개선되는데 비정규직은 방치되고만 있다"며 "양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질적인 문제도 고려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노동절에 회사와 노동자가 합의하면 자발적으로 근무할 수 있어 강제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이마저도 4인 이하 사업장에는 해당이 안 되고 있는데,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김유근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맥도날드본사 앞에서 알바노조 조합원이 '45초 햄버거, 17분 30초 배달제 폐지' 등 10대 안건을 들고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6.02.29 오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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