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공약 내걸었지만 참패한 새누리당…야당 협조 절실<br />
김종인 "양적완화, 과거 IMF 불러와"…더민주, '돈 풀기'에 결사 반대<br />
국민의당 "양적완화? 비상상황서 필요…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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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념사하는 朴 대통령 |
(서울=포커스뉴스) 경제용어 '양적완화'가 최근 경제계를 넘어 정치권까지 진출했다. 특
히 양적완화 앞에 '한국판'이 붙으며 '중앙은행이 통화를 시장에 직접 공급해 신용경색을 해소하고 경기를 부양시키는 통화정책'이란 기존의 의미와 달라졌다.
'한국판 양적완화'는 기업구조조정이나 가계부채 구조개선을 위해 한국은행이 새로 돈을 발행해 산업금융채권이나 주택담보대출증권을 사들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쉽게 말해,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기업구조조정의 재원을 마련하자는 것.
당초 '한국판 양적완화'는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총선 승리를 위해 꺼내든 공약이었다. 총선 전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양적완화가 오히려 선거가 끝난 후 정치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모습이다.
◆선거 후 언급 빈도 높아진 '한국판 양적완화'…배경엔 박 대통령
'한국판 양적완화'가 정치권 핫이슈로 급부상한 데에는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크게 한 몫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6일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우리가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된다는 입장"이라며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추진되도록 힘을 쓰겠다"고 밝혔다.
이틀 뒤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박 대통령은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실을 신속하게 처리하면서 구조조정을 차질 없이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구조조정을 집도하는 국책은행의 지원여력을 선제적으로 확충해놓을 필요가 있다"며 "정부와 관계기관이 긴밀하게 협의해 최적의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재차 주문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한국판 양적완화'를 사이에 두고 팽팽하게 대립을 이어가고 있을 뿐 일치된 결론에 다다르지 못하고 있다.
가장 먼저 이슈를 꺼내들었던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패배해 추진 동력을 잃었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한국판 양적완화'가 현 대한민국의 상황에 맞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
특히 국민의당은 박근혜정부가 경제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를 한 뒤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당분간 '제대로 된 논의'가 시작되긴 어려워 보인다.
◆총선 공약 내걸었지만 참패한 새누리당…야당 협조 절실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강봉균 전 장관은 지난 3월 자신이 처음 제기한 '한국판 양적완화'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역설했다.
당시 국내 여론은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1.5%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적완화를 통해 시중에 돈을 푸는 건 이르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강 전 장관은 "기준금리가 꼭 제로로 가야만 양적완화를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같은 곳도 거의 동시에 진행했고 우리보다 기준금리가 높은 중국도 양적완화를 하고 있다"며 지금이 한국판 양적완화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또 "돈을 그냥 뿌리고 구조조정을 하는 나라들은 그 효과가 별로 크지 않지만 구조조정을 대대적으로 해 기업의 구조를 바꾸면서 돈을 주는 건 효과가 바로 난다"며 구조조정을 전제로 하는 양적완화의 장점을 설명했다.
당시 강 전 장관은 일각에서 '한국판 양적완화가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안 맞는 얘기"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이나 일본, EU의 중앙은행들은 독립성이 없어 그런 걸 했겠느냐"며 "우리나라도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상당히 지켜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강 전 장관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한국판 양적완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보이자 "김종인 대표는 IMF 외환위기의 맥락을 전혀 공부하지 않은 분"이라고 발끈하기도 했다.
강 전 장관은 "왜 그 때 외환위기가 왔고 어떻게 그 위기를 수습했는지에 대해 전혀 모르는 말씀"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 "그때 IMF 위기를 불러온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동반부실은 대기업들이 갖고 있는 부실기업을 정리하지 않았는데도 돈을 빌려줬기 때문"이라며 "위기가 발생한 이후 더 이익을 많이 내고 장래성 있는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금융과 기업구조조정을 동시에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외환위기가 수습이 돼서 아주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도 2년 만에 회복되는 성과를 거뒀던 것"이라며 양적완화를 반대하는 김 대표의 주장에 반박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내에도 '한국판 양적완화'의 추진이 불투명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출신으로 '여당내 경제통'으로 불리는 이혜훈 당선인은 최근 한 라디오에 출연해 "한국판 양적완화는 실행이 불가능하게 돼버렸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 당선인은 "한국판 양적완화를 실행하려면 국회에서 한국은행법을 개정해야 됐다. 그런데 야당이 한국판 양적완화에 좀 부정적이었다"며 "저희(새누리당)가 1당을 놓친 상황이지 않나. 과반도 안되고. (그래서) 야당이 협조를 안 하면 한국은행법 개정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한국판 양적완화' 실행이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김종인 "양적완화, 과거 IMF 불러와"…더민주, '돈 풀기'에 결사 반대
하지만 '양적완화'에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의 기조는 확고하다.
당의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는 김종인 대표가 "양적 완화가 과거 외환위기(IMF)를 불러왔다"고 주장하며, 반대 의견을 굳건히 지켜왔기 때문.
김 대표는 새누리당이 4·13 총선 공약으로 '한국판 양적완화'를 내놓자 "새누리당 정권이 IMF를 가져온 장본인"이라고 지적하며 "IMF 발생 원인이 1993년 새로 출범한, 새누리당의 전신 민자당이 경제활성화라는 미명 아래 지나치게 돈을 풀어서 재벌이 과잉 부채, 과잉 투자, 과잉 시설을 낳게 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강도 높은 발언에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김종인 대표는 IMF에 대해 전혀 공부 안 하는 사람"이라고 맞받아치면서, 양당 경제 수장들 사이 한 차례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에도 김 대표는 "양적완화를 통한 성장 활성화는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경고하고 있다"며 양적완화에 대한 반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말로는 구라파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 있다지만, 근본적으로 양적완화를 시행하는 이탈리아, 스페인 등 구라파 국가의 부채가 과중돼 국가 자체가 부도날 우려가 있다. 부도날 경우 구라파 공동 단체가 무너질 위험성을 보인다"고 자신의 주장에 근거를 보탰다.
이번 총선에서 4선의 고지에 오른 더민주의 '경제통' 김진표 전 재정경제부 장관도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해 "(결국)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서 대기업을 도와주는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추가했다.
김 의원은 "재벌기업들의 부실을 신속히 구조조정하고 해결할 필요는 있지만, 그것을 빌미로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서 무제한 양적완화를 하는 그 돈을 대재벌 기업, 쓰러져가는 그 부실기업을 연명하고 지원하는 데 쓴다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라며 "부실기업은 금융의 냉정한 논리에 따라서 정리할 것은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국은행이 새로 돈을 발행해 산업금융채권을 직접 사들이는 방식에 대해 "통상 부실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통해 부실기업을 연명해 나가겠다는 것이면 그것은 시대착오적인 잘못된 정책 발상"이라며 "부실이 있으면 정리할 건 정리하고 그리고 경쟁력 있는 새로운 산업을 일궈내야 하고 그런 산업을 지원하는 정책에 돈을 써야한다"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더불어 양적완화에 대해 "알맹이가 없는, 국민을 불안케 하는 무책임한 정책"이라고 평가하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여당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적도 함께다.
김종인 대표의 영입1호 인사이자 한화투자증권 사장이었던 '경제통' 주진형 전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은 "대통령까지 되시는 분이 (양적완화 주장의) 말씀을 하실 거면 좀 구체적으로 무엇을·언제·얼마나·어떻게 해야 되느냐를 얘기하셔야지 계속 이렇게 제목만 갖고 변죽을 울리는 것은 사람들의 궁금증이나 불안감만 만드는 것 아닌가"라며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주 전 부실장은 "사실 양적완화라는 말의 원조는 일본이다. 일본이 2000년대 초반에 한 번 했고, 한 3년을 하다가 안 되니까 관뒀다"면서 "그러다 3년 전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재정정책 확장과 구조개혁 두 가지를 더 붙여서 통화정책을 하자 했었는데, 그것도 역시 지금 해결이 잘 안 났다"고 일본의 실패 사례를 들기도 했다.
그는 또 '한국판 양적완화'라는 표현에 대해 "한국적이라는 말을 붙이는 순간, 모든 것을 의심한다고 본다. 뭔가 변칙적으로 하자는 말처럼 들린다"며 반감을 드러냈다.
◆국민의당 "양적완화? 비상상황서 필요…정부, 경제 실책 사과부터"
제 20대 국회에서 '캐스팅 보터' 역할을 하게 된 국민의당도 양적완화에 반대하긴 매한가지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양적완화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너나 할 것 없이 보태며, 당의 뜻을 하나로 모았다. 경제 실정에 대한 정부의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 자리에서 안철수 공동대표는 "(양적완화는) 경제가 심각한 상황이며 비전통적 정책이 효과가 없을 때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양적완화를 고려할 정도라면 대한민국 경제가 비상상황이며 지금까지 정책은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행에서 돈을 찍어내는 것은 당장 정부의 재정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여서 정부의 성적표는 좋게 보일지 모르지만 결국은 전 국민에게 골고루 부담을 지우는 일"이라고 비판한 뒤 "이런 식의 해법 제시는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통보"라고 지적했다.
천정배 공동대표도 "이런 수단을 이야기하기 전에 박 대통령과 정부는 경제정책 운용 실패로 책임을 지게 된 데 대해 국민들께 먼저 사죄해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의 책임감 있는 행동을 주문했다.
또한 "(양적완화 정책은) 부실 대기업들 입장에선 정부 관료들만 잘 관리하면 기업위기가 오더라도 선별적 양적완화 혜택 받을 수 있을거란 기대를 갖게 한다"면서 "양적완화 통한 구조조정은 그 비용을 고스란히 후세대에게 부담시키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장병완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점엔 공감한다"면서도 "한국은행 출자 지원에 대해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장 의장은 "한국은행 발권력을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동원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회피를 위한 무책임한 방안이고 최후의 수단이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박주현 최고위원 역시 "공적자금의 재원이 예산에서 나오든, 별도 자금으로 하든, 돈을 새로 찍든 그 돈이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며 "정직하게 예산을 통해서 필요한 만큼 증세를 통해서 해결하는 게 맞고 그 밖의 다른 방법은 후세대 빚이 안 늘어나는 것처럼 통계를 관리하는 꼼수"라고 비판했다.<사진출처=픽사베이>(서울=포커스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1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국가보훈처> 2016.03.25 포커스포토 강봉균(가운데) 새누리당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첫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20대 총선 경제정책 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2016.03.29 박철중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비대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16.04.27 박동욱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6.04.29 김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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