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뷰]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조성희 월드: 하드보일드 이제훈

편집부 / 2016-04-27 17:45:00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한국판 하드보일드 히어로의 탄생<br />
배경·촬영·편집…놀이동산 같은 볼거리 충만

(서울=포커스뉴스) 놀이동산에 있는 듯하다. 장면이 바뀌면, 놀이기구를 바꿔 타는 느낌이다. 훅하고 올라갔다가, 뚝 떨어지기도 한다.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 상영 중인 객석에서의 단상이다.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은 제목 그대로 홍길동(이제훈 분)의 이야기다. 홍길동은 활빈 재단의 황 회장(고아라 분)이 비밀리에 운영하는 불법 흥신소 활빈당의 사립 탐정이다.

그는 음지에서, 사회 암적인 존재들을 처리(?)한다. 하지만 영화는 홍길동의 영웅담을 쫓지 않는다. 되려, 홍길동의 결핍을 쫓는다. 홍길동은 20년 만에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원수 김병덕(박근형 분)의 실체에 가까워지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홍길동 캐릭터다. 고전으로 널리 알려진 홍길동전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지만, 전형적인 영웅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없다. 영화 속에서 홍길동이 등장해 남긴 첫 마디는 "귀찮아, 귀찮아, 너무 귀찮아. 귀찮아서 죽을 수도 있을까"다. 참, 정의감도, 야망도, 열정도 없다.

하지만, 그런 결핍 덕분에 홍길동은 관객에게 한 발 가까운 인물이 됐다. 홍길동은 사회 정의 구현을 위해 우락부락한 근육에 화려한 슈트로 무장하는 대신 뭐가 쓰여 있는지 모를 명함을 빙글빙글 돌리며 거짓말로 자신을 감춘다. 그는 어린 시절 사고로 좌측 해마가 손상돼 8세 이전의 기억과 감정 인지 능력이 없다. 냉철하고 무감한 태도의 하드보일드 스타일로 말할 수 있다.


실제로 홍길동은 함께 다니는 김병덕의 어린 손녀들에게도 정을 주지 않는다. 그런데 그것이 멋지고 쿨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대신 8세 눈높이 그대로 툭탁거리며 싸운다. 8살 여자아이와 진심으로 싸우는 히어로, 극장에 큰 웃음이 터지게 하는 이유다.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을 눈여겨볼 또 다른 이유는 언제인지 알 수 없는 시대 배경이다. 사실 영화는 프랭크 밀러 감독의 영화 '씬 시티'를 연상하게 할 정도로 그래픽적인 요소가 강하다. 영화의 건물 유리창만이 두드러진 도시 전경이나 싸움의 배경이 되는 강성일(김성균 분)의 아파트, 명월리 마을의 곳곳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캐릭터의 성격을 고스란히 닮은 배경의 전환은 마치, 놀이기구를 바꿔 타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를 연출한 조성희 감독은 "8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 구현된 영상은 당시 시대상과 거리가 있다. '이런 장소나 시간이 정말 존재했을까?'라는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판타지적인 배경 속에서 화면은 다채롭게 전개된다. 카메라는 인물의 이동 속도에 맞추다가도, 갑자기 빠르게 건물 옥상까지 올라가거나, 느린 동작으로 부서진 파편들을 강조하기도 한다. 화면 전환과 구성도 다채롭다.

인물이 중심 화면의 주를 이루지만, 특정 장면에서 인물과 급격히 멀어져 전경이 드러나거나, 인물을 과감하게 실루엣으로만 보여주는 등 영화가 상영되는 125분 내내 관객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의 메가폰은 '늑대소년'(2012년)을 연출한 조성희 감독이 잡았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판타지적인 그만의 한국형 하드보일드 히어로를 만들어냈다.

스토리 뿐만 아니라 비주얼적인 부분과 영화의 구성 면에서 관객에게 놀이동산을 즐기는 것 같은 '조성희 월드'를 구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역시 작품에 대해 "새로운 볼거리로 무장한 영화"라고 표현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조성희 월드'를 가능하게 한 것은 이제훈이다. 이제훈은 날카로운 면과 함께 유머러스한 부분을 함께 가져가며 극을 이끈다. tvN 드라마 '시그널'에서의 그를 아꼈던 시청자라면, 다시 한 번 무전기를 잡는 "홍길동님"의 탄생을 보며 반가워할 거라 자신한다.

오는 5월 4일 개봉 예정이다. 27일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보다 일주일 늦은 개봉이다. 과연 한국형 히어로 홍길동과 할리우드 히어로 캡틴 아메리카와의 맞대결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상영시간 125분.이제훈은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에서 홍길동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은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캐릭터 포스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홍길동(이제훈 분)은 김병덕(박근형 분)을 찾기 위해 그의 손녀 동이(노정의 분), 말순(김하나 분)과 동행한다. 사진은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스틸컷.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에서 홍길동 역을 맡아 열연하는 이제훈. 사진은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스틸컷.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이제훈, 김성균, 고아라, 박근형, 노정의, 김하나 등이 열연하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메인 포스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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