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터즈·인턴·알바…'청년 열정'에 가려진 노동

편집부 / 2016-04-29 16:01:23
'사회활동' 이라는 탈을 쓴 노동, 서포터즈 <br />
인턴·알바 처우 개선, 말은 많았으나…현실은?<br />
고용부·교육부, '대학생 현장실습 지침' 마련<br />
"탁상공론 안 되게 현장 목소리 들어야"
△ 서포터즈_기사_메인사진.jpg

(서울=포커스뉴스) 신입 공채 지원시 가산점·멘토링·수료증 발급…

29일 취업 및 각종 대외활동 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서포터즈(홍보대사)와 인턴 모집 글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부분이다.

모집 공지에는 해당 부분을 '활동 혜택'이라고 명시했다. 이러한 '혜택'은 과연 청년들의 노동 대가가 될 수 있을까.

서포터즈 3회, 인턴 2회 '경력자'인 취업준비생 김은석(29)씨는 "서포터즈와 인턴 활동을 하면서 최저임금만 받았어도 부모님 도움 없이 생활비는 충당했을 것"이라며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취준생 입장에서 대외활동 하나가 아쉬우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청년실업률은 12.5%.

역대 최고 취업난에 수많은 경쟁자들을 제치고 취업이라는 바늘구멍을 통과하려면 소위 말하는 '스펙'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채우기 위해 가장 많이 눈을 돌리는 각종 대외 활동에서 행해지는 '노동'을 살펴봤다.


◆ "인턴은 공식적으로 인정이라도 되지…" 인턴보다 더 한 서포터즈

홍보대사를 가리키는 서포터즈는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온·오프라인 홍보활동부터 홍보 전략 구상까지 다양한 활동을 수행한다.

활동기간은 최소 1달부터 길게는 1년에 이른다.

공식적으로나마 노동으로 인정받는 인턴과 달리 서포터즈는 학교 밖에서 사회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통로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인턴과 달리 근로계약서는 체결하지 않으며 일부 교통비 등을 포함한 활동비를 지급하는 것 이외에 일반적으로 급여도 지급되지 않는다.

완전히 노동의 영역 밖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정말 그럴까.

지방에 있는 4년제 국립대에 재학 중인 손연정(24·여)씨는 "분명 도움 되는 활동도 있지만 기업 신제품 홍보를 위해 프로젝트 팀처럼 일만 한 적도 있다"며 "일만 시킨다고 해당 기업에 따질 수도 없다. 나중에 면접관으로 만나게 될지 누가 아느냐"고 말했다.

서포터즈 모집 공고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활동 특전 또는 혜택'이라는 용어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서울에 있는 4년제 사립대에 다니고 있는 박형준(23)군은 "서포터즈를 뽑으면 해당 기업에도 분명 이익이 있는데 특전이나 혜택이라는 표현을 쓰니까 마치 시혜 받는 느낌"이라며 "이런 용어에 익숙해지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요구해야 한다는 느낌은 들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 인턴·알바… "우리 정말 노동자 맞아요?"

인턴과 아르바이트의 노동 처우 개선에 대한 논의는 사회적으로 공론화 된 바 있지만 현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지난 3월 발표된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현장실습 대학생 14만9749명 가운데 75.2%인 11만 2611명이 '열정페이'를 받았다.

이들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금전을 받는 대신 해당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 해당 기업 지원 시 가산점 또는 일부 전형 통과 등의 '대체제'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정식 직원을 고용해 시켜야 할 일을 인턴이나 알바 등 상대적으로 값싼 노동력으로 메꾸려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들도 있었다.

현재 식음료 업체 마케팅 부서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인 김솔지(26)씨는 "정확히 최저임금에 맞춰 급여를 받고 있지만 업무가 너무 많아서 교육의 목적을 포함하고 있는 인턴의 의미는 전혀 없는 것 같다"며 "이럴줄 알았으면 풀타임인 인턴은 지원하지 않았을 거다. 알바 하면서 자격증 공부라도 병행했을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알바생이라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3개월간 모 신문사에서 지면 편집 알바를 했었다는 박모(29·여)씨는 "한 정규직 선배는 '절대 금방 그만두면 안 된다. 그만두면 새로운 사람 뽑아 또 교육시켜야 한다'는 말을 매번 했는데 그럴거면 정식 직원을 고용하지 왜 아르바이트를 쓰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씨는 잦은 야근에 정기적으로 주말 근무도 해야 했지만 따로 연장근무수당이나 주휴수당 등을 챙겨 받지 못했다.



◆ 노동이든 교육이든 '할 거면 제대로…'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서포터즈나 인턴 제도 자체는 나쁘다고 볼 수 없지만 청년들에게 대외 경험을 준다는 명목으로 악용되는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서구 사회에서 발달한 인턴제도의 경우 국내에 잘못 정착됐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인턴제도를 매우 엄격히 운영하고 있다. 무급일 경우 교육의 목적임을 분명히 하고 그것을 판별하는 기준을 매우 엄격하게 적용한다"며 "만약 사업장에서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경우엔 처벌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 차원에서도 문제 해결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교육부는 지난달 대학생 현장실습 운영규정 지침을 만들고 일선 사업장과 대학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현장지도에 나섰다.

오는 6월부터는 5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조사와 단속에 착수할 예정이다.

정부 당국의 노력에 대해 김 위원장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현장의 목소리에 보다 귀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제도가 나와도 현장에 스며들지 못하고 탁상공론이 된다면 청년들의 열정을 노동의 대가와 바꿔 먹는 지금과 같은 실태는 개선될 수 없다"고 말했다.29일 각종 대학생 대외활동 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서포터즈 인턴 모집과 관련된 배너들이 게시돼 있다. <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서울=포커스뉴스)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마당에서 열린 대한민국 청년 20만+ 창조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참석자들이 한진그룹 부스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2015.10.02 박동욱 기자 (대전=포커스뉴스) 14일 오전 대전시청에서 열린 청년희망로드쇼 대전·충남권 우수기업 채용박람회에서 많은 구직자들이 방문해 구직정보를 찾고 있다. 2016.03.14 김기태 기자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WEEKLY HOT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