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 도쿄에 단골 식당 있는 불고기 마니아<br />
시진핑 주석, 해외순방마다 '양고기' 대접<br />
프란치스코 교황, 이탈리아서 피자 선물 받아
(서울=포커스뉴스) 정치인에게 '음식'은 단순히 배를 부르게 하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도자가 좋아하는 음식'은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 그래서 각국 정상들이 즐겨먹는 음식은 늘 주목받곤 한다. <포커스뉴스>는 정치적 의미가 한껏 곁들여진 외국 정상들의 밥상을 들여다봤다.
◆ '햄버거 마니아' 오바마…공식적으로는 "브로콜리 좋아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바로 햄버거. 그는 수제햄버거 가게에 들러 주문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언론에 공개된 적 있는, 자타공인 햄버거 마니아다.
햄버거는 '미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이다. 그만큼 모든 미국인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한 끼 식사메뉴다. 그런 햄버거를 국가수반인 대통령이 좋아한다는 건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대통령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서민적인' 이미지를 강조할 수 있기 때문.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설렁탕'이나 '순대국밥' 등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햄버거는 오바마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는 데 크게 기여했다. 백악관에 앉아 비싼 햄버거를 고집한 게 아니라 일반 국민들과 같은 햄버거를 사먹는 모습이 언론에 자주 노출되면서다. 사진 속 오바마 대통령은 여느 미국인과 다르지 않게 입 안 가득 크게 햄버거를 베어 물었다.
특히 오바마는 자신의 '햄버거 사랑'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한 적도 있다. 지난해 5월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에서 인기 있는 수제버거 가게인 '쉐이크 쉑(Shake Shack)'에 들러 버거를 맛보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 가게는 직원들에게 시간당 10달러 이상의 임금을 지불하고 있다"고 칭찬을 덧붙였다. 은근슬쩍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 미국 내 햄버거 가게의 시급은 평균 9달러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좋아한다고 언급한 음식은 '브로콜리'다. 여기엔 재미난 사연이 있다. 때는 2013년,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어린이 비만 방지를 위해 '레츠 무브! 건강하게 먹자' 사업을 진행하며 어린이들을 초청해 만찬을 가진 자리였다.
그때 한 어린이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좋아하는 음식을 묻자 '브로콜리'라고 답한 것. 당시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단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고 풀이했다.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한 토크쇼에서 "성경책에 손을 얹고 브로콜리를 제일 좋아한다고 맹세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이에 그는 "브로콜리를 많이 먹는다. 햄버거나 감자튀김과 잘 어울리는 음식"이라고 재치있게 답한 바 있다.
◆ '홀대 당한' 아베 총리…청와대 밖 '불고기' 오찬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국식 불고기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에 자주 찾는 단골 불고기 식당이 있을 정도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방한했을 때도 불고기를 먹었다. 이와 관련해선 웃지 못 할 일화가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한일 정상이 단둘이 만난 자리였다. 이날 회담은 오전 11시45분쯤 마무리됐으나 양국 정상은 함께 오찬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에서 배웅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이 "이제 어떻게 하시나"라고 다음 일정에 대해 묻자 아베 총리는 "밖에 한국식 불고기를 먹으러 간다"고 답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그렇습니까. 불고기를 좋아하는군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회담 후 청와대를 나서 서울 인사동의 한 한정식집에서 주한대사 및 보좌진들과 함께 오찬을 했다. 식당 측에 따르면 한우 꽃등심과 양념갈비 등이 주 메뉴였으며 아베 총리 일행은 음식을 남기지 않고 깨끗이 비웠다.
이날의 '오찬 없는' 회담을 두고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냉랭한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지만 한국이 너무 야박하게 대했다는 비판도 일부 있었다. 한 나라의 정상에게 식사조차 대접하지 않은 건 지나친 홀대라는 지적이다.
◆ 극진한 '양고기' 대접…시진핑 "감사"
그렇다면 중국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어떨까. 시 주석은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양고기를 꼽는다. 시 주석의 '양고기 사랑'이 알려지자 그의 해외순방 만찬 테이블에 늘 양고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2014년 7월 시진핑 주석이 방한했을 때의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 주석은 국빈만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시 주석이 양고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양고기를 준비했다"고 메뉴를 소개했다. 시 주석은 감사를 표했다.
지난해 9월 시진핑 주석이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에 방문했을 때도 양고기는 메인 메뉴였다.
당시 미국 백악관이 공개한 만찬 메뉴에는 콜로라도산 양고기 구이, 메인산 바닷가재, 검은 송로버섯을 곁들인 야생버섯 수프 등이 포함됐다. 특히 백악관은 시진핑 주석을 위해 말레이시아계 스타셰프 애니타 로를 불러 만찬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 "피자 먹고 싶어" 고백에 선물 받은 프란치스코
프란치스코 교황이 좋아하는 음식은 피자다. 지난해 미국 방문을 앞두고 한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이 교황과 만났을 때 대처법을 안내하며 "좋아하는 음식은 피자이고 바흐와 모차르트, 베토벤의 음악을 좋아한다"고 소개했을 정도다.
교황은 지난해 3월 선출 2주년을 맞아 가진 방송 인터뷰에서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게 밖으로 나가 피자를 사먹고 싶다"는 소박한 소원을 밝혀 화제가 됐다.
당시 그는 "하루쯤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밖에 나갈 수 있다면 내가 유일하게 하고 싶은 일은 피자를 먹으러 피자전문점에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교황은 '꿈에 그리던' 피자를 선물로 받았다.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피자 가게를 운영하는 엔조 카시알리가 해당 방송을 보고 교황에게 피자를 선물한 것. 그는 교황이 나폴리에 방문해 자동차 퍼레이드를 할 때 자신이 직접 구운 피자를 교황에게 전달했다.
해당 피자에는 '교황 성하(Il Papa)'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고 바티칸 국기를 표현한 노란 방울토마토도 얹어져 있었다. 피자를 받아든 교황은 활짝 웃으며 "고맙다"고 감사를 표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소에도 피자와 파스타를 즐겨 체중이 많이 늘었고, 이 때문에 바티칸 의료진으로부터 섭취를 줄이라는 권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은 교황에게 피자나 파스타 등 고칼로리 음식의 섭취를 주 1~2회로 줄이고 운동량을 늘리라고 조언했다.(워싱턴/미국=게티/포커스뉴스) 평소 좋아하는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2016.04.22 ⓒ게티이미지/이매진스 (워싱턴/미국=게티/포커스뉴스) 2014년 5월 워싱턴 인근 쉐이크 쉑에서 지역 근로자들, 조바이든 부통령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2016.04.22 ⓒ게티이미지/이매진스 (워싱턴/미국=게티/포커스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31일 오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를 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2016.04.01 ⓒ게티이미지/이매진스 (워싱턴/미국=신화/포커스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5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국 정상은 북핵, 사이버 공격, 경제 협력, 남중국해 분쟁 등 굵직한 현안들을 논의했다. 2015.09.26 신화/포커스뉴스 엔조 카시알리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피자를 전달하는 모습. <사진출처=YTN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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