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커스뉴스) 아모레퍼시픽 창업주 고(故) 서성환 회장의 장남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이 조세 도피처인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유령회사(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뉴스타파가 2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뉴스타파는 파나마 법률회사 모색 폰세카의 유출 문서에서 서영배 회장이 지난 2004년 9월28일 버진 아일랜드에 '워터마크 캐피탈(Watermark Capital Ltd.)'이라는 회사를 설립한 사실을 발견했다.
이 회사는 1달러짜리 주식 1주를 발행한 전형적인 페이퍼 컴퍼니로, 주주는 서영배 회장 한명이고 이사 역시 서영배 회장 한명이었다. 회사의 주소지는 버진 아일랜드의 아카라 빌딩이다. 아카라 빌딩은 이미 수천개의 페이퍼 컴퍼니가 등록돼 잘 알려진 곳이다. 앞서 뉴스타파가 보도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씨의 페이퍼 컴퍼니 역시 이곳을 주소로 하고 있다.
서영배 회장이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도록 도와준 회사는 당시 싱가폴에 있던 'ING Asia Private Bank'다.
개인이나 기업이 모색 폰세카를 통해 조세 도피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드는 과정을 보면 대체로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먼저 홍콩이나 싱가폴 등에 있는 설립 대행사는 수수료를 받고 조세도피처 회사 설립만을 대행해줘 회사 설립 목적을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고 뉴스타파는 설명했다.
그러나 은행이나 금융사가 프라이빗 뱅킹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자산을 더 확실하게 숨겨주기 위해 조세도피처에 회사를 대신 설립해주기도 하는데, 'ING Asia Private Bank'가 회사 설립을 대행해준만큼 서영배 회장의 자산을 숨기기 위한 목적으로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또 2004년부터 9년간 워터마크 캐피탈의 유일한 이사이자 주주였던 서영배 회장은 2013년 6월 'Alliance Corporate Services Ltd.'라는 곳에 이사와 주주직을 넘기고 실소유주 명단에서 사라졌다고 밝혔다. 'Alliance Corporate Services Ltd.'는 다른 수백개 페이퍼 컴퍼니의 이사와 주주로 등장하는데 2013년 당시는 국세청이 뉴스타파의 보도를 토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한 시기와 맞물린다.
뉴스타파는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한 조세도피와 재산 은닉이 사회 문제가 되자, 서영배 회장이 자신의 이름을 감추기 위해 차명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뉴스타파는 이어 서영배 회장뿐 아니라 고 서성환 회장의 막내딸 서미숙씨도 2006년 4월28일 버진 아일랜드에 'Weise International'이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서미숙씨가 조세 도피처에 회사를 설립한 이유가 불법 증여나 상속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달러짜리 주식 1주만을 발행하는 보통의 페이퍼 컴퍼니와 달리, 서미숙씨가 만든 페이퍼 컴퍼니는 주식을 4주 발행했는데 서미숙씨를 제외한 나머지 세 주주가 바로 서씨의 세 아들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98년생 김모군은, 회사 설립 당시 만 8살에 불과했는데 페이퍼 컴퍼니의 주주로 자신과 세 아들을 동시에 올렸다는 것은, 이 회사가 계좌나 자산을 소유하고 있을 경우 그 소유권이 자신과 세 아들에게 4분의 1씩 귀속된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미숙씨는 변호사를 통해 "2004년 캐나다 투자 이민을 계획했고 2006년 캐나다 HSBC에 외화 37억원을 송금했다"라며 "이 과정에서 세무서에 적법하게 신고를 했고, 자금 출처에 대한 소명도 했다"고 해명했다.파나마 검찰이 4월 12일(현지시간) 사상 최대 조세회피 문건 '파나마 페이퍼스'의 진원지 모색 폰세카를 압수 수색했다. 파나마의 파나마 시티 소재 모색 폰세카 표지판.Photo by Joe Raedle/Getty Images)ⓒ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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