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규정 없어 민사소송이 유일한 해답<br />
층간소음에 따른 살인 등 분노 범죄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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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폭행 몽타주 |
(서울=포커스뉴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층간소음에 따른 이웃 주민 간 갈등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19일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2년 8795건에 불과했던 층간소음 관련 민원이 2013년 1만8524건으로 크게 늘어난 이후 2014년 2만641건, 지난해 1만9278건 등으로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콜센터로 공동주택 층간소음으로 발생한 분쟁을 조기에 합리적으로 조정하고자 개설됐다.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의 주요 업무는 민원상담을 통해 층간소음에 따른 주민간 분쟁을 완화하거나 필요시 현장진단을 통해 갈등을 해결해주는 일이다.
그러나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 이용만으로 층간소음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다.
민원이 워낙 많다보니 현장진단을 받기도 어렵고 현장진단이 이뤄지더라도 층간소음을 유발하는 주민에게 벌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강제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관련법에 따라 공동주택 관리소, 환경분쟁조정위원회 등을 통해 층간소음에 따른 분쟁을 조정할 수도 있지만 이도 역시 상호간 대화와 협조를 요구할 뿐 층간소음 유발 주민을 강제할 수 없다.
◆ 기준치 넘지 않은 층간소음 “배상 책임 없어”
법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민사소송이다.
그러나 관계기관으로부터 인정받은 소음측정 업체에게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소음정도를 측정해야하기 때문에 이 역시 손쉬운 방법은 아니다.
또 측정이 이뤄지더라도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정한 기준보다 낮은 결과가 나오면 소송에서 이기기 어렵다.
지난해 대구지법은 대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A씨 모녀가 아래층에 사는 B씨를 상대로 “아래층 주민이 일으킨 층간소음으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니 450만원을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에 규정된 공동주택 층간소음 중 직접충격 소음은 주간 43㏈(데시벨), 야간 38㏈ 등이고 최고소음도는 주간 57㏈, 야간 52㏈ 등이다”며 “A씨 집에서 소음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그 기준을 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사는 아파트는 지어진지 25년 정도 돼 건물 노후화에 따른 소음이 심할 것으로 보인다”며 “B씨와 그 가족의 생활습관 및 관념에 비춰 수인한도(소음 피해정도를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는 소음을 일으켰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 폭행으로 번진 층간소음 분쟁
층간소음 분쟁 해결이 어렵다보니 층간소음에 따른 갈등이 주민간 폭행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1월 층간소음에 불만을 품고 이웃 주민에게 침을 뱉은 60대 남성이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은 아파트 윗집 여성에게 침을 뱉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62)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이씨는 지난해 6월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던 윗집 여성 C씨와 말다툼 도중 얼굴에 침을 뱉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재판과정에서 정당행위를 주장했지만 1·2심 모두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당행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동기·목적의 정당성, 수단·방법의 타당성 등 요건을 갖춰야 한다”며 “화가 났다는 이유로 이웃 주민에게 침을 뱉은 행위는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지난달에는 층간소음 문제로 평소 갈등관계에 있던 이웃주민을 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에게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했다.
서울고법은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던 이웃주민을 때린 혐의로 기소된 한모(57)씨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8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한씨가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들에게 각각 50만원씩 공탁하는 등 피해보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자들이 여전히 처벌을 바라고 있어 1심의 양형이 무겁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경기 구리시에 사는 한씨는 지난해 6월 술에 취해 평소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던 이웃 D씨와 이를 말리던 E씨를 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D씨는 욕을 하는 한씨의 얼굴을 밀쳤고 이에 화가 난 한씨는 주먹으로 D씨를 마구 때려 전치 6주의 부상을 입혔다.
또 싸움을 말리던 E씨는 한씨의 발에 맞아 병원에서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다.
1심은 “한씨가 피해자들과 합의를 하지 못했고 폭력범죄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점을 고려했다”며 징역 8월을 선고했다.
◆ 층간소음에 화가 났다지만 용서받지 못할 살인
주민 간 폭행 이외에도 층간소음 문제가 끔찍한 살인사건으로도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문제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층간소음 문제에 대해 항의하는 이웃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이모(49)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지난해 6월 서울 동작의 한 빌라에서 아래층에 사는 F씨 모자와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던 중 홧김에 흉기를 휘둘러 아들 G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어머니 F씨도 이씨가 휘두른 흉기에 전치 4주의 상처를 입었다.
이씨는 지난 2013년부터 층간소음 문제로 F씨 모자와 자주 다퉈왔고 2014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모두 16차례에 걸쳐 경찰에 서로를 신고하는 등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또 사건 당일 반상회에서 아들 G씨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욕을 했다는 이유로 이씨의 멱살을 붙잡고 넘어뜨린 일 때문에 이씨가 화를 참지 못하고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살인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고 이 사건으로 되돌릴 수 없는 큰 결과가 발생했다”며 “F씨는 아들을 잃은 슬픔을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피해회복을 받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씨는 흥분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 시작부터 자신의 범행을 반성하고 있고 2번의 벌금형 이외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이희정 기자 이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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