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형 서울성모병원 교수 “내노라하는 전문가도 어려운 약물인데…”
(서울=포커스뉴스) 최근 암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명 ‘암 전문 요양병원’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암 전문 요양병원이라고 소개하는 일부 요양병원에는 암 전문의도 없을 뿐더러 면역항암제를 아직 허가 되지 않은 암종에도 사용하고 있는것으로 확인됐다.
18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 개설된 요양병원 숫자가 늘어났으며 이를 이용하는 환자들도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요양병원 진료비는 2011년 대비 12.4% 증가한 4조2112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요양병원은 치매, 디스크 환자 뿐만 아니라 말기암 환자 등까지 진료범위를 넓히고 있다.
실제로 일명 ‘암 전문 요양병원’이라고 소개하는 다수의 요양병원들은 온열치료, 한방치료, 비타민C주사치료 등 보조요법 뿐만 아니라 항암제 등 전문의약품도 함께 처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일부 요양병원에서는 암 전문의가 아닌 의사가 ‘면역항암제’를 ‘허가 외 사용의약품(오프라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 의료법에서는 암환자 진료 및 치료를 하는 요양병원이 ‘암전문의’를 두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즉, 종양내과 등 암 전문의가 아니라 내과, 외과, 가정의학과 의사이더라도 암 환자에게 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부 요양병원 의사는 면역항암제를 허가받지 않은 암종에까지 사용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역항암제는 옵디보(BMS·오너약품공업), 키트루다(MSD) 등 2개 제품이 국내에 출시돼 있다. 옵디보는 흑생종과 폐암에 대해, 키트루다는 흑색종에 대해서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지만 다른 암종에까지 임의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제약 및 유통 업계 관계자는 “최근 요양병원 의사가 면역항암제를 허가 받지 않은 암종에 사용하는 사례가 있었다”며 “면역항암제가 여러 암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만큼 일부 요양병원 의사가 임의로 가족이나, 지인 등에게 처방을 내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포커스뉴스가 5개의 암전문 요양병원에 전화문의를 실시한 결과 한 병원에서는 오프라벨로 처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암전문의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강진형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면역항암제는 암환자를 많이 보는 나한테도 어려운 항암제다”며 “그런 약이 암전문의가 아닌 의사에게서 처방이 이뤄지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면역항암제는 암치료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기전상 암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 뿐 아니라 몸 전체의 면역세포의 기능을 항진시켜 면역과잉으로 인해 타 장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강 교수는 “암에 대해 항상 공부를 하는 암전문의도 면역항암제를 어려워한다”며 “아직 어떤 환자들에게 이 약을 투여해야 되는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환자 생명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환자들이 불필요한 비용까지 지출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조병철 연세의대 교수 역시 최근 열린 면역항암제 관련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기본적으로 면역 T세포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부분별하게 사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우려스러운 점은 요양병원 등과 같은 곳에서도 쓰여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 집단에서는 어떤 병원에서 투여할 것인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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