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 무능에 '무력충돌' 위기도…종교단체 나서서 진화<br />
기억교실 이전에 '잠정합의', 최종합의는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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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교실을 지켜주세요! |
(서울=포커스뉴스)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 본관 3층·4층 10개 교실에 활기가 돌았던 건 2014년 4월 15일이 마지막이었다. 250명의 온기로 가득했던 교실들은 이후 2년 동안 국화꽃 향기로 채워졌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았다. 그동안 대규모 희생에 사회적 공황이 가중되면서 각 계층 간에 수많은 대립이 있었다.
학생들이 생전에 머물렀던 '기억교실(존치교실)' 존폐 논란도 그 중 하나다.
안타깝게도 유가족·실종자가족과 재학생가족 간에 생긴 갈등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양측을 중재하고 결단해야 할 교육청의 미온적 태도는 갈등을 심화시키기도 했다.
지난 2년간 유가족·실종자가족, 재학생가족, 교육청, 단원고 등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와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를 짚어봤다.
◆ "실종자 돌아와야 진정한 졸업"…"재학생이 겪는 불안 생각해야"
30여명으로 가득했던 교실에는 겨우 7~12명의 학생들만 남았다. 참사 직후 그 누구도 교실을 비우라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교실을 정리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는 학기 말이 다가오면서 나왔다. 통상적으로 학년이 바뀌면 교실도 바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지난 2014년 12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희생학생들에게) 명예졸업장을 주는 것이 옳다"며 2016년 1월 2학년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교실을 유지하기로 했다.
당초 단원고 재학생 부모들은 "생존한 학생들과 다른 학년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과 학교 정상화를 위해 교실을 정리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교육청의 결정에 따랐다.
갈등은 올해 초 유가족·실종자가족들이 졸업을 거부하면서 심화됐다.
이들은 졸업을 거부(잠정연기)하고 지난 1월 10일 '겨울방학식'을 가졌다. 학생 4명과 교사 2명이 아직 실종상태이기 때문에 졸업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유가족·실종자가족으로 구성된 4·16가족대책위원회는 "실종자를 찾을 때까지 기억교실도 당연히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학생 학부모들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학교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단원고등학교 교육가족'은 "봄학사(5월 6일)가 끝나면 교실 리모델링을 통해 학습교실을 준비하겠다"며 폐쇄를 예고하기도 했다.
◆ 교장실·음악실 학교 밖으로…사태 키운 교육당국
교육청과 단원고의 미온적 태도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당초 희생학생들의 명예졸업식 이후 기억교실을 정리하겠다던 교육당국은 '따를 수 없다'는 유가족들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방황했다.
그러면서도 경기도교육청은 단원고에 2016학년도 신입생 303명, 12개반을 인가했다. 기억교실을 유지한 채 신입생을 수용하려면 교실이 8개나 부족한 상황이었다.
3월에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단원고는 교장실·교무실·음악실·컴퓨터실·과학실·특수교실 등 6개 교실과 고사본부실 2개 교실을 일반 교실로 바꿨다.
교장실은 본관 앞 조립건물(컨테이너), 교무실은 도서관 등으로 옮겨졌다. 과학실험은 기자재를 그때그때 옮겨 교실에서 했고 음악수업은 지하 시청각실에서 진행했다.
학부모들은 교육당국의 직무유기가 부른 또다른 참사라고 했다.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해나갈 '소통창구'가 없었다는 것이다.
신입생 학부모 조모(41·여)씨는 "지난해 8월부터 교육청에 전화해 우리 아이가 단원고에 입학할 수 있는지 물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장학사와 도교육청 관계자들은 해결 중이라고만 했다"고 지적했다.
고 박수현군의 아버지 박종대씨는 "이러한 일이 일어날 거라고 예상했을 텐데 뒤늦게 해결하려는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 종교단체 나서서 간신히 '잠정합의'…최종은 '잠정연기'
기억교실 존폐 갈등을 두고 유가족·실종자가족 측과 재학생 학부모 측 사이에 물리적 충돌까지 예상되자 보다 못한 종교단체가 나섰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는 지난 2월 말 유가족과 재학생 학부모를 설득해 단원고와 교육청까지 참여하는 '교실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회'를 구성했다.
이후 약 50일 동안 총 8회에 걸쳐 협의한 끝에 기억교실 이전을 결정했다.
지난달 4차 회의에서 유가족 측이 잠정합의안을 거부해 파행되기도 했지만 주체들은 마지막 협의에서 기억교실 10개와 교무실 2개를 안산교육청 별관으로 '임시이전'하는데 합의했다.
하지만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지난달 5차 협의부터 협의에 불참하고 있는 재학생 학부모 측(단원고 학부모운영위원회)은 "유가족 측의 요구사항이 도를 넘었다"며 합의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2주기에 앞서 지난 15일 열릴 예정이었던 최종협약(4·16교육사업 협약)도 불발됐다.
당초 최종협약에는 416가족협의회 이외에도 단원고, 경기도교육청, 안산시청 등 유관기관도 참여할 예정이지만 협약 10~15분 전 '잠정연기'됐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유관기관끼리 협의할 내용이 더 있다고 판단해 협약이 취소됐다"며 "언제 다시 진행할 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안산=포커스뉴스) 단원고 생존학생들의 졸업식이 열린 지난 1월 12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시민들이 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허란 기자 (안산=포커스뉴스) 지난 3월 2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올림픽기념관에서 열린 단원고등학교 입학식에 참석한 신입생들이 묵념하고 있다. 오장환 기자 지난 3월 2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올림픽기념관에서 열린 단원고등학교 입학식에서 김동민 경기도교육청 정책보좌 장학관이 신입생 학부모들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 오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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