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리본 달기, 도서 출판 등 기억 방식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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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은 세월호 참사 발생 2년을 맞는 날이다. 꼭 2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세월호의 진실은 여전히 바다 속 세월호와 같이 인양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누군가는 '세월호 피로감'을 호소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여전히 4월 16일에 머물러 있다. 일상 속에서 꾸준히 세월호를 기억하는 수많은 이들도 있다. 모두 방식은 다르지만 '세월호'라는 세 글자를 여전히 머릿속에서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포커스뉴스는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3회에 걸쳐 '세월호 기억'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분투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서울=포커스뉴스) "아직 해결된 게 없는데 어떻게 잊어요."
14일 서울 광화문 세월호 분향소를 찾은 장윤주(29·여)씨에게 세월호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장씨는 세월호 참사와 큰 이해관계는 없지만 참사 이후 지금까지 세월호를 잊은 적이 없다고 했다.
광화문 근처 직장에서 근무 중인 장씨는 이따금 점심시간에 짬을 내 세월호 농성장에 들려 분향소에 헌화를 하거나 산책겸 농성장을 둘러보곤 한다. 장씨 나름의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농성장 밖에선 '아직도 세월호냐'는 목소리도 있다.
광화문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세월호 농성장을 응시하던 황주석(59)씨는 "2년이나 지났다. 언제까지 세월호 떠올리며 울어야 하냐"고 되물었다.
하나의 참사를 두고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은 참사를 기억하느냐 마느냐에 있다.
◆ 세월호 기억 공간 존폐 논란…현실론 뛰어넘는 공감력
서로 다른 목소리가 맞붙는 일은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하기 위한 공간에서 두드러졌다.
참사 초기 희생된 이들에 대한 죄책감과 '잊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전국 곳곳에 마련된 분향소는 지난 2년간 공간 활용에 대한 현실론에 부딪쳤다.
현재 경기도청 내에 마련된 세월호 분향소는 "회의공간이 부족하다", "조문 오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공간을 낭비한다" 등 현실론이 제기되면서 존폐 위기에 놓였다.
가장 오래된 세월호 기억 공간이자 가장 오래 존치 논란에 시달린 곳은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이다.
2014년 7월 14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마련된 이곳은 공간 운영에 대한 현실론 앞에서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했다.
일부 보수단체에서는 서울시민을 위한 장소인 광화문광장을 유가족들이 독점하고 있다며 유가족들에게 장소 허가를 내 준 서울시청을 질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론을 뛰어넘어 유가족의 아픔에 공감하는 움직임도 존재한다.
세월호 2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광화문 416가족분향소에는 오전에만 10여명 시민들이 찾았다.
416가족분향소에 헌화를 마친 김정식(28)씨는 "아직도 수습되지 못한 분들이 있고 인양도 아직 안했다"며 "돌아오지 못한 사람을 기다려주는 의미로라도 참사를 기억할 수 있는 공간들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자원봉사·공연·도서 등 세월호 기억하는 방식도 다양
농성장 밖에서도 지난 2년간 세월호의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해 크고 작은 노력들이 지속됐다.
단원고 2학년 학생들과 같은 나이의 자녀를 두고 있는 양승미(46·여)씨는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 있는 '노란리본공작소'에서 1년 6개월째 봉사 중이다.
세월호 기억을 상징하는 노란 리본을 만들고 거기에 군번줄을 달아주는 일을 하는 노란리본공작소에는 양씨를 비롯해 매일 1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찾는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노란 리본은 전국 각지로 세월호를 기억하는 공간에 전달된다.
양씨는 "2주기를 앞두고는 하루에 90건씩 주문이 들어오기도 해 요즘에는 거의 밤을 새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 곳에는 미리 주문한 리본 300개를 찾으러 온 근처 커피전문점 사장님도 있었다.
통인동에서 커피공방을 하고 있는 이 남성은 "주변 중국집, 식당, 슈퍼마켓 등 20여개 상점 사장님들과 함께 세월호 1주기때부터 노란 리본을 이용해 가게 장식을 하고 있다"며 "손님들이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도록 계산대에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한 문화예술계의 움직임도 활발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매주 토요일 저녁 마로니에 쌈지무대 앞에서 연극인들의 공연이 진행돼 왔다.
서로 다른 극단에서 활동하던 이들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함께 세월호를 기억하고 상처입은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모였다.
연극인 류성국(28)씨는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던진 세월호 참사를 시간이 흘렀다고 그냥 잊어버려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의 방법으로 세월호를 기억하고 싶었다"고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세월호 참사는 사회과학, 종교, 아동, 에세이, 소설 등 다양한 분야의 책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고은 시인 등 문학인들 68명은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라는 세월호 추모시집을 통해 세월호 참사로 상처 입은 이들을 위로했다.
참사 2주기를 맞아 출간된 '다시 봄이 올 거예요'는 단원고 생존학생 11명과 희생된 학생들의 형제자매 15명이 참사 이후 겪은 고통에 대해 기록한 책이다.
동화 작가 65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만든 '세월호 이야기'는 어린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세월호 참사를 기록하고 있다.
◆ 리본·팔찌·책갈피·열쇠고리 등…일상에 깃든 ‘세월호’
다수가 모여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해 의미있는 일을 하기도 하지만 저마다 방식으로 세월호를 기억하는 개인도 많다.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 복판에서 1시간 동안 지나가는 시민들을 관찰해본 결과 '세월호 기억'을 상징하는 노란 리본을 옷, 가방, 휴대전화 등에 달고 다니는 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REMEMBER 20140416' 문구가 새겨진 세월호 기억 팔찌를 찬 김순영(35·여)씨는 "스스로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해 하는 것도 있지만 정말 예뻐서 하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씨는 "이제 그만 잊자는 말이 무색하게 세월호는 이미 일상에 녹아들었다"며 "참사의 상처를 극복하는 것과 별개로 세월호는 기억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책갈피, 브로치, 열쇠고리 등 세월호를 상징하는 물품들은 우리 일상 속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한편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는 16일에는 전국 곳곳에서 추모행사가 열린다.
416연대는 16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중앙광장에서 '세월호 버스킹'을 시작으로 '기억·약속·행동 문화제'를 열어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추모한다. 오후 7시에는 전국 집중 범국민 추모문화제가 열린다.
경기 안산에서는 오전 10시 안산 화랑유원지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세월호참사 2년 기억식’이 열리고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는 미수습자 9명의 온전한 귀환을 위한 추모미사와 다양한 공연이 진행된다.14일 서울 광화문 광장을 지나던 시민들이 세월호 농성장에 위치한 416 가족 분향소를 찾았다. 박지선 기자 서울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 위치한 416 가족분향소 입구에 '잊지말자 0416' 액자가 걸려있다. 박지선 기자. 서울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 마련된 '노란리본공작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세월호 기억'을 상징하는 노란 리본을 만들고 있다. 박지선 기자 사회과학, 종교, 아동, 에세이, 소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세월호 참사를 기록해 놓은 서적들. 박지선 기자 노란 리본, 배지, 팔찌, 책갈피, 브로치 등 다양한 세월호 물품들을 착용한 시민들. 박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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