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은행이 긴급구제 필요한 처지 놓여

편집부 / 2016-04-11 17:29:19
VEB 산업은행, 외화부채 200억 달러 상환 길 막막<br />
2014 소치 올림픽 때 많은 비용 떠안은 것이 시초

(서울=포커스뉴스) 러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은행인 브네쉬에코놈뱅크(VEB)가 긴급구제를 필요로 하는 처지가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의 기반시설을 건설해야 했을 때 러시아 정부는 국영 은행인 VEB에 도움을 요청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500억 달러로까지 불어난 올림픽 개최 비용의 대부분을 민간 투자자들이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VEB가 비용의 많은 부분을 책임졌고 결국 최소한 29억 달러의 연체 대출까지 떠안게 됐다.

이제 부채 상환일이 다가오고 있다. VEB는 여러 해 동안 외국에서 차입을 크게 일으켜 장부상 균형을 맞춰왔다. 하지만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데 분노한 유럽과 미국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면서 VEB는 외화부채 약 200억 달러를 갚아야 할 과제에 직면했다. 그 차입금 가운데 30억 달러는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데 VEB는 자본시장에의 접근이 대폭 줄어든 형편이다.

모스크바 ING은행의 선임 신용분석가 예고르 표도로프는 “자산 쪽에서 핵심적인 문제는 악성대출”이라면서 “부채 쪽에서 문제는 VEB가 국제 자본시장에 많이 노출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재가 실행되었을 때 VEB는 이 채널로부터 차단됐다”고 WSJ에 말했다.

VEB의 연결재무제표상 자산은 569억 달러 상당이다. 이는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5.5%에 해당한다. 이런 VEB가 처한 곤경은 러시아에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다.

지난달 하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대출자가 부채 잔액을 관리할 수 있도록 정부가 VEB에 22억 달러 상당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르게이 고르코프 VEB 신임 총재는 최근 그 돈이 VEB의 부채 의무를 모두 충족하는 데 도움이 됐지만 VEB는 오는 6월 말까지 장기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유가 폭락 국면에서 자국 석유의존 경제의 돌파구를 찾느라 그렇지 않아도 고심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올해 VEB가 한숨 돌리려면 최소한 3000억 루블(44억7000만 달러)이 필요하다고 추산한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12월 잡았던 예산적자 1조5000억 루블을 GDP의 3%로 확대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미 건강관리·교육 지출을 삭감했으며 연금과 공무원 봉급을 동결했다.

2015년 1~9월 1330억 루블을 잃은 VEB를 위한 긴급 구제 계획에 정통한 한 인사는 “우리는 그 구상을 매우 반기지 않았다”며 “하지만 누군가 정리해야 할 자산의 해묵은 쓰레기통이 있다. 이 쓰레기통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모른 척 할 수는 없다”고 WSJ에 말했다.

이 인사는 정부가 VEB에 신규 자산 취득을 중단하고 기존 자산의 일부를 매각하거나 떨어내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 거래인들이 그 긴급구제가 사실상 확실하다는 데 베팅하면서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 거래인은 “VEB는 내 최대 채권 포지션”이라며 “정부는 자신이 VEB가 채무 불이행에 빠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혁명과 내전 시기를 지낸 뒤 무역을 촉진하기 위해 소련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에 의해 1922년 설립된 VEB는 2007년 푸틴 치하에서 주요 기반시설 프로젝트 자금조달에서 수출 촉진에 이르는 모든 것을 과업으로 삼는 개발은행으로 개편됐다.

2008년 VEB는 불량자산과 적자 국가사업의 쓰레기장으로 전락했다. VEB는 금융위기 와중에 러시아의 은행체계를 강화한다며 고전하는 은행들인 스비아즈방크와 글로벡스를 사들였다. 2013년 VEB는 시베리아 바이칼호수의 호안(湖岸)들에 자리잡은 대형 펄프·제지공장을 인수했다. 오염이 심한 그 공장은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했고 얼마 안 가 문을 닫았다. VEB는 오염된 지역을 복원하는 88만 달러짜리 프로젝트를 떠안을 용의가 있는 민간기업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2년 뒤 성사된 것은 거의 없다.

VEB는 이웃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지렛대가 됐다. VEB 전임총재 블라디미르 드미트리에프는 2013년 러시아 TV에 나와 VEB가 우크라이나의 금속·광산업에 80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는 정부군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반군 사이의 전투 때문에 경제 활동이 사실상 중단됐다.

VEB가 투자한 대형 프로젝트들에서 VEB가 돈을 회수할 가능성이 갈수록 낮아지는 가운데 소치에서 VEB의 최대 채무자들 가운데 많은 곳에서 대출 재조정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예컨대 러시아 최대 국영은행인 스베르방크는 VEB에서 얻은 대출금 약 520억 루블을 소치의 주된 스키 리조트 건설에 썼다. 크라스나야 폴랴나로 불리는 이곳은 2014년 208억 루블의 적자를 냈다. 2015년 하반기 스베르방크 경영진은 러시아 통신들에 크라스나야 폴랴나를 당시 설립된지 한 달도 되지 않았던 또다른 회사에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VEB의 악성대출 문제는, 2014년 12월 루블화 폭락을 저지하기 위해 러시아 중앙은행이 하룻밤 사이에 핵심 금리를 10.5%에서 17%로 인상하면서 악화됐다. 그 조처는 은행체계에 파급됐으며, 일련의 지급불이행을 촉발했다.

2015년 하반기 러시아 정부관리들은 VEB가 구제되어야만 하리라고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지난 2월 드미트리에프가 스베르방크와 석유회사 유코스에서 고위직을 지낸 고르코프로 교체됐다.

전문가들은 경영진 교체는 문제 해결의 시작에 불과하며 더 근본적인 해결은 VEB에 대한 정부의 관치금융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말한다.소치 동계올림픽 경기장에 여러 나라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Photo by Clive Mason/Getty Images)2016.04.11 ⓒ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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