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vs 변협', 신영철 前대법관 변호사 개업…쟁점은

편집부 / 2016-04-08 18:01:08
법무부 "신영철 전 대법관 변호사 등록 적법"<br />
대한변협 "개업시도 중단해야" 강력 비판<br />
법무법인 광장 "변협 이해 못해" 맞대응<br />
법률과 도덕의 대립, 핵심 쟁점은

(서울=포커스뉴스) 신영철(62·사법연수원 8기)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을 두고 법조계가 연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법무부의 유권해석에도 전관예우 등 문제를 들어 신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을 막으려는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와 변호사법을 근거로 개업에 문제가 없다는 법무법인 광장 측이 정면으로 대립하면서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법무부 "신영철 전 대법관 변호사 등록 적법“

우선 법무부는 신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과 개업신고에 대해 적법하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지난 5일 서울지방변호사회(이하 서울변회)는 ‘개업시점에 제한이 없는 이상 변호사 등록 후 상당한 기간 개업을 하지 않았어도 변호사 등록이 위법하지 않다’는 법무부 답변을 받았다.

서울변회는 법무부 의견을 수용해 신 전 대법관의 개업신고서를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에 보내기로 했다.

대한변협이 이를 받아들이면 신 전 대법관은 법무법인 광장에서 변호사로 일하게 된다.

법무부의 이번 의견은 지난달 8일 서울변회가 신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 등 적법성을 질의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서울변회는 지난 2월 18일 신 전 대법관에 대한 변호사 개업신고서를 반려한 바 있다.

변호사 등록 후 30년 이상 판사로 일하다 개업하는 것은 편법이라는 이유였다.

당시 서울변회 관계자는 “변호사법상 입회와 등록은 개업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며 “신 전 대법관은 등록 후 단 한순간도 변호사로 일하지 않고 판사에 임용돼 30년 이상 근무했다”고 설명했다.

◆ 대한변협 "개업시도 중단해야" 강력 비판

그러나 법무부의 유권해석에도 대한변협은 신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변협은 6일 성명을 발표하고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로 개업하는 것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는데도 아랑곳없이 변호사 개업을 강행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국민과 시대의 요구를 읽지 못한 잘못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 전 대법관이 변호사법을 운운하며 소송까지 거론하는 것은 법의 근본이 예(禮)에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데서 비롯된 분별없는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변협은 “대법관이 퇴임 후 개업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렵고 우리나라에서도 조무제 전 대법관, 김영란 전 대법관 등은 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며 “배기원 전 대법관은 서초구청에서 주민들을 상대로 한 무료 법률상담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전수안·차한성 전 대법관 등이 공익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과 박상옥·이기택 대법관 등이 지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법관 퇴임 후 사익 목적의 변호사개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사례를 들기도 했다.

변협은 “신 전 대법관이 변호사 개업을 하겠다고 나선 것은 권력과 명예를 누린 사람이 돈까지 가지려는 것으로서 국가와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이자 도도히 흐르는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몰지성적 행위”라고 강조했다.

또 “그럼에도 신 전 대법관이 개업의 정당성을 강변하려 한다면 사회지도층 인사로서 마땅히 해야 하는 당위적 의무를 저버리고 자신의 이익만을 쫓아 소인배의 길을 갈 것인지, 대법관 재직기간 국민이 부여해준 무거운 자리를 퇴직 후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했는지 답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변협은 4가지 이유를 들어 신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에 반대했다.

먼저 신 전 대법관이 개업을 할 경우 다른 전 대법관들이 개업을 자제해 생긴 반사적 이익까지 독점적으로 누리는 최악의 불의와 부정이 발생한다는 게 변협 측 주장이다.

또 신 전 대법관이 주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는 공익을 위해서 제한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관련자 재판에 개입하는 등 불명예 대법관으로서 6년이나 대법관을 지낸 것은 국가와 국민에게 큰 빚을 진 것인만큼 공익활동을 통해 그 빚을 갚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신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이 ‘전임대법관 사익추구 변호사 비개업’ 전통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는 점을 들기도 했다.

이같은 이유를 들어 변협은 “신 전 대법관은 대법관을 지낸 데 만족하고 과욕을 보여 그 명예를 더럽히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라며 “만족함을 알지 못하는 것보다 더 큰 화가 없고 손에 넣으려는 탐욕보다 더 큰 죄악은 없는만큼 신 전 대법관은 부디 자중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 법무법인 광장 "변협 이해 못해" 맞대응

변협의 강한 비판에 이번에는 광장 측이 나섰다.

광장은 7일 “대한변협은 6일 신 전 대법관이 제출한 개업신고서를 반려했지만 그의 변호사등록은 유효하고 개업신고는 수리가 필요한 신고가 아니라 이미 신고절차가 완료됐다”면서 “변호사법 소관부처인 법무부에서 신 전 대법관의 활동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여러 차례 확인했고 서울지방변호사회도 이러한 법무부의 유권해석을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변호사단체 대한변협이 법무부의 거듭된 유권해석이 있음에도 아무런 법적 근거없이 개업신고서를 반려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법률전문가 직역을 대표하는 대한변협 스스로 ‘변호사는 명예롭지 않은 직업’임을 전제하며 특정 변호사 개인에게 인격모독에 가까운 과격한 언사로 비난 성명까지 발표하는 상황에 이른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또 “법질서를 수호하는 최고 지성인들의 대표인 대한변협 스스로가 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에서 누구에게 법을 준수하라고 요구할 수 있을지 심히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광장 측은 “변호사 활동에 필요한 모든 법적 절차가 완료된 만큼 신 전 대법관은 지금까지 법관으로서 국가와 사회에 봉사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변호사로 활동하며 전직 대법관의 품격에 맞는 사회공헌 활동과 의뢰인의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법률과 도덕의 대립, 핵심 쟁점은

양측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일각에서는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법무법인 광장의 김용섭 변호사는 기자와 통화에서 “변호사 개업신고는 엄연한 신고제”라고 선을 그었다.

신고제를 택하고 있는 만큼 신 전 대법관이 개업신고를 한 이상 변호사 활동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김 변호사는 “신 전 대법관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개업신고서를 제출한 만큼 이제 변호사로 활동하는데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면서 “대한변협에서 별도로 신고서를 수리하거나 하는 절차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변협이 개업신고서를 반려하는 것 자체가 사실은 법 위반”이라면서 “조만간 내부적인 검토를 통해 신 전 대법관이 광장에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 전 대법관이 개업신고서를 제출한 뒤 변호사로 활동하는 것이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부분은 대한변협도 역시 동의했다.

변협 관계자는 “광장의 주장이나 법무부의 답변대로 개업신고는 신고에 해당하기 때문에 신고서를 제출하면 변호사 업무를 할 수 있는 것은 맞다”면서 “법률상 주장으로만 따지자면 광장의 주장이 틀린 말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변호사법은 법률로서 사회적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하창우 회장이 취임한 후 전관예우 등 문제를 이유로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자제를 당부했고 사회적인 인식도 여기에 맞춰 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이유에서 법률규정에도 불구하고 변협이 법에 앞서 이런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전직 대법관의 품격에 맞는 사회공헌 활동 등을 해달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변협 측은 “대법관을 했던 분이 굳이 돈을 벌기 위해 변호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얘기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 전 대법관은 개업을 하겠다는 답을 내놨다”면서 “변협은 대법관 출신이 변호사로 활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제출하는 것은 별건으로 하더라도 신 전 대법관이 전관예우의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사건을 맡는지 여부는 계속해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사실상 법률적인 부분과 도덕적인 부분의 충돌로 이해하면 될 사안"이라며 "법률적으로 신 전 대법관이 변호사 활동을 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도덕적으로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전관예우 등 문제를 인식하는 시민들의 의식이 변화했고 그에 따라 신 전 대법관 변호사 개업 문제도 잡음을 내고 있는 것"이라며 "직업을 선택하는 개인의 의사에 따라 진행된 일인 만큼 향후 활동 방향 등을 통해 도덕적·법률적 평가 등이 쏟아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신 전 대법관은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재직하던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참가 시민들이 기소된 사건에서 담당 판사들에게 신속한 재판을 독촉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건배당 원칙을 어기고 촛불집회 사건을 보수적 성향의 재판부에 몰아줬다는 것이다.

또 당시는 헌법재판소가 현행 집시법 위헌 여부를 심의 중인 시점이어서 유죄판결을 강요했다는 비판도 일었다.

대법원은 2009년 3월 진상조사를 벌여 “신영철 전 법원장이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고 결론 내리기도 했다.

당시 시점은 그가 대법관에 오른 뒤였고 이후 사퇴요구 등이 잇따랐다. 시민단체 외에도 500여명 판사들이 판사회의를 개최해 사퇴를 요구했다. 이용훈 대법원장도 우회적으로 사퇴를 권고했다.

그러나 신 전 대법관은 사퇴를 완강히 거부했고 지난해 대법관 임기를 마쳤다.

퇴임 직후인 지난해 3월 신 전 대법관은 단국대 법학과 석좌교수에 임용됐지만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하는 등 반발이 거셌고 결국 한 달만에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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