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알리안츠 인수와 비교했을 때 몸값 100분의 1로<br />
재무지표 엉망·IFRS4 2도입 앞두고 부어야할 자금도 커
(서울=포커스뉴스) 중국 안방보험그룹(안방보험)이 한국법인 알리안츠생명과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자산운용의 매각금액을 300만달러(약 34억5900만원)라고 공개하면서 국내 생명보험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주고 있다.
독일 알리안츠가 제일생명(현 알리안츠생명)을 인수했던 1999년과 비교했을 때 알리안츠생명의 몸값이 100분의 1수준이나 줄었기 때문이다. 당시 매각가는 4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명보험업계는 알리안츠생명 매각가에 짐짓 놀라는 눈치면서도 내심으로는 타당한 금액이라고 본다. 알리안츠생명이 지속적인 적자를 내왔다는 점과 2020년 도입될 보험국제회계기준(IFRS4)2 준비로 충당해야할 금액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8일 안방보험에 따르면 독일 알리안츠에 300만달러의 매각가를 제시했으며, 양사 합의로 계약이 완료됐다. 투자업계에서 매각가를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했지만 이보다 턱없이 적은 액수다.
안방보험은 '35억원'이라는 매각가에 대해 어떤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금융위원회에 6일 알리안츠생명 관계자가 방문해 계약이 종료됐음을 알려온 상태라 매각가 논란은 사실상 종결됐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알리안츠생명의 부채까지 떠안는 자산부채인수방식으로 거래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알리안츠생명은 최근 좋지 않은 성적을 내왔다. 2012~2015년까지 2014년을 제외하곤 모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2년(-271억원) 2013년(-514억원) 2014년(65억 흑자전환) 2015년 874억원 당기순손실을 냈다.
부채도 2013년 15조2252억8900만원에서 2015년 16조5103억3000만원으로 1조2850억4100만원(8.4%)늘어났다. 보험영업익과 영업비용을 제외한 보험손익도 적자행진이었다. 2011년(-1649억800만원) 2012년(-254억7400만원) 2013년(-2716억7100만원) 2015년(-2157억800만원)을 기록했다. 2014년에만 411억3700만원 흑자였다.
보험영업익에서 보험영업비용을 제외한 보험영업순익도 순손실이 지속됐다. 2011년(-1649억800만원) 2012년(-254억7400만원) 2013년(-2716억7100만원)이었으며 2015년에도 2157억800만원 적자였다.
1999년 7월 인수 이후 2007년 총자산 10조원을 달성했던 겉보기 성과와는 다르게 재무지표 실상은 좋지 않았다.
이런 재무상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적립금을 대거 확대해야하는 보험국제회계기준(IFRS4)2 도입도 머지 않았다. 이 새 기준에 따르면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대비를 위해 더 많은 적립금(자본)을 쌓아야한다. 독일 알리안츠 측은 국내 생보사 환경, 저금리 기조 등 때문에 보험사 자본 확충의 효용이 적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독일 알리안츠는 2000년 1100억원, 2002년 1500억원을 증자했으며 2006년에는 빌딩 및 부동산을 매각(5300억원 가량)해 자금을 확충한 바 있다"며 "이번에도 매각과 자본 확충 두 선택 사이에서 한동안 고민했을 것"이라고 전한다.
재무적 문제 외에도 알리안츠생명이 전속설계사 채널 관리에 애를 먹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알리안츠생명의 전속설계사 수는 올 1월말 현재 3385명으로 KDB생명(3996명) 동양생명(3489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1월 중 설계사 채널을 통한 초회보험료는 43억800만원으로 KDB생명(60억7200만원) 동양생명(69억6200만원)보다 적은 수준이다.
사업 초반부터 독일 알리안츠가 노동조합과 숱한 갈등을 겪었다는 점도 한국 시장에서 적응하기 쉽지 않은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얘기하는 관계자도 있다.
최근 외국계 생보사가 크게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매물로 나온 PCA생명·ING생명의 매각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업계는 점치고 있다.
과거 예금보험공사는 "외국계 생명보험사가 퇴직연금 운영 노하우와 선진 자산운용 기법 등을 가지고 있다"며 "외국사의 생명보험시장 점유율 확대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한 적도 있지만, 실제로 외국계 보험사의 실적은 예상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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