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 복지국가 스웨덴에서 혼자 살다 혼자 죽는 사람 늘어

편집부 / 2016-04-07 14:59:45
평균 가구원 수 유럽 최소 나라에서 장례식 조문객도 감소<br />
평균 19일장 치르다보니 장례식 참석 인원 맞추기 어려워
△ 화장로

(서울=포커스뉴스) 가구원 수가 평균 2명으로 유럽 국가들 가운데 가장 적은 복지천국 스웨덴에서 혼자 살다 혼자 죽는 사람이 늘고 장례식 조문객이 빠르게 줄고 있다. 또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이 고독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시사주간지 ‘유에스뉴스 앤드 월드리포트(USNWR)’에 따르면 문상객이 드물어 썰렁한 장례식은 스웨덴에서 흔한 풍경이다. 30년 전만 해도 장례식에 참석하는 사람은 평균 49명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24명이다. 평균 가구원 수가 비슷한 독일에서 평균 30~40명이 장례식장을 찾는 것과 차이가 난다.

스웨덴 언론이 ‘유럽의 독신자 수도’라고 부르는 스톡홀름에서 조문객 감소 현상은 가장 두드러진다. 그뿐만 아니라 혼자 살다 혼자 죽는 사람도 늘고 있다. 스톡홀름에서는 사망자 10명 당 1명이 고독사(孤獨死)한다. 이 비율은 스웨덴 평균의 2배가 넘는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스톡홀름의 스코그쉬르코고르덴 묘지공원 화장장에 매주 관 80개가 도착한다. 시 북서쪽에 있는 스톡홀름의 제2 화장장에도 같은 수의 관이 들어온다.

화장장 직원들이 관을 처리할 때까지는 그 관이 성대한 장례식을 거쳐 들어왔는지 아니면 시체 안치소에서 장례식 없이 곧바로 보내졌는지 분간할 수 없다. 울프 레르네우스 스웨덴장의사협회장은 “우리는 판단하지 않는다”면서 “장례식을 못 치른 뭔가 타당한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여길 뿐”이라고 USNWR에 말했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레르네우스는 얼마 전 치매에 걸린 남편을 9년 간 돌보다 저세상으로 떠나보낸 부인을 만났다. 장례식은 없었다. 레르네우스는 “그녀는 이미 충분히 마음 아파했다. 그녀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갔다. 장례식을 안 하기로 결정한 사람들을 우리가 비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톡홀름의 고독사 비율이 높은 것은 이 도시의 1인 가구 비율과 관련이 있다. 스톡홀름에서는 전체 가구의 60%가 1인 가구다. 레르네우스는 “우리는 과거처럼 서로와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사람들은 원하든 않든 고립된 삶을 산다”고 말한다.

근년 들어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를 개인주의적 복지국가가 낳은 현상으로 설명해 왔다. 지난달 공개된 연구보고서 ‘스웨덴의 사랑 이론’은 사회민주주의 실험이 값비싼 대가를 치른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영화감독 에릭 간디니는 스웨덴 사람 중 40%가 고독하다는 적십자 연구를 들먹이면서 “고독이 정말 문제”라고 유럽 다국(多國) 언론 ‘더로컬’에 말했다.


레르네우스는 가족 구조와 같은 다른 요인들도 장례식 참석자 수를 끌어내린다고 말한다. 그는 “사람들은 참 많은 것을 기대하지만 이제 더는 규칙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친자식들, 의붓자식들, 현재 배우자, 이전 배우자가 있다. 그러니 누가 결정하겠는가? 그들은 심지어 관을 장식할 때 노란 꽃을 쓸지 붉은 꽃을 쓸지도 결정하지 못 한다”고 말한다.

다문화가 상당히 진행된 스웨덴에서 전통과 종교 또한 이제 장례식에 영향을 미친다. 스웨덴에서는 평균적으로 19일장을 치른다. 이것은 가능하면 사망 당일 장례를 치르는 무슬림은 물론이고 많은 이민자들이 보기에 이례적으로 길다.

과거에는 스웨덴의 기후 때문에 이토록 긴 장례가 불가피했다. 겨울에 묘지를 파는 인부들은 땅이 녹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2012년까지 법적으로 허용된 스웨덴의 장례기간은 두 달이었다. 지금은 한 달이다. 이처럼 장례기간이 길지만 모든 사람에게 맞도록 화장 시점을 잡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것이 장례식 참석자 수가 적은 데 대한 부분적인 이유다.

레르네우스는 현재와 같이 썰렁한 장례식 풍경이 오래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왜냐하면 자녀에게 엄청난 사랑을 쏟는 자기와 같은 현대의 부모들은 늙어서 내팽개쳐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쉰 살의 레르네우스는 “우리 부모는 내가 어릴 때 축구 하는 것을 다섯 번 보았지만 나는 내 딸이 수백 번 경기하는 것을 다섯 번 놓쳤을 뿐”이라면서 신세대는 그들의 부모와 긴밀한 관계라고 말했다. 그는 “장례식은 언제나 우리 사회의 건강을 반영해 왔다”면서 “생전에 사랑을 베푼 사람은 죽을 때 보살핌을 받을 것”이라고 말한다.(Photo by Joerg Koch/Getty Images)2016.04.07 ⓒ게티이미지/이매진스 (Photo by Jens Schlueter/Getty Images) 2016.04.07 송철복 국제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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