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남은 기간에 과반 채우기란 사실상 불가능
(서울=포커스뉴스) 고졸 이하 백인이 다수 거주해 그가 자신의 텃밭이라고 여겨온 위스콘신 주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테드 크루즈에게 참패함에 따라 오는 7월 18~21일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릴 공화당 전당대회가 ‘중재(brokered) 전당대회’의 공식 명칭인 ‘경쟁(contested) 전당대회’로 열릴 가능성이 한결 높아졌다. 확보 대의원 수에서 경쟁자에 비해 크게 우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전당대회 이전 열리는 프라이머리(일반 유권자도 참여하는 개방형 투표)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트럼프가 대의원 과반수(1237명)를 확보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빠르게 대의원을 낚아채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유권자들의 관심은 경쟁 전당대회로 옮아가고 있다.
경쟁 전당대회는 대통령 후보 지명에 필요한 다수 대의원을 확보한 후보가 없이 열리는 전당대회다. 후보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수를 ‘매직 넘버’라고 부르는데 올해의 경우 전당대회 대의원 2472명 가운데 1237명이 바로 매직 넘버다.
경쟁 전당대회는 전당대회장에 모인 대의원들이 후보자 가운데 과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반복적으로 자유롭게 투표하는 방식이다. 이전에 트럼프를 찍었던 대의원도 마음을 바꿔 다른 사람을 선택할 수 있다. 경쟁 전당대회의 다른 표현인 중재 전당대회는 당 지도부가 대의원들의 투표를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을 가리킨다. 말 그대로 중재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에 매우 불리해진다.
오직 트럼프만이 전당대회 이전 매직 넘버를 낚아챌 가능성이 있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프라이머리는 오는 6월 7일 끝나는데 그 때까지 매직 넘버를 달성하려면 남은 대의원 가운데 트럼프가 57%를 가져가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가 달성한 대의원 확보율은 46%다. 트럼프를 둘러싼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가 기존 확보율 46%를 훌쩍 뛰어넘는 57%를 달성하리라 예상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확보 대의원 수는 트럼프 743, 크루즈 517, 존 케이식 143이다.
경쟁 전당대회의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근년 들어 공화당이 프라이머리 운영을 종전의 승자독식(勝者獨食) 방식에서 후보들이 득표율에 비례해 대의원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점차 바꾸어 왔기 때문이다. 올해의 경우 프라이머리나 코커스에서 승자독식을 적용한곳은 9개 주에 불과하다. 올해 공화당 경선이 당초 후보 난립으로 판이 컸던 데다 트럼프라는 예측불능의 후보가 등장함에 따라 판세가 불확실해진 면도 있다.
결정적 지명자 없이 프라이머리가 끝나더라도 여전히 전당대회 개최까지 6주가 남아 있다. 그 기간에 후보들은 과반수를 꿰맞추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예컨대 트럼프가 매직 넘버에 근접한 상태라면 그는 프라이머리 기간 중 주(州) 차원의 프라이머리나 코커스를 실시하지 않은 5개 주·영토 대의원에게서 언질을 얻어낼 수 있다. 그는 또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들을 지지했던 대의원들에게 접근해 지지를 호소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트럼프가 자신에게 동조하는 대의원을 충분히 확보한다고 해도 막상 전당대회에서 그 대의원이 트럼프에게 투표한다는 보장은 없다.
전당대회가 클리블랜드에서 개막되면 첫 번째 투표에서 대의원 중 약 90%는 자기가 이전에 프라이머리나 코커스에서 지지했던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 첫 번째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개표 결과를 무효로 돌리고 두 번째 투표를 실시한다. 두 번째 투표에서는 대의원의 근 75%가 제한을 받음이 없이 투표한다. 여기서부터 시작해 과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되풀이해 실시하는 투표에서 제한 받지 않는 대의원 비율은 계속 높아진다.
이처럼 여러 차례 투표를 거쳤는데도 매직 넘버를 달성한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대의원들은 프라이머리에 출마하지 않은 누군가에게 눈을 돌릴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폴 라이언 하원의장 이름이 계속 거론된다. 하지만 그는 관심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후보와 대의원 모두 크게 반발할 수 있다. 트럼프는 설사 그가 매직 넘버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전당대회에서 최다 득표할 경우 반드시 후보로 지명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각 전당대회에는 나름의 규칙이 있다. 그 규칙은 행사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와 많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만약 올해 전당대회에서 2012년 전당대회와 같은 규칙을 채택한다면 후보는 지정한 8개 주에서 대의원 과반의 지지를 확보해야만 한다.
뚜렷한 지명자 없이 열린 마지막 공화당 전당대회는 제럴드 포드 후보가 대의원 확보 수에서 우세했지만 과반을 채우지 못한 채 열렸던 1976년 전당대회다. 포드는 첫 번째 투표에서 대의원을 끌어모아 로널드 레이건을 물리쳤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올해 공화당 전당대회는 ‘중재’ 형식으로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대의원들을 휘어잡아 특정 방향으로 표를 몰고 갈 능력이 있는 거물 정치인이 없기 때문이다.오는 7월 18~21일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릴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의 퀵큰론즈 체육관.(Photo by Mike Lawrie/Getty Images)2016.04.07 ⓒ게티이미지/이매진스 2012년 8월 30일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회합에서 밋 롬니가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고 있다.(Photo by Chip Somodevilla/Getty Images)2016.04.07 ⓒ게티이미지/이매진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