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효성 '판박이 경영권 분쟁'… 배후 누구 있나보니

편집부 / 2016-04-06 15:14:11
무차별 여론·소송전, 회계장부 열람 소송까지 똑같아<br />
롯데 신동주·효성 조현문 패색 짙지만 “끝까지 간다”<br />
분쟁 길어질수록 이득 보는건 제3자, 국가경제 악영향 우려
△ 질문을 듣고 있는 신동주 전 부회장

(서울=포커스뉴스) 최근 경영권 분쟁 중인 롯데와 효성이 무차별 여론전과 각종 소송 등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재계에서는 두 회사 사이에 공통적인 배후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월 말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SDJ코퍼레이션이 조현문 전 효성 중공업 부문 부사장이 대표로 있는 동륭실업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했다는 내용의 공시를 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착오로 인한 기재’라며 정정공시를 했다.

SDJ코퍼레이션은 직원의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전혀 관계가 없는 두 회사가 금전거래를 했다는 황당한 공시에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SDJ코퍼레이션과 동륭실업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 두 회사 사이엔 크게 두 가지 공통점이 존재한다. 바로 ‘경영권 분쟁을 위한 실체 없는 조직’이라는 점과 ‘김수창 변호사’다.

동륭실업의 현 대표는 조현문 전 부사장이다. 조 전부사장은 2014년 10월 형 조현준 사장을 횡령·배임으로 고발했다. 이로 촉발된 효성그룹 경영권 분쟁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동륭실업은 효성그룹의 계열사지만 조 전부사장이 분쟁 이후에 독립적으로 경영하고 있다. 업태가 주차장 관리업으로 등록돼 있지만, 직원이 7명 남짓에 불과하고 실제 사업을 하고 있는지 불분명하다. 동륭실업은 2013년 7월1일부터 올해 7월1일까지 조 전 부사장으로부터 운영자금 용도로 41억5000만원을 차입했다. 이 같은 근거들로 재계에선 동륭실업은 현재 조 전 부사장의 분쟁을 위한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이는 SDJ코퍼레이션도 다르지 않다. 신 전 부회장이 롯데의 경영일선에서 쫓겨난 후 만든 회사로 업태가 무역 및 도매업으로 등록돼 있다. 하지만 SDJ코퍼레이션 역시 매출 없이 지금까지 신 전 부회장으로부터 약 50억원 이상 차입했다. 사업을 위한 조직이라기 보단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을 위해 설립한 회사인 것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으로는 법무법인 양헌의 김수창 변호사가 양사 모두의 법무대리인으로 활약하고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다. 김 변호사는 동륭실업의 비상임 이사, SDJ코퍼레이션의 감사로 재직하며 급여를 수령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언급한 SDJ코퍼레이션의 황당한 공시 실수가 왜 발생했는지 추측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양측의 업무를 모두 보고 있는 김 변호사 측에서 실수가 발생한 것이 유력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양측 분쟁 양상 시작부터 끝까지 판박이

양 사가 진행 중인 경영권 분쟁은 그 양상이 놀랍도록 유사하다. 효성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김 변호사는 회계장부 열람 등사 가처분 신청(4개 계열사 상대로 각각 제기)을 중심으로 조 전 부사장이 아버지 조석래 회장과 장남 조현준 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10여 건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마찬가지다. SDJ코퍼레이션은 롯데쇼핑의 회계장부열람 소송을 중심으로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 등 모두 8건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국내에서 진행 중인 소송은 모두 김 변호사가 관여돼 있다.

양측 모두 분쟁을 위한 조직을 구성하고, 다수의 소송전을 펼치며 폭로전을 통한 여론 몰이를 하고 있다. 심지어 양측 모두 경영권 분쟁에서 패색이 짙지만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가겠다는 입장까지도 유사하다.

이러한 점들을 바탕으로 재계 일각에선 효성 분쟁 제 3의 배후 인물설까지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SDJ코퍼레이션의 브레인이자 핵심 인물로 여겨지는 민유성 고문 (전 산업은행장)이 효성그룹의 분쟁에도 일정 부분 개입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김 변호사와 민 고문은 경기고 동창으로 평소에도 가까운 사이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변호사를 SDJ코퍼레이션에 합류 시킨 장본인도 민 고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민 고문과 김 변호사가 효성 때부터 합을 맞췄고, 롯데에 들어서서 본격적으로 함께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관계자들 사이에서 여러 번 돌았던 풍문”이라며 “이것이 사실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동륭실업과 SDJ코퍼레이션이 너무나 비슷한 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측면이 이 같은 소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와 효성 모두 분쟁이 길어질수록 사실 상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것은 김 변호사와 민 고문 등 제3의 인물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다수의 소송이 진행 중이고, 앞으로 소송의 수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분쟁이 쉬이 끝나지 않으면 양 회사에서 맡은 직책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변호를 맡은 업체, 특히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회사에 적을 두고 수임료 이외에 별도 급여를 받는 방식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다”며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일부 전문가들이 분쟁을 조장하고 장기화함으로써 기업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악화시키고,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서울=포커스뉴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가진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관련 긴급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조문현 변호사(오른쪽)와 대화하고 있다. 2015.10.08 허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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