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막강 권력이 중국에 피해를 입혀…이코노미스트지(誌)

편집부 / 2016-04-06 13:58:32
마오쩌둥 이래 가장 힘센 지도자이지만 개혁 추진은 기대 이하<br />
국정 과제 산적한데도 자신의 권력 유지 과업에만 전념하는 듯

(서울=포커스뉴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전임자들보다 더 강력하며 이것이 중국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신호에서 지적했다.

시 주석은 취임 1년 후인 지난 2013년 관리들에게 “우리 당이 식품안전 문제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인민들이 우리가 계속 중국을 통치하기에 적합한지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것은 “인민”의 지지를 업고 있다고 항상 주장해온 공산당의 총서기 입에서 나온 이례적인 발언이었다. 그것은 공직자의 무능과 부패에 대한 불만이 폭발할 수 있다는 것을 시 주석이 이해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시 주석은 수많은 부패 관리들을 솎아냈으며 공산당이 집권한 1949년 이래 가장 강도 높게 부패 척결 작업을 벌여왔다. 많은 사람들이 시 주석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 주석의 경고가 무색하게 오늘날 중국은 대형 공중보건 스캔들에 휩싸여 있다. 오래되고 부적절하게 보관된 암시장 백신 수천만 달러어치가 정부 보건소들에 납품되었으며 보건소들은 그것을 돈을 받고 환자들에게 놔주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른바 ‘백신 스캔들’이다.

시 주석의 부패 사정(司正)은 일반인에게 별 효과를 미치지 못하기 일쑤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진단한다. 시민의 삶은 여전히 부패에 의해 휘둘린다. 최근에는 엘리트 가운데서도 시 주석에 불만을 표시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관영 매체들은 공개적으로 보도통제에 불만을 털어놓았으며, 유명 기업인은 블로그에서 시 주석을 공격했고, 고위 편집 간부는 기분 나쁘다며 사표를 던졌다.

시 주석은 마오쩌둥 이래 중국 지도자로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구축했다. 이처럼 강한 권력은 그로 하여금 일을 잘 하게 만들어 주어야 맞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이코노미스트는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묻는다.

이 잡지가 판단하기에 시 주석이 적대감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공정성’과 관련이 있다. 많은 관리들이 분노한 것은 부패가 무도할 정도로 심하지 않고 각자가 직분을 잘 이행하는 한 사복(私腹)을 채울 수 있다고 규정한 계약을 시 주석이 갈기갈기 찢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 주석 또한 권력추구가 온통 마음을 다 빼앗기는 것임을 알아차렸다. 다른 것에 신경 쓸 여지가 별로 없는 것이다. 권좌에 앉은 지 3년 반 만에 그는 무서운 속도로 권력을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그는 당 총서기, 국가 주석, 군 통수권자(중앙군사위원회 주석)라는 직함 말고도 개혁, 보안, 경제를 운영한다. 공허한 “집단지도체제”라는 개념은 사실상 폐기됐다. 가히 시 주석 1인 통치 체제인 것이다.


이와 함께 그는 모택동주의의 광기(狂氣)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중국공산당이 1982년 도입한 개인숭배 금지를 비웃었다. 관영 매체들에는 시 주석을 애칭 시다다(習大大·시진핑 아저씨)로, 그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를 애칭 펑마마(彭麻麻·펑 아주머니)로 부르며 아첨하는 내용이 넘쳐난다. 지난달 공개된 “펑 아주머니와 사랑에 빠진 시 아저씨”라는 이름의 무용 동영상은 사람들이 이미 30만 회 이상 보았다. 최근 시 주석은 이것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한다는 소문이 있다. 시 주석을 마오쩌둥에 비유한 “동쪽이 다시 붉다(東方又紅)”와 같이 가장 아첨이 심한 동영상들 가운데 일부는 인터넷에서 삭제되었다.

이코노미스트는 대범하게 생각하면 그것을 그냥 재미있는 현상으로 여길 수도 있다고 본다. 온 나라를 광란과 폭력의 문화대혁명 속에 빠뜨렸던 폭군 같은 지도자 마오쩌뚱과 시 주석은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권력집중이 피해를 초래하도록 시 주석이 마오만큼 극단적일 필요는 없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한다. 그는 부패에 대한 전쟁에서 그랬던 것보다 심지어 더 무자비하게 반대자들과 싸워왔다. 1989년 천안문 사태 이래 당에 대한 비판자들을 시 주석처럼 그토록 철저하게 탄압한 적은 없었다. 백신 스캔들에 대해 분노한 시민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메시지는 인터넷 검열관들에 의해 속속 삭제됐다. 이들 메시지 가운데는 공산당의 통치 적합성에 대해 2013년 시 주석이 직접 한 발언을 상기시키는 내용도 있었다. 경찰은 또 지난달 초 정부 관련 웹사이트에 잠깐 등장했던, 시 주석의 사퇴를 촉구한 익명 편지의 배후를 캐느라 대대적인 수사를 해 오고 있다. 현재까지 약 20명이 이와 관련해 체포됐다. 하지만 당국의 단속과 탄압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공간을 통한 불만 표출은 계속되고 있다.

탄압하고 스스로를 선전함으로써 시 주석은 스스로를 안전하게 만들지도 중국의 안정유지를 돕지도 못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한다. 그는 독직(瀆職)을 다스리는 데 공산당 자체의 무시무시한 수사관들을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법이 공정하게 적용되도록 보장하는 것보다 정치적 점수를 쌓는 데 더 관심이 많다. 그것은 행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왜냐하면 관리들이 혹시 감사에 걸리지나 않을까 우려해 돈을 지출하기를 겁내기 때문이다. 언론에 겁을 줌으로써 시 주석은 최소 1년 전에 드러난 교묘한 백신 거래를 당시 언론이 즉각 다루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 스캔들이 마침내 백일하에 드러나면서 그것은 공산당과 시 주석의 신뢰도에 심지어 더 큰 위협을 가한다.

시 주석은 시장 세력들에 “결정적인 역할”을 주고 법치를 확립함으로써 “권력을 새장 속에” 넣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는 중국에 번영과 자유를 제공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안정으로 세계의 다른 지역들을 확신시키지 않고 있다. 해외에서 그에 대한 우려는 커가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물리적으로 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그의 노력은 아시아 곳곳의 국가들을 미국에 더 가까이 가도록 내몰고 있다.


시 주석 집권 초기 관측통들은, 시 주석이 권력을 확립하고 나면 그가 원한다고 말하는 개혁 수행으로 눈을 돌릴지 여부를 궁금해 했다. 하지만 대형 개혁 추진이 현실화하리라는 희망은 사라지고 있다. 시 주석 앞에는 △공산당이 법을 따르게 만들고 △적자 국영기업을 폐쇄하며 △농촌 출신 농민공이 도시의 공공 서비스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하는 규제를 철폐하는 것과 같은, 절실한 사회변화의 추진이라는 과제가 놓여 있다. 정치적으로 성가신 이런 일을 추진하려면 시간이 없다. 그런데 시 주석에게는 권력 보전이라는 과업이 그의 전일제(全日制) 업무가 되어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꼬집는다.

중국에서 공산당이 통치한 지난 66년 간 가장 떠들썩했던 때는 통상 엘리트 내부에서 긴장이 터져 나왔던 때다. 이코노미스트는 시 주석의 통치 스타일이 단지 그런 긴장에 불을 지피고 있을 뿐이라고 본다. 시 주석이 겁주기 전술과 잔인한 폭력으로 적들을 퇴치하려 노력하면 할수록 그는 그만큼 적을 더 많이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이 잡지는 전망한다.시진핑 중국 주석(왼쪽)과 마오쩌둥 전 주석의 얼굴을 나란히 배치한 관광 기념품.(Photo by Feng Li/Getty Images)2016.04.06 ⓒ게티이미지/이매진스 후진타오 집권 시기인 2007년 10월 촬영된 중국공산당 정치국 9인 상무위원단.(Photo by Guang Niu/Getty Images)2016.04.06 ⓒ게티이미지/이매진스 비행기에 오르는 시진핑 주석(시 아저씨)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펑 아주머니).(Photo by Oli Scarff - WPA Pool/Getty Images)2016.04.06 ⓒ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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