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 1160억원 중 855억원 미상환…금융권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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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남부지검 |
(서울=포커스뉴스) 부실기업에 1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불법적으로 대출해주거나 알선하고 뒷돈을 챙긴 일당 13명이 적발됐다.
일당 중에는 은행과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박길배)는 터치스크린 제조업체 디지텍시스템스에 약 680억원의 은행 대출을 알선하고 대가로 수억원을 챙긴 혐의(알선수재 등)로 최모(52)씨 등 금융브로커 5명을 구속기소하고 3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또 이 회사의 산업은행 대출을 도와주고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산업은행 팀장 이모(50)씨와 국민은행 대출 담당자를 소개시키고 돈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전 국민은행 지점장 강모(58)씨도 구속기소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연루됐다. 금감원 감리를 무마시켜주겠다는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전 금감원 부국장 강모(58)씨도 역시 구속기소됐다. 해외도주한 이모(71)씨 등 2명은 기소중지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 등은 지난 2012년 12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디지텍시스템스가 불법 대출을 받도록 돕는 과정에서 돈을 주고받았다.
이런 식으로 디지텍시스템스가 1년 만에 국책은행으로부터 대출한 금액은 총 1160억원에 달한다.
수출입은행 400억원, 국민은행 280억원, 산업은행 250억원, BS저축은행 130억원, 농협 50억원 등을 대출받았고 무역보험공사에서 50억원어치의 지급보증서를 받았다.
이는 재무구조가 좋지 않았던 디지텍시스템스에게는 불가능한 대출규모다.
이 회사는 2012년 2월 자본이 없는 기업사냥꾼(적대적 기업 인수합병 전문가)에게 인수돼 이후 횡령과 매출·주가조작에 휘말렸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이 회사가 사채업자들에게 매각됐다는 풍문이 돌았다. 또 풍문을 지연 공시했다는 이유로 한국거래소(코스닥시장)에서 주식매매정지 처분을 받는 등 거액을 대출받기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업사냥꾼들은 은행별로 인맥이 넓은 브로커 8명을 고용했다. 브로커들은 산업은행과 국민은행, 금감원 등 전·현 관계자 등과 접촉해 도움을 받고 뒷돈을 건넸다.
감당하기 힘든 대출규모 때문에 디지텍시스템스는 지난해 1월 상장폐지됐다.
대출된 금액 대부분은 회수하기 어려워 금융권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상환되지 않은 금액은 산업은행 218억원, 수출입은행 220억원, 무역보험공사 50억원, 국민은행 269억원, 농협 57억원, BS저축은행 41억원 등 총 855억원이다.
검찰 관계자는 "기업사냥꾼들은 금융브로커들을 이용해 대출을 성사시킨 뒤 대출금 대부분을 미상환하는 등 시장경제를 교란시켰다"며 "이로 인해 신생 기업들이 건전하게 대출받고 회사채를 발행하며 성장할 수 있는 풍토가 형성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조종원 기자 범행구조도. <사진제공=서울남부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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