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경찰서 황산테러'…'염산→황산'으로 왜?

편집부 / 2016-04-05 11:28:28
피의자, 경찰관에 액체 뿌린 뒤 "염산이다" 밝혀<br />
국과수 분석 결과 '황산' 결론…경찰 "발표 성급했다" 사과<br />
경찰 "5일 오전 구속영장 신청할 것"
△ 관악경찰서 염산테러 현장

(서울=포커스뉴스)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발생한 화학약품 테러사건에 사용된 물질은 염산이 아닌 황산으로 확인됐다.

관악경찰서는 4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분석 결과 피의자 전모(37·여)씨가 경찰관을 향해 뿌린 화학약품이 황산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8시 45분쯤 전씨는 관악경찰서 3층 수사과 사이버팀 앞에서 박모(44) 경사를 향해 "내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다"며 보온병에 담아 온 액체(황산)를 뿌렸다.

얼굴, 목 등에 액체를 맞은 박 경사는 소리를 지르며 매우 고통스러워했다. 액체가 닿은 곳에서 거품도 일었다.

'뜨거운 물'이라고 생각했던 곁에 있던 다른 경찰관들은 수상함을 느끼고 전씨에게 "무엇을 뿌린 거냐"고 물었다. 이에 전씨는 "염산이다"라고 답했다.

문제는 이 사건을 담당한 형사과장의 발표였다. 전우관 형사과장은 이날 오후 3시쯤 "정오쯤 국과수 1차 감정결과 (액체가) 염산으로 밝혀졌다"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국과수는 오후 5시쯤 "분석 결과 황산으로 확인됐다"고 최종 발표했다.

국과수 관계자는 "감식 결과는 오후 5시에 나왔고 해당 물질은 황산이었다"고 말했다.

또 "담당경찰관과 통화하면서 (피의자 진술상) 염산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을 들어 염두에 두고 분석했을 뿐 염산이 맞다고 답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 형사과장은 "취재진이 많이 몰려 빨리 사실을 말해주려다 실수한 것"이라며 사과했다.


염산과 황산은 모두 인체에 닿을 경우 비슷한 화상을 야기하는 산성 화학약품이다. 박 경사 등 경찰관들의 치료방법에는 별반 차이가 없다.

박 경사를 치료하고 있는 양형태 한강성심병원 교수(화상외과)는 "산성 물질로 인한 화상으로 진단하고 치료하고 있다"며 "화학약품에 닿은 후 박 경사가 빨리 물로 씻어내는 등 조치를 비교적 잘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재 박 경사는 2도 화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화학약품이기에 3도 화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상태는 크게 나쁘지 않다는 진단이다.

양 교수는 "일주일 정도 치료하며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씨는 평소 박 경사에게 불만을 품고 있다 사전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경사는 지난 2013년 전씨와 관계된 사건을 담당한 바 있다.

당시 전씨는 전 남자친구가 자신을 협박했다며 관악경찰서를 찾아 전 남자친구를 정보통신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전씨의 전 남자친구에 대한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각하 처분한 바 있지만 전씨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후 지난달 초 전씨는 자신이 사는 빌라에서 아래층 이웃의 유리창을 파손한 혐의(재물손괴)로 경찰조사를 받게 됐다.

경찰의 사건처리에 불만을 품은 전씨는 경찰조사에 응하지 않으면서 2013년 자신이 전 남자친구를 고소했을 당시 친절하게 상담해준 박 경사를 찾았다.

박 경사는 전화상으로 전씨를 상담해줬지만 전씨가 매주 1~2회 등 자주 전화하자 4일 오전 "직접 와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이날 오전 8시쯤 사이버팀을 찾아 박 경사를 향해 "왜 내 전화를 받지 않았으냐"며 항의하고 오전 8시 45분쯤 염산을 뿌렸다.

상황을 지켜봐 온 김차복 사이버수사과장은 "(전씨에게) 정신이상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평소 (전씨가) 자주 전화하는 스토커 형식으로 박 경사를 찾았고 박 경사는 전화로 상담해줬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5일 오전 중 특수공무방해치상 혐의로 전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4일 오전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전모(37·여)씨가 경찰관 4명에게 황산을 뿌린 사건이 발생해 사건현장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2016.04.04 성동훈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4일 오전 서울 관악구 관악경찰서에서 전모(37·여)씨가 경찰관 4명에게 황산을 뿌린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피의자 전모(37세)씨가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16.04.04 성동훈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4일 오전 서울 관악구 관악경찰서에서 전모(37·여)씨가 경찰관 4명에게 황산을 뿌린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관악경찰서 김차복 경위가 사건 브리핑을 하고 있다.2016.04.04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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