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뷰] '4등', '은교' 정지우 감독이 말하는 또 다른 파격

편집부 / 2016-04-03 10:00:08
'4등', 만년 4등만 하는 어린이 수영 선수 준호(유재상 분)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br />
정지우 감독, '해피엔드'-'은교'에 이어 '4등' 연출

(서울=포커스뉴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 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늘 슬픈 것 /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나니. (푸시킨의 시 '삶' 中)

영화 '4등'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의 목소리로 흘러나오는 시다. 참, 어린 아이들에게도 세상 살기가 쉽지만은 않다. 영화 '4등'은 수영에 재능이 있지만, 대회에서는 만년 4등만 하는 준호(유재상 분)의 이야기가 담겼다. 준호의 엄마 정애(이항나 분)는 "준호가 맞는 것보다 4등 하는 게 더 무섭다"는 극성 엄마다. 정애는 1등을 위해 준호를 문제 코치 광수(박해준 분)에게 맡긴다.

이 정도의 줄거리를 들으면 자연스레 코치와 선수의 케미로 인한 성공담이 그려진다. 하지만 '4등'은 이를 중심에 두지 않는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심에 둔다. 광수는 과거 천재 소리를 들었던 국가대표 선수였다. 하지만 폭력 코치 박감독(유재명 분)에게 반발해 선수 생활을 접게 됐다. 하지만 광수는 준호에게도 그 몽둥이를 든다. 준호의 몸에는 멍 자국이 가득해진다.

이를 모르는 것은 기자인 준호의 아버지 영훈(최무성 분) 뿐이다. 과거 광수는 코치의 폭행을 영훈에게 폭로했었다. 영훈은 당시에 "맞을 짓을 했으니 그런 거다"며 침묵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그는 자기 아들에게 가해진 코치의 폭력을 마주하게 된다.



과정을 그리는 영화와 달리 현실의 결과는 성공에 있다. 기쁨의 날을 위해 슬픔의 여러 날을 이겨낼 줄 알아야 한다. 이를 가장 잘 아는 인물은 엄마 정애다. 1등만 기억하는 사회를 잘 알기에, 2등도 3등도 아닌 '4등'만 하는 아들에 걱정만 앞선다. 아들에게 "너는 엄마의 뭐다?"라는 질문에 "희망!"이란 답을 강요하는 모습은 낯설지가 않다.

엄마와 아이들의 디테일한 묘사는 곳곳에서 웃음을 주기도 한다. 엄마가 오는 소리에 아이가 컴퓨터 게임을 하다 급하게 끄고 바닥에 펼쳐놨던 책을 본다. 들어온 엄마는 컴퓨터 본체 위에 손을 올려보고 열을 체크한 뒤 아이를 향해 숙제 안 하고 게임했냐고 혼내기 시작한다. 한 번쯤은 겪어봤을 일이기도 하다. 이렇듯 영화는 진중한 메시지를 강요하기보다 일상 속에 툭툭 던져 놓는다.

정지우 감독은 "'4등'에 등장하는 어른들은 사회에 견디기 위해 생긴 약간의 결함이 있다"고 말했다. 엄마를 비롯해 기자인 아빠, 한때 천재였던 광수 등 모두가 그렇다. 코치는 "그때, 잡아주고 때려주는 선생이 진짜"라며 폭력을 정당화한다. 기자인 아빠는 성과 없는 선수에게 침묵했다. 준호를 둘러싼 어른들은 1등이라는 결과를 바라보며 촘촘한 지붕을 만든다.



하지만 준호가 헤엄치는 곳인 물의 이미지는 특별하다. '4등' 속에서 물은 준호가 가장 행복할 때를 보여주는 장소다. 특히 수직으로 곧게 그어진 선이 없을 때의 공간은 더욱 그렇다. 준호에게 행복은 빠른 기록을 세우기 위해 앞을 향해 빠르게 나아갈 때가 아니다. 물속에 비친 빛을 따라 자유롭게 헤엄칠 때, 준호는 가장 힘을 얻는다. 정지우 감독은 지난 1일 언론시사회에서 수영장의 의미를 직접 설명했다.

"수영장에 선을 그으면 경쟁에서 이겨야만 할 곳으로 보인다. 그런데 같은 수영장에 선을 걷어보니 완전히 다른 환경이 만들어지더라. 목욕탕 같기도 하고. 사회를 통으로 바꿀 수 는 없다. 하지만 사회 안에서도 선을 걷어서 조금만 더 행복한 판단을 할 기회를 우리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4등'에서 준호 역을 맡은 유재상 군은 실제 수영 선수를 꿈꿨던 아이다. 그는 언론시사회에서 "'4등'을 제 주변에 같이 수영하는 친구들이나 선수분들이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현실을 맞부딪혔던 한 아이의 순수한 추천이다.

정지우 감독의 작품이다. '해피엔드'(1999년), '은교'(2012년) 등의 작품을 통해 사랑에 대한 사회적 통념과 금기를 넘어서는 파격을 스크린에 담아낸 감독이다. 그런 그가 '4등'을 통해 수영장에 선을 걷어버리는 파격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아이와 어른이 나눠야 할 이야기를 남겨놓으면서 말이다. 이는 오는 4월 13일 개봉해 관객과 만난다.'4등'은 수영이 마냥 좋은 4등 수영선수 준호(유재상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진은 '4등' 메인포스터. <사진제공=프레인글로벌,CGV아트하우스>영화 '4등'에서 준호(유재상 분)이 코치 광수(박해준 분)의 훈련에 임하고 있다. 사진은 '4등' 스틸컷. <사진제공=프레인글로벌,CGV아트하우스>유재상은 '4등'에서 수영선수 준호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은 '4등' 스틸컷. <사진제공=프레인글로벌,CGV아트하우스>'4등'에서 준호(유재상 분)의 엄마(이항나 분)과 동생이 응원하고 있다. 사진은 '4등' 스틸컷. <사진제공=프레인글로벌,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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