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성매매종사자·누리꾼·법조계 반응 가지각색<br />
11년 간 지속된 논란, 그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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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매매 특별법 폐지 촉구 집회 |
(서울=포커스뉴스) ‘성매매처벌법’ 합헌 결정에 대한 논란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31일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처벌법) 제21조 1항에 대해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합헌 판결을 내렸다.
성을 산 사람은 물론 성을 판 사람까지 처벌하는 성매매처벌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헌재 결정이 나온 이후 법조계는 물론 성매매 종사자, 일반 시민, 누리꾼 등 사이에서도 합헌 판결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합헌 결정을 반기는 입장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은 수일이 지났는데도 계속되고 있다.
마치 국론이 분열된 모습처럼 비춰질 정도다.
◆ 시민 반응 '요지경'
일반 시민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제각각이다.
성매매처벌법 때문에 아동 성범죄 등 새로운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다는 지적부터 위헌 판결 시 밀어닥칠 사회적 혼란을 우려하는 의견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
택시기사 김모(49)씨는 “가끔 공항에 가는 남자 손님 중에 해외로 원정 성매매를 떠나는 사람이 있다”며 “성매매처벌법 때문에 국익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매매처벌법 때문에 각종 강력 성범죄와 아동 성범죄까지 사회적 문제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성매매처벌법 합헌 결정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대학생 김모(23·여)씨도 “점점 음지로 숨어드는 성매매를 이 상태로 그냥 방치해 각종 사회적 문제로 만들기보다는 제도권 안에서 안전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발적인 성매매를 처벌하기보다는 옛날 인신매매와 같은 잘못된 성매매 관련 범죄에 대해서만 처벌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성매매업소 밀집 지역에 사는 박모(39·여)씨는 “성매매처벌법이 행여 위헌 판결이 나서 성매매업소가 우후죽순 늘어나면 아이들 교육에 분명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며 성매매처벌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데 헌재의 판결을 존중했다.
회사원 조모(31)씨는 “성매매처벌법이 사라질 경우 성접대 문화 등 다른 문제가 터질 가능성이 있고 결국 사회적 혼란만 커질 수 있다”며 “개인의 성적 결정권을 일부 침해한다는 논리만으로 아무런 준비없이 사회적 혼란을 부추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성매매처벌법 합헌 결정에 별다른 의견이 없다는 일부 시민도 있다.
대학생 이모(21)씨는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논리와 성풍속을 해칠 수 있다는 의견 중 무엇이 옳다고 판단하는 게 쉬운 일도 아니다”며 “특별히 언급할 의견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 성매매 종사자 "이해 못해"
성매매 종사자들은 이번 헌재의 판단에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이다.
서울 강남의 한 유사성행위 업소에서 일하는 A(여)씨는 “차라리 성매매를 합법화하고 거기에 맞는 세금을 가져가면 서로가 좋은 것 아니겠느냐”며 헌재의 결정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성매매 종사자도 “어차피 성을 팔 사람들은 팔고 살 사람들은 다 산다”며 “숨어서라도 할 것 다하는 세상인데 마치 큰 죄를 지은 것처럼 법으로 처벌하는 게 너무도 싫다”고 털어놨다.
인천 남구 숭의동 ‘옐로우하우스’(성매매업소 밀집지)에서 일하는 성매매 종사자 일부는 노골적인 불만을 털어놨다.
옐로우하우스는 남구가 환경개선을 통해 성매매 집결지 자진폐쇄를 유도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업주 B(여)씨는 “옐로우하우스를 떠나더라도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 정말 막막하다”며 “내심 헌재의 위헌 판결을 기다렸지만 합헌 결정이 난 이상 이제 떠날 곳도, 해야 할 것도 다 잃어버린 심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주 C(여)씨는 “성매매처벌법이 위헌이라 하더라도 성매매는 세상 사람들이 다 손가락질 하는 일”이라며 “우리는 이번 합헌 판결로 범죄자라는 꼬리표까지 달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 '찬(贊) vs 반(反)' 누리꾼 반응
누리꾼들의 반응은 찬반으로 극명하게 나뉜다.
SNS 등에서는 성매매처벌법에 대한 합헌 판결에 대한 강한 비난까지 나타나고 있다.
아이디 wides******는 “성매매 처벌은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인권침해로써 북한에서 자행하는 정치범 처벌만큼 악랄한 인권침해”라며 “UN에 이 문제를 제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joll*****과 kwan****는 각각 “간통죄는 위헌, 성매매처벌법은 합헌. 가정파탄은 되고 자발적인 성관계는 안 된다는 것이냐”, “건전한 성풍속과 성도덕을 위해 성매매 대신 간통을 하라” 등이라며 지난해 위헌 판결을 받고 폐지된 간통죄와 연관지은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합헌 결정을 지지하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anbin******는 “노동권이나 생존권이라는 포장 하에 결국 성매매가 인간의 본성이기에 옹호하는 보수파들이 흔히 범하는 전형적인 자연주의의 오류”라며 합헌 결정을 비난한 누리꾼들을 지적했다.
puha****는 “예기치 못한 상황 빼고 혼전순결했으면 좋겠다”며 성매매에 대한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이밖에도 다양한 누리꾼들의 의견이 인터넷상에서 쏟아지고 있다.
pure****는 “미국은 네바다주를 제외한 대부분 주가 성매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실제로 단속하거나 처벌하지 않는 주가 많다. 유럽은 대부분 국가가 여성의 자발적 성매매를 합법으로 본다. 일본은 성매매가 불법이지만 업주 외 성매매 여성은 처벌하지 않는다. 중국과 대만은 불법이다”며 세계 각국의 성매매 관련 정보를 게시해 눈길을 끌었다.
◆ 법조계 '갑론을박'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성매매처벌법 합헌 결정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앞서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이은경)는 헌재 선고 직후 성명을 발표해 “성매매는 금전을 매개로 인간의 성을 상품화하고 거래대상화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임이 분명하다”면서 “성매매처벌법 관련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여성변회는 성매도인의 행위를 합법화할 경우 자금과 노동력의 왜곡된 흐름으로 산업구조의 기형화, 청소년의 성매매 유입에 따른 미래세대의 건전한 성장방해, 성매도인의 탈성매매 및 보호·자립자활 지원을 위한 사회적 비용 증가 등 사회적 문제가 야기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매매는 금전을 매개로 이뤄지는 지배관계로서 성매수인이 경제적 대가를 지급했다는 이유로 성매도인의 성과 인격에 대한 지배권을 가지게 돼 대등한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성적자기결정권의 문제로 볼 수 없다”면서 “재산적 이익을 대가로 한다는 점에서 내밀한 성적영역으로만 파악할 수 없고 사생활의 비밀과 보호의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위원장 조숙현)는 지난 1일 논평을 통해 “성착취 피해자인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민변 여성인권위는 “정부는 성매매여성에 대한 비범죄화 조치를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로부터 권고받은 바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가 성매매여성에 대한 처벌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것은 국제적인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성매매는 본질적으로 남성의 성적 지배와 여성의 성적 종속을 정당화하는 수단이자 성매매 여성의 인격과 존엄을 침해하는 행위이므로 여성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라 보호의 대상이 돼야 한다”며 “성매매 여성에게는 성착취 피해자로서 적절한 지원과 보호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성매매 예방교육, 성매매로 인해 막대한 수익을 얻는 제3자에 대한 제재와 몰수·추징 등 방법으로 성산업 자체를 억제하는 정책이 피해자인 성매매 여성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고도 성매매 근절이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적합한 정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왜 성매매처벌법은 합헌인가
자발적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도록 규정한 성매매처벌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지난달 31일 나왔다.
헌재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처벌법) 제21조 1항에 대해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심판대상이 된 조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최근 우리 사회에 성에 관한 문제를 법으로 통제할 사항이 아니라는 인식이 커져가고 있지만 성의 자유화·개방화 추세가 성을 사고파는 행위까지 용인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비록 개인의 성행위 자체는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에 속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외부에 표출돼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을 해칠 때에는 마땅히 법률의 규제를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매매를 처벌함으로써 건전한 성풍속 및 성도덕을 확립하고자 하는 성매매처벌법 제21조 제1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다”면서 “성매매를 형사처벌함에 따라 성매매 집결지를 중심으로 한 성매매 업소와 성 판매 여성이 감소하는 추세이고 성 구매 사범들도 역시 처벌사실을 안 이후 자제하게 됐다고 설문에 응답하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성 판매자 형사처벌에 대해서는 “성 판매행위를 비범죄화해 처벌하지 않을 경우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성매매 공급이 더욱 확대될 수 있고 성매매를 원하는 자들에게 쉽게 접근할 길을 열어줄 위험성이 있다”면서 “불법적인 인신매매 등을 통해 성매매 시장으로 유입된 여성에게 합법적 성 판매를 강요하는 등 성매매 형태가 조직 범죄화될 가능성도 있고 성 판매 여성의 인권 향상은커녕 오히려 탈성매매를 어렵게 만들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성매매 여성에 대한 차별과 낙인, 생활보장, 인권침해 문제는 성매매를 노동으로 인정하거나 성 판매를 비범죄화해 해결할 것이 아니라 성을 판매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문화적 구조와 의식 변화가 우선 과제”라며 “성매매처벌법은 위계 등에 의해 성매매를 강요받은 성매매 피해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하지 않고 보호처분하는 등 보완장치도 마련해놓고 있는 만큼 성판매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과도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성매매 행위에 대해 국가가 적극 개입해 지켜내고자 하는 사회 전반의 건전한 성풍속과 성도덕이라는 공익적 가치는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 등과 같은 기본권 제한의 정도에 비해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면서 성매매처벌법 제21조 1항은 법익균형성에도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불특정인을 상대로 한 성매매와 특정인을 상대로 한 성매매는 건전한 성풍속 및 성도덕에 미치는 영향, 제3자의 착취 문제 등에 있어 다르다”면서 “불특정인에 대한 성매매만을 금지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 소수의견은
‘일부 위헌’ 의견을 낸 김이수·강일원 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성구매자에 대한 처벌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점은 다수의견과 같다”면서도 “성판매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는 과도한 형벌권”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판매자 처벌은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되지 않는 것은 물론 침해최소성에도 반하고 법익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된다”면서 “다만 이는 성매매 자체를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거나 사회적 유해성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며 성구매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성판매자에 대한 형사처벌과 달리 위헌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전부 위헌’ 의견을 낸 조용호 재판관은 성매매처벌법 제21조 1항이 성을 사고 판 사람 모두의 성적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해 헌법에 위배된다고 봤다.
조 재판관은 “성인 간의 자발적 성매매는 본질적으로 개인의 사생활 중에서도 극히 내밀한 영역에 속하고 그 자체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건전한 성풍속 및 성도덕에 해악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체장애인, 홀로된 노인, 독거남 등 성적 소외자는 심판대상조항 때문에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성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11년 간 지속된 논란
지난 2004년 3월 제정된 이 조항은 지난 11년간 꾸준히 위헌 논란을 일으켰다.
헌법소원이 제기된 것만 7번이나 된다.
위헌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해당 조항이 성매매 여성의 직업 선택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또 착취나 강요 없는 성인 간의 성행위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부당할 뿐만 아니라 성매매처벌법의 실효성도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합헌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성매매를 사적 영역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성매매처벌법이 폐지될 경우 성매매 산업의 확산을 막을 근거가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12년 12월 서울북부지법은 13만원을 받고 성매매를 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의 신청에 따라 해당 조항의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당시 법원은 “건전한 성풍속 확립을 위해 성매매를 전면적으로 금지한 것은 정당하다”면서도 “착취나 강요 등이 없는 자발적 성매매 행위를 교화가 아닌 형사처벌하는 것은 국가형벌권의 최후수단성을 벗어나 적절한 수단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제청 이유를 밝힌 바 있다.
한편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처벌법)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매매피해자보호법)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번 헌재의 심판대상 조항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기 때문에 약칭인 성매매처벌법으로 표현해야 맞지만 일반적인 의미에서 성매매특별법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지난해 9월 23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성매매 종사자 모임 '한터전국연합회' 회원들이‘성매매 특별법 폐지 촉구’ 집회를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유근 기자 헌법재판소의 자발적 성매매 처벌 규정 합헌 결정이 내려진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터 관계자가 기자회견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6.03.31 양지웅 기자 <사진출처=픽사베이>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헌법재판관들이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특별법) 제21조 1항에 대한 위헌성을 심판하고 있다. 2016.03.31 양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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