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형상 이미 탈락 확정된 필리핀 분전으로 최종예선 진출
(서울=포커스뉴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4위 북한과 135위 필리핀.
FIFA 랭킹이 전력의 모든 것을 대변하진 않는다. 하지만 역대 월드컵 본선에도 두 차례 출전했던 북한은 29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세계 축구의 변방 필리핀에게 역전패를 당해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진출이 좌절됐다.
축구에서 약팀에게 역전패는 얼마든지 당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북한의 역전패는 월드컵 최종예선이 좌절되었다는 단순한 승패 논리로만 받아들이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은 월드컵이나 아시안컵 같은 큰 무대가 아닌 이상 A매치를 거의 치르지 않는다. 때문에 필리핀과의 상대 전적 표본도 크지 않다. 많지 않은 표본이지만 어쨌든 북한은 이번 경기 이전까지 필리핀과의 상대전적에서도 1승 1무로 앞서 있었다.
북한은 필리핀과의 2차예선 원정경기에서 승리를 눈 앞에 두고 있었다. 적어도 후반 경기 종료 6분을 남겨놓은 시점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후반 39분과 45분 오트와 램지에게 각각 연속골을 내주며 역전패했다.
필리핀은 어차피 이 경기에서 승리해도 최종예선에 진출할 수 없는 상태였다. 동기부여가 있을리 없는 경기였다. 하지만 북한은 허무하게 경기 막판 2골을 내주며 패했고 그것으로 최종예선 진출도 좌절됐다.
H조 2위를 차지한 북한은 각 조 2위 중 성적이 좋은 4팀에게 주어지는 와일드카드를 놓쳤다. 이라크, 시리아, 아랍에미리트(UAE), 중국이 와일드카드로 최종예선에 합류했다. 북한은 2위팀들 중 5위로 아쉽게 탈락했다. 필리핀전에서 그대로 2-1로 승리했다면 2위들 중 가장 좋은 성적으로 최종예선에 합류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북한이 필리핀에게 덜미를 잡히며 반사이익을 누린 팀은 중국이었다.
스포츠와 정치는 분명 무관하지만 북한의 덜미를 잡은 팀이 필리핀인데다 북한이 패하면서 이득을 본 팀이 중국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커다.
최근 북한은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이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지난 3일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로부터 제제를 당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모든 무기 거래가 금지된 것은 물론 모든 해외 입출입 화물이 검색되고등의 제제를 받고 있다.
이 같은 결의 이후 북한의 선박이 최초로 몰수되는 사례가 발생한 곳이 바로 필리핀이었다. 필리핀 당국은 지난 5일 북한 선박 진텅호를 몰수했다.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국적의 선박으로 등록됐지만 실제로는 국적을 세탁한 북한 선박이었다. 필리핀으로서는 UN 안보리 결의를 준수했을 뿐이지만 이로 인해 북한과 필리핀이 껄끄러운 관계에 놓이게 된 것은 사실이다.
북한의 필리핀전 패배로 중국이 그 혜택을 누렸다는 점은 더욱 흥미롭다. 잘 알려진 바대로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현재 최악의 상황이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집권 초기부터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및 핵실험 등으로 분노했던 경우가 수 차례다.
지난해 9월 중국에서 열린 열병식에 김정은이 최고 예우를 요구한 뒤 받아들여지지 않자 참가하지 않은 점도 시 주석이 김정은 위원장을 좋게 볼 수 없는 이유다. 중국통으로 알려진 장성택의 처형을 북한이 중국에 미리 알리지 않았던 점 정도는 약과다.
러시아와 더불어 북한의 몇 안되는 우방 중국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화해 혹은 해명을 하지 않은 적은 없다. 하지만 이마저도 깔끔하게 마무리 됐던 기억은 별로 없다. 중국 베이징에서 공연을 계획했던 모란봉 악단 역시 미묘한 감정차를 좁히지 못하며 공연없이 귀국했다.
중국은 축구팬을 자처하는 시진핑 주석으로 인해 클럽 축구 레벨에서 엄청난 발전을 이루고 있다.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클럽들은 세계적인 선수들을 앞다퉈 영입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막대한 투자가 대표팀 전력 향상으로까지 연결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북한의 도움이 없었다면 자칫 최종예선 무대조차 밟지 못할 뻔 했다.
물론 북한이 패했어도 중국이 카타르전에서 패했다면 중국의 최종예선행을 불가능했다. 하지만 북한이 승리하면 중국은 카타르에 승리해도 최종예선 티켓을 북한의 몫이었다. 중국의 마지막 경기가 조 1위 카타르전이었음을 감안할 때 중국이 승리하지 못할 가능성도 컸다.
하지만 중국은 전후반 1골씩을 넣으며 승리했고 15분 먼저 시작한 북한과 필리핀간의 경기가 종료된 시점에서는 1-0으로 카타르에 리드하고 있었다. 결국 필리핀전에서 북한은 믿을 수 역전패를 당했고 중국은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했다.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북한과 중국간의 관계에 있어 북한이 최고의 화해 선물을 선사했다는 일각의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와 결코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 진출한 12개국. <사진출처=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트위터>북한이 3월29일 오후(한국시간) 필리핀 마닐라 리잘 메모리얼 풋볼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리핀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2차예선 H조 8차전 마지막 경기에서 2-3으로 역전패했다. <사진출처=아시아축구연맹 공식 인스타그램>중국이 3월29일 오후(한국시간) 중국 시안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아시아지역 2차예선 C조 최종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사진출처=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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