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66만 달러 기부했던 코카콜라, 올해는 7만5000달러만 내기로
(서울=포커스뉴스) 미국 대기업들이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그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 전하고 있다. 고민하는 이유는 이번 전당대회가 많은 여성, 흑인, 히스패닉을 적으로 만들어 놓은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로 지명될 것이 확실한 행사이기 때문이다.
운동 단체들은 수십 년 관행인 전당대회 후원을 이번 공화당 집회에 한해 거부하라고 기업들에 압력을 넣고 있다. WSJ가 로비스트, 컨설턴트, 기금 모금자 수십 명에게서 알아낸 바에 따르면, 일부 기업과 업종단체가 공화당 전당대회를 후원하는 정도를 줄일지 말지를 은밀히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오는 7월 18~21일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릴 전당대회를 앞두고 애플, 구글, 월마트는 후원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전당대회 때 시위나 폭력사태가 빚어지면 그곳이 대번 전국적 관심의 초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얼마 전 자기가 후보로 지명되지 않으면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클리블랜드 시 당국은 사태가 심상치 않으리라고 보고 최근 경찰용 진압복 2000벌을 새로 주문했다.
지난해 공화당 전당대회 개최지로 선정되자 이 행사가 도시 재탄생의 상징이 될 것이라며 반색했던 클리블랜드 시에 대기업의 후원 감축은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당대회 주최위원회는 이 행사를 위해 6400만 달러(약 730억 원)를 모금한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공화당의 모금 컨설턴트 칼라 유디는 “기업 쪽 사람들과 이야기해 보니 ‘우리는 매년 어떤 수준으로건 전당대회에 참여해 왔는데 올해는 안 하기로 했다’고 하더라”고 WSJ에 밝혔다.
2012년 공화당 전당대회에 15만 달러를 기부한 월마트는 올해 행사에도 기부할지를 결정하지 못했다. 사회공헌팀장인 댄 바틀렛 전무는 “아직 어떤 결정도 하지 않았다”며 트럼프가 뜨기 전부터 월마트는 행사 참여 축소를 논의해 왔음을 강조했다.
2012년 전당대회에 66만 달러를 기부했던 코카콜라는 올해 고작 7만5000달러만 내놓기로 했다. 이 회사 대변인 켄트 랜더스는 기부금을 대폭 줄인 이유를 밝히기를 거부했다. 하지만 회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WSJ는 그것이 흑인 민권 단체 ‘컬러오브체인지’의 압력 때문임을 알아냈다. 이 단체는 코카콜라와 여타 기업들을 수신자로 하는 “공화당 전당대회를 후원하지 말라”는 청원서에 10만 명의 서명을 받았다. 그 청원서에 따르면 전당대회에 기부하는 것은 트럼프의 “가증스럽고 인종주의적인 언설”을 지지하는 것과 같다.
‘컬러오브체인지’의 사무총장 라샤드 로빈슨은 “이 회사들은 지금 선택해야 한다. 코카콜라 때문에 폭동이 일어나도 좋은가?”라고 반문했다. 상황은 코카콜라에 특히 미묘하다.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코카콜라는 소수 집단들에 잘 보이려고 수십 년 간 상당한 자원을 쏟아 왔다.
‘클리블랜드 2016 주최위원회’ 대변인 에밀리 라우어는 모금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녀는 기업과 여타 기부자들이 이미 목표액 6400만 달러 중 5400만 달러를 내기로 약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당대회를 준비 중인 공화당 고위 관계자는 만약 트럼프가 지명되면 기부자들이 기부금 약정을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부금도 기부금이지만 기업들이 정작 더 고민하는 것은 △전당대회에 임원들을 참석시킬지 여부 △공화당의 다른 후보들에게 유리한 주변 행사에 은밀히 돈을 댈 수 있을지 여부 △통상 전당대회에 맞춰 주변에서 열리는 음악회들에 회사 로고를 노출할지 여부 등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트럼프 추종자들과 반대자들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양쪽 모두와 거리를 둔 채 줄타기를 해 온 미국 기업에 껄끄러운 문제다.
코카콜라를 집중 공략해 온 ‘컬러오브체인지’는 현재 히스패닉, 무슬림, 여성인권 단체 등과 연합해 구글, 시스코, AT&T와도 접촉해 전당대회 후원 약속을 철회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여성권익 단체 ‘자외선’의 설립자 겸 사무총장 니타 쵸다리는 기업들이 “가장 사회적으로 진보적인 것으로 보이려고 서로 경쟁하면서” 많은 공화당 주지사들이 동성애자 권리를 놓고 재계로부터 압력을 받았다면서 “그렇지만 이 나라에서 여성과 유색인에게 도널드 트럼프보다 더 큰 위협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시스코와 AT&T는 과거 공화·민주 양당 전당대회에 기술적 지원을 했던 것에 준해 올해에도 같은 현물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항공사들과 방송사들을 포함한 업종 단체들은 올해 양당 전당대회에서 그들의 역할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기업으로부터의 후원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닉슨 시대 이래 처음으로 올해 전당대회에 국고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 것도 각 정당이 기부금 모금에 더 매달리게 만들고 있다.
전당대회는 흔히 적자다. 2012년 당시 지명자 밋 롬니의 선거캠프가 플로리다 주 탐파에서 열린 전당대회 비용을 충당하려 모금에 매달렸으며, 2004년 공화당이 뉴욕에서 전당대회를 열었을 때 당시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가 전당대회 적자 2백만 달러를 메우라며 개인 수표를 끊어주어 통 큰 정치인이라는 칭찬을 들었다.오는 7월 18~21일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릴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의 퀴큰론즈 체육관.(Photo by Mike Lawrie/Getty Images)2016.03.31 ⓒ게티이미지/이매진스 2012년 8월 30일 열린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회합에서 밋 롬니가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고 있다.(Photo by Chip Somodevilla/Getty Images)2016.03.31 ⓒ게티이미지/이매진스 시위대와 대치중인 클리블랜드 경찰. 시 당국은 오는 7월의 공화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최근 경찰용 진압복 2000벌을 새로 주문했다.(Credit: Ricky Rhodes) 2016.03.31 ⓒ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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