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 선배님처럼 되고 싶은 마음"
(서울=포커스뉴스) 이태환은 '수색역'의 촬영을 "반 다큐멘터리"라고 표현했다. 대사 속에 많이도 등장하는 욕설을 입에 붙이려 무던히도 애썼다.
극 중 캐릭터를 위해 실제로 머리를 밀었고, 다리를 못 쓰게 된 인물을 이해하려 연습 때부터 바닥을 기어 다니고, 연습 때부터 보조 장치를 착용한 채 임했다. 이태환의 민낯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드러날 수 있었던 이유다.
'수색역'은 이태환이 3년 전에 촬영한 작품이다. 그리고 웹드라마 '방과 후 복불복'이후 필모그래피에 두 번째로 올린 작품이기도 하다. 캐스팅 과정은 정직했다. 오디션을 통해서다. '수색역'을 연출한 최승연 감독은 이태환의 오디션을 5차, 6차까지 봤다고 기억했다. 오디션이 길어진 것은 가능성을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오디션이 없었다면, 제가 그렇게까지 열심히 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어요. 2013년에서 2014년으로 넘어가는 문턱이었어요. '방과 후 복불복'은 회사에서 제작한 웹 드라마였고, 서프라이즈 멤버(서강준, 공명, 유일, 강태오)와 함께 했어요. 반면, '수색역'은 처음으로 저 혼자 싸워서 연기한 작품이죠. 생애 첫 영화기도 하고. 그때 '좀 더 잘 알았다면'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래도 윤석(맹세창 분), 상우(공명 분), 호영(이진성 분)이가 있었기에 뿌듯함도 크네요."
이태환은 '수색역'에서 원선 역을 맡았다. 그는 윤석, 상우, 호영과 한동네에서 자란 친구다. 무리 중 싸움을 가장 잘하는 우두머리기도 하다. 하지만, 뜻하지 않는 사고 후, 하반신 장애를 갖게 되는 친구기도 하다. 극과 극의 감정을 오가는 것에는 정말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초반에는 네 친구가 웃고 떠드는 장면이라 즐겁게 촬영했어요. 그때의 원선이는 '친구'에서 유오성 선배님의 모습을 참고했었죠. 사고 이후에는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어요. 하반신을 다친 분들의 마음에 다가가려고 노력했어요. 그 모습을 촬영할 때는, 일상에서도 다운되더라고요. 실제로 바닥을 기어 다녀 보기도 하고요."
촬영이 아닌 리딩 연습 때도 보조기구를 착용한 채 임했다. 이태환은 "보조기구를 착용하면 스스로 몸에 통제가 안 되잖아요. 동작이나 표정 같은 작은 디테일을 표현해야 하는데, 그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라고 당시를 회상한다. 그의 다큐멘터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머리를 실제로 밀기도 했다. 가발을 쓰지 않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었다.
"처음에는 머리가 좀 길었잖아요. 원선이가 사고 후에 머리를 잘라야 하는데, 직접 자르는 게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변하는 부분이니까. 실제로 자르면, 거기서 느껴지는 게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감정적으로 이입할 부분도 생기고. 생전 처음 머리를 밀었죠. 어색하긴 했는데, 후회는 없었어요.
"기교라고 하나요? '수색역'에서는 그런 게 없었던 것 같아요. 원선이가 자해하는 장면이 있어요. 감정 이입할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손목에 진짜 자국이 나 있더라고요. 물론 칼날 없이 플라스틱 모형으로 안전하게 촬영했지만요. 그 정도로 최선을 다했던 작품인 것 같아요. 관객이 알 수 없는 감정이라도 가슴에 남았다면, 전 그걸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승연 감독 역시 이태환을 "진짜 착한 친구"라고 소개한다. "진짜 여동생 있으면 소개해 주고 싶은 사람"이라고 강조하며 말이다. '수색역'의 원선을 보면 "이태환에게 이런 면이?"라는 말을 자연스레 꺼내게 된다. 숨을 멈추고, 그가 실제로 지른 소리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감추어두고 싶었을지 모를 민낯인지 모른다.
"저는 좀 희열을 느꼈어요. 관객들에게도 '잘해다, 멋있다'보다는 '또 다른 면을 봤다, 제 안의 민낯을 봤다'는 말을 개인적으로는 듣고 싶어요. 저도 몰랐던 모습이거든요. 그렇게 감정을 터트리고, 제가 지를 수 있는 만큼 질러본 게 다음 작품에서도 도움이 돼요. '돌아와요 아저씨'에서도 그렇고요. 제 틀을 깨니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된 거죠. 그런 면에서 너무 감사함을 느껴요."
이태환을 만난 것은 '수색역'의 뒤풀이가 있던 소란한 호프집이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공손히 답변하고, 계속해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착하게 살기 안 지치냐는 질문이 자연스레 나왔다. 그는 장난기 섞인 말투로 "지쳐요"라며 말을 이어간다.
"지친다기보다 머릿속으로 생각을 해봤어요. 일탈에 대한 욕심이 생길 때도 있어요. 그런데 이게 저예요. 지금도 지장은 없거든요. 호기심은 생겨요. '어떻게 달라졌을까'하는 의문이죠. 그런데 바꾸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대신 연기할 때,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잖아요.(웃음)"
이태환은 차승원을 롤모델로 꼽는다. 대선배고, 단순히 멋있는 외모 때문은 아니다. "차승원 선배님께 코믹 연기도 하시고, 로맨틱 연기도 하시잖아요. 그러면서 액션과 카리스마 있는 연기도 너무 잘 소화하시고요. 그게 너무 멋있어요. 어떤 장르의 캐릭터라도 '어떤 모습을 보여주실까'하는 기대감이 있어요. 그런 면에서 제가 걷고 싶은 배우의 모습인 것 같아요."오는 3월 31일 개봉하는 영화 '수색역'에서 원선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이태환. <사진제공=판타지오>이태환은 오는 3월 31일 개봉하는 영화 '수색역'에서 원선 역을 맡아 무리 중 우두머리의 모습부터 하반신 장애를 겪는 모습까지 폭 넓은 연기를 펼쳤다. 사진은 '수색역' 스틸컷. <사진제공=영화사 만화경>오는 3월 31일 개봉하는 영화 '수색역'에서 원선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이태환의 일상 모습. <사진제공=이태환 인스타그램>오는 3월 31일 개봉하는 영화 '수색역'에서 원선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이태환. <사진제공=판타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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