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이동 길목 장악 돈 벌고 현지에서 전사 모병(募兵)
(서울=포커스뉴스) 리비아 북부 해안도시 시르테를 장악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짭짤한 수익을 보장하는 사람 밀수 통로를 장악했으며 돈이 떨어진 난민 청년에게 거액의 보수를 제시해 이들을 속속 IS에 가담시키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가 28일(현지시간) 리비아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현재 발칸 통로가 막힌 상태이기 때문에 시르테에서 출항하는 ‘리비아→지중해→이탈리아’ 통로를 이용하는 난민은 앞으로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은 터키에 거액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터키를 거쳐 그리스에 들어온 난민을 터키로 되돌려 보내기로 최근 터키와 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터키에서 에게해를 건너 그리스로 들어가려고 작정하고 있던 난민 가운데 많은 사람이 그리스행을 포기하고 북아프리카를 거쳐 이탈리아로 가는 경로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IS는 북아프리카에서 사막·바다를 통하는 사람 밀수 통로를 운영하면서 상당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리비아 관리들은 말한다.
IS 전사(戰士)들은 지중해 연안의 리비아 중심 도시 시르테 주변 200㎞를 길쭉하게 장악한 상태에서 서부 도시 사브라타에서 전사를 양성하는 훈련소를 운영한다. 그런 가운데 그들이 통제하는 지역을 통과하려고 끝없이 밀려오는 난민 가운데 젊은 남자들을 모병(募兵)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은 튀니지 국경에서 약 100㎞ 떨어진 사브라타 훈련 캠프들을 폭격했다. 그리고 이어 현지의 다른 무장 세력이 이들 캠프를 공격했다. 그러자 튀니지에서 건너와 훈련소에 입소하던 사람의 수가 줄었다. 이 바람에 인력 부족에 빠진 IS는 모자라는 인원을 채우라며 자체 ‘모병관(募兵官)들’을 닦달하고 있다. IS 모병관들은 돈이 떨어진 난민들에게 고액 봉급을 약속하며 그들을 검문소와 전초 기지에 배치하고 있다. 이런 곳은 여차하면 미군 등의 공격을 받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 지역이다.
난민 위기 덕분에 돈을 버는 리비아의 사람 밀수꾼들에게 난민을 소개하는 일을 하는 한 가나 남자는 “IS가 최대 월 130만 원의 보수를 제시하며 전사를 충원한다”고 더타임스에 말했다.
여행자 가운데 많은 사람이 니제르나 차드에서 사하라 사막을 건너 리비아 남부 카트룬에 도착한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사람 밀수꾼에게 국경을 넘게 해 주는 대가로 최대 50만원을 지급한다.
여기서 북쪽으로 더 여행할 경비를 어떻게든 장만해야 하지만 여행자의 다수는 일단 사브하 같은 도시에서 휴식에 들어간다. 여기서 지치고 돈이 떨어진 사람들은 종종 몸값을 노리는 폭력단의 먹잇감이 된다. 일부는 꾐에 넘어가 IS에 가담하는데, 그렇게 하면 무엇보다 해안까지 공짜로 교통편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한 봉급, 보호, 숙소를 제공하겠다는 IS의 약속도 그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트리폴리에서 동쪽으로 56㎞ 떨어진 가라볼리의 유치장에 구금돼 있는 나이지리아 출신 이주자 아담은 IS의 제안을 수락한 많은 개인들을 그가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사막을 건넜다. 그들은 절박하다. 누군가가 다가와 그들에게 많은 돈을 제시한다. 그러면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것을 받는다”고 그는 말했다.
IS에게 시르테에서 집을 빼앗기고 도망 나온 리비아 사람들도 모병 과정에 관해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에 따르면 IS 점령지 주변의 많은 검문소에는 무장이 변변찮은 나이지리아, 소말리아, 차드, 이집트 출신 전사들이 배치돼 있다.
시르테에서 축산업을 하다 도망 나왔다는 한 남자는 “그들 다수는 돈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우리는 그들이 한 달에 2000 리비아 디나르(약 55만원)를 받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이 IS와 싸우다 전사한 뒤 미스라타로 도망갔다고 말했다. 그는 “IS는 시르테의 농장들을 방문해 그곳의 이주 노동자들에게 ‘여러분이 여기서 받는 돈의 3배를 주겠다’고 말한다. 그것이 그들이 모병하는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IS 내부에 첩자를 심어 놓았다는, 리비아 서부의 군 정보장교들은 리비아 중앙에 있는 해안 도시 시르테를 IS가 선택한 것은 전사 모집을 위한 절박함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리비아 군 정보 책임자 이스마일 쇼우크리 대령은 “그곳은 바닷가에 있지만 남부 국경지대로 곧바로 이어지는 도로를 끼고 있다. 전략적으로 그들은 그들의 작전에 부응하는 올바른 선택을 했다”면서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인들은 더 나은 삶을 찾아 이곳에 일하러 온다. IS는 그들에게 최대 2000 디나르를 지급하고 있다. 그 정도 돈은 그들이 다른 데서는 만져볼 수 없는 액수다”고 말했다.
리비아 중부의 IS 격퇴 작전 책임자인 마무드 자그힐 준장은 “그들의 주된 전사 조달지는 튀니지이지만 그곳은 현지 군대와 미군 공습의 표적이었다”면서 “이제 그들은 남부 지역의 다른 곳에서 활동하려고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시르테의 전략적 위치는 IS가 총기·마약 밀수를 통해 돈을 버는 데 편리하다. 그리고 이곳은 유럽으로 건너가려 밀려드는 난민의 절박함을 이용하기 좋은 곳이다. 쇼우크리 대령은 “지난 주 배 한 척을 검문했더니 그 안에 시르테를 떠나 지중해를 건너는 것을 허락 받은 난민 100명이 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독립적인 개인이든 아니면 IS 소속이든 사람 밀수꾼들은 리비아에서 이탈리아 람페두사까지 가는 위험한 쪽배 또는 고무보트 밀항선의 운임으로 1명 당 최대 200만원을 걷는다. 이들이 사람 밀수를 위해 들이는 비용이라고 해 봤자 낡은 배와 해안을 따라 있는 안전 가옥이 전부다. 이처럼 최소의 비용을 들이면서도 밀수꾼들은 사람 밀수 1 항차(航次)에 최대 5억 원을 번다.
EU 국경관리 기구 프론텍스에 따르면, 이 사업은 IS에게 노다지다. 지난해 에리트레아, 나이지리아, 소말리아 사람이 주축을 이룬 난민 약 15만3000명이 리비아를 거쳐 이탈리아로 건너갔다. 그것은 시리아 사람들이 동(東)지중해 통로로 이동했기 때문에 전년보다 약 10% 줄어든 수치였다.
하지만 발칸통로가 봉쇄된 데다 리비아에서 무법천지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리비아에서의 사람 밀수는 늘어날 전망이어서 IS의 수입은 그만큼 짭짤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람 밀수꾼들은 또 올해 계절에 맞지 않게 좋은 날씨 덕분에 예상보다 일찍 대규모 해상 운송을 시작하고 있다.
이탈리아 내무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이탈리아에 도착한 난민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만75명보다 대폭 늘어난 1만3829명이다. 리비아 이민국 관리 모하메드 스웨이브는 “올해에는 지난해의 2배에 이를 것 같다. 해안선과 남쪽 국경을 모두 이으면 6000㎞인데 그것이 모두 개방돼 있다”고 말했다.
리비아의 밀수꾼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지중해를 건너려고 대기 중인 “수천 명”이 있다면서 그들로서는 대목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더타임스에 말했다.
이에 유럽은 긴장하고 있다. EU의 외교정책 책임자 페데리카 모게리니는 올해 리비아에서 45만 명이 바다를 건널 것 같다고 말했다. 장-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국방장관은 24일 그 수가 80만 명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이는 지난해의 5배다.
IS가 난민뿐만 아니라 전사들까지 지중해를 통해 밀항시켜 유럽에서 분탕질을 치지 않을까 하는 공포도 있다. 리비아의 한 병사는 “시르테의 주(主) 항만에 그들이 ‘여기서 우리는 유럽으로 진격한다’라는 슬로건을 써 놓았다”며 “서방은 그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북아프리카를 떠나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 섬으로 향하는 난민선.(Photo by Marco Di Lauro/Getty Images)2016.03.29 ⓒ게티이미지/이매진스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 섬에 무사히 도착한 난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부두에 모여 서 있다.(Photo by Tullio M. Puglia/Getty Images)2016.03.29 ⓒ게티이미지/이매진스 북아프리카를 떠나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 섬을 향해 가다 배가 전복돼 사망한 사람들의 시신을 담은 관이 람페두사 공항의 비행기 격납고에 줄지어 놓여 있다. (Photo by Tullio M. Puglia/Getty Images)2016.03.29 ⓒ게티이미지/이매진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