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4·13 르포> 충북 '정치1번지' 청주 육거리시장에 가다

편집부 / 2016-03-25 06:00:29
정치 혐오 심각…그래도 박 대통령은 후한 평가<br />
더불어민주당 '경제 심판론' 먹혀들지 관건<br />
충북 '반기문 대망론' 아직 열광적이진 않아<br />
지역 이익 극대화하는 쪽에 투표하는 충청민들

(청주=포커스뉴스) 충북 청주, 그중에서도 상당구는 충청북도의 '정치 1번지'로 통한다. 충북도청과 청주시청이 모두 상당구에 있기 때문이다.

청주상당 선거구에 위치한 육거리시장은 선거철이 될 때마다 정치인들이 서민들의 민심을 얻기 위해 가장 먼저 들르는 '정치 명소'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도 후보자 신분으로 이곳을 찾았다.

<포커스뉴스>는 23일 대전에 이어 지난 24일 충북도민들의 민심을 취재하기 위해 육거리시장을 찾았다. 다만 청주 상당구가 여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라는 점을 감안, 추가로 흥덕구에 있는 가경터미널시장과 대형마트 일대를 돌며 민심을 담아봤다.


◆ 정치 혐오 심각해도 박근혜 대통령은 '예외'

청주 여론은 '정치 무관심'을 넘어 '정치 혐오'로 흐르고 있었다. 취재진이 총선을 앞두고 충청북도의 민심을 알아보려고 찾아왔다고 밝히자 시장 상인들은 "정치가 싫다"며 인터뷰를 거절하기 일쑤였고, 국회의원들을 향해 육두문자를 내뱉기까지 했다.

"어휴, 올해는 투표 안해, 올핸 아예 안해"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어느 옷가게 상인은 어떤 정당을 지지하냐고 묻는 기자에게 이같이 답했다. 그는 "지금 정치판 좋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어딨냐"며 핏대를 세웠다.

새누리당의 친박·비박계 공천 파문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의 비례대표 논란, 국민의당 지도부 균열 등 총선을 앞두고 터져나오는 갈등에 그는 "세상에 그렇게 싸우는 놈들이 어딨냐"며 "국민들을 어떻게 해서 잘 살아보게 만들려는 게 아니라 지들 금배지 달려고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사람들이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육거리시장 이용객 양희직(79)씨 또한 "국회가 요즘 소란스러워서, 왔다갔다 싸우기만 하고 결정을 못하고 있다"며 19대 국회에 대해 박한 평가를 내렸다.

'어느 정당을 지지하냐'고 묻자 "박근혜 당을 밀어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근혜 당(새누리당) 그렇게 해줘야 대통령이 일어설 것 아니냐. 거기(야당)가 더 많으면 안되거든"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만난 청주 시민들은 이처럼 정치 혐오를 솔직하게 드러내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이미지는 높게 샀다. '여자임에도 할 일은 당차게 해낸다'라는 평가가 대체적이었다.

청주 가경터미널시장에서 11년째 건강식품을 판매해 온 황영숙(54·여) 씨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여자지만 똑부러지게 하지 않냐"며 "결단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 경제가 문제라는 덴 공감, 현 정부 평가엔 '온도차'

이날 기자가 만난 청주 시민들은 시장 상인이고 이용객이고 할 것 없이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로 '경기불황 해소'를 꼽았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아무리 경기가 침체돼 있어도 살기 팍팍한 정도가 지나치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다만 현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이번 투표에서 여당을 찍겠다는 시민들은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대통령을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했던 반면, 야당에 표를 던지겠다는 유권자들은 '먹고 살기가 힘드니 야당을 찍어야 한다'며 '경제심판론'을 꺼내들었다.

육거리시장에서 만난 자영업자 김모(59·여)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못하는 것도 있지만 잘하는 게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김 씨는 "대통령을 뽑아놨으면 일단 밀어줘야 같이 (경제) 발전도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겠다고 밝힌 김현태(44)씨는 더민주를 지지하게 된 배경을 묻는 질문에 "지금 정권 아래 경제가 어렵다"라고 답하며 박 대통령의 '경제 실정'을 비판했다.

경제 살리기가 시급하다는 데엔 공감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청주 가경터미널시장에서 만난 주부 박유리(31·여)씨는 "워낙 (경기가) 어렵다고들 하니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박 씨는 "그런데 솔직히 대통령도 힘든 것 아닌가.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진 않는다"고 밝혔다.

취재진이 '현실적으로 공약만 보고 평가할 생각이냐'고 묻자 "그렇다. 굳이 여당 야당 그렇게 나누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대 총선은 '경제 선거'"라며 내세운 '이명박·박근혜 정부 경제 심판' 프레임이 아직은 먹혀들지 않은 셈이다.

이날 만난 청주 시민들 대부분은 "지지하는 정당은 딱히 없다"고 입을 모았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영남과 호남을 각각의 지역 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는 데 반해 충청도는 일종의 '무주공산'인 셈이다. 충청권(대전·세종·충북·충남) 선거구 27석를 공략하려는 각 당의 입장에선, 박 씨 같은 부동층을 경제 관련 공약 및 정책으로 얼마나 설득해낼 수 있는지가 관건인 셈이다.

젊은 세대는 경제보다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메르스 사태 수습 과정을 꼬집기도 했다. 신다은(24·여)씨는 "(정부·여당이) 많은 사건들을 처리하는 능력이 부족했다고 느껴졌다"고 밝히며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같은 20대라도 박지예(26·여)씨와 김태근(25·남)씨는 "(정부가) 취업 자리를 늘렸다고는 하는데 다 계약직이다"라고 비판하며 더민주의 '경제 심판 프레임'을 청년 실업 문제로 열어두는 듯 보였다.

◆ 서서히 불붙는 '반기문 대망론'

20대 총선에 이어 내년에는 19대 대통령 선거가 있다. 이 때문에 충청권의 '미래 권력'을 언급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바로 '반기문 대망론'과 '안희정 대망론'이다.

여권은 벌써부터 충청 민심을 견인할 방법으로 충북 음성군 출신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대망론을 펼치고 있다. 이에 야권은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차기 대권주자로 키우자며 충청 민심에 호소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날 <포커스뉴스>가 만난 유권자들은 '반기문 대망론'에 즉각적으로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하루하루 살기가 힘든 탓인지 충청 유권자들에게 1년도 넘게 남은 대선은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외려 반 총장의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을 거론하며 "조심스럽다"고 접근한 시민들도 있었다. 다만 대체적으로 반 총장의 고향이 충북이라는 점이나 국제기구에서 요직을 맡은 경험 등을 높게 사는 경향을 보였다.

유모(50대·여)씨는 차기 대선 주자로 누굴 생각하냐고 묻자마자 "반기문"이라는 이름을 불렀다. 유 씨는 반 총장에 대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만한 리더십이 있어서 유엔 사무총장도 된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뿌리깊기 때문인지 반 총장의 정치경험 부족을 '신선하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었다. 육거리시장에서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정모(66)씨는 "현 정치인들은 대통령으로 나올 필요가 없다"고 일침을 놨다.

새누리당을 지지한다고 털어놓은 정 씨는 그러면서 '반기문 대망론'에 대해 "세계에서 알아주는 사무총장을 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인지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도 있다"고 밝혔다.

이모(74)씨 또한 반기문 사무총장에 대해 "어딘가 모르게 고향사람이고 하니 마음에 안 간다곤 얘기 못하지"라며 "훌륭한 분"이라고 반 총장을 치켜세웠다.

이어 "지켜보는 걸로 봐선 그런 분이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2012년 총선·대선에선 여당, 2014년 지방선거에선 야당

충청북도의 선거결과도 충남·대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12년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은 모두 새누리당이 과반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야당을 제치고 중원을 정복하는 데 성공했다. 새누리당은 충청 표심을 가져간 덕분에 19대 국회에서 과반 의석수를 달성하고 대통령도 배출한 집권 여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는 2014년 제6회 전국 동시지방선거에서 단번에 뒤집힌다. 야당이 대전시장, 세종시장, 충남도지사, 충북도지사 등 광역단체장 자리를 '싹쓸이'한 것이다. 불과 2년 만에 충청권의 표심이 여당에서 야당으로 급반전됐다.

이런 까닭에 충청도 표심이 어느 쪽으로 쏠릴지는 예단하기 힘들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충청도민의 표심은 이념보다 현실적인 문제, 자신들의 지역에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정당에 몰린다는 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동시에 지지하는 사람을 현실에선 찾기 힘들지만, 충청도는 두 전·현직 대통령을 똑같은 이유로 동시에 지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수도 이전' 공약으로 충청 지역의 표심을 챙겼고, 박근혜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 불가'로 충청인들의 민심을 꿰뚫었다.

육거리시장에서 만난,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시민은 충북 여론에 대해 "도지사(이시종)가 야당이라 현 정부에서 밀어주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더라"라며 "현 정권에 있는 새누리당을 뽑아야 충북이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여론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충청도는 그 어느 지역보다 '먹고 사는 문제'로 투표를 결정하는 선거구다. 총선을 불과 20여일 앞둔 지금, 어느 당이 충청도민을 위한 공약과 정책으로 중원 공략에 성공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충북 청주 육거리시장 전경. 2016.03.23 송은경 기자 충북 청주 가경터미널시장 전경. 2016.03.23 송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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