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부터 보리밭까지…반세기 걸친 채색화의 세계 조명
![]() |
△ img_7278.jpg |
(서울=포커스뉴스) "한국인의 정서가 과거에는 '한'에 치우쳐 있었다면 현대에 와서는 다이나믹한 정서로 바뀐 것 같아요. 작가로서 나름대로 시대별 한국인의 정서를 표현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보리밭 화가'로 유명한 이숙자의 반세기에 걸친 채색화의 세계를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이 작가는 24일 오후 경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적인 정서라는 건 우리에게 익숙한 미의식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민주화의 소용돌이와 격정적인 시대의 흐름을 겪으면서 한국적인 정서도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초록빛 환영_이숙자'전은 2014년 '구름과 산_조평휘'전, 2015년 '오채묵향_송영방'전에 이은 한국현대미술작가 시리즈 한국화 부문 세 번째 전시다. 보리밭 연작의 원동력이 됐던 '초록빛 환영'의 이름을 그대로 따와 전시명으로 사용했다.
이번 전시는 드로잉과 자료 등 약 60여점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작품의 소재는 크게 '한국적인 소재'와 '여성 누드'다. 민예품, 보리밭, 한글, 백두산, 소 등 한국적인 정서를 대표하는 소재를 다룬 50여점의 작품을 전시했다. 또 원죄를 짓기 이전의 당당한 여성의 모습을 담은 '이브' 시리즈 작품 10여점이 소개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한 쪽 벽면을 가득 메운 '백두산'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약 15m에 달하는 '백두산' 작품은 이숙자 작가가'한국성'을 구현할 수 있는 기념비적인 작업을 남기기 위해 시작한 작품이다. 1992년 막연하게 백두산을 상상하며 그리기 시작한 백두산 작업은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다 1999년 직접 백두산을 보고 난 후에야 완성됐다.
이 작가는 "백두산을 직접 마주했을 때 감동이 컸다. 풍경으로서의 산과 호수 때문이 아니라 가슴 깊은 곳에서 민족의 혼을 느꼈다"면서 "한국에 돌아와서 그 감동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전에 그렸었던 그림을 다시 꺼냈다"고 말했다.
'백두산'을 지나면 1970년대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작품들과 마주친다. 이 작가의 1970년대는 '대한민국미술전람회(이하 국전)'과 사제관계'라는 두 가지 코드가 축을 이루고 있다. 이숙자에게 국전은 대상수상 작가라는 영광을 안겨줬을 뿐만 아니라 작가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훈련의 장이기도 했다.
이 작가는 "국전을 준비했던 시기는 가혹한 시기였다"며 "색채에 대한 연구와 우리 고유성을 연구하던 시절"이라고 회상했다.
이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루는 또 다른 축인 '여성 누드화' 테마에서는 대학시절부터 그려온 누드 드로잉을 감상할 수 있다.
한국적 소재의 작품들과 별도로 진행되어 오던 누드화는 1989년 '이브의 보리밭 89'를 시작으로 두 영역의 교집합이 형성됐다. '이브'는 수치심과 출산의 고통을 알기 이전 즉 '원죄' 이전 여성의 이미지를 그린 작품이다.
이 작가는 "이브시리즈를 통해 당당하고 도발적이며 자신의 아름다움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여인의 모습을 그려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전시장 내부 마지막 공간은 '한글', '소나무', '백두산' 등 한국적 이미지를 대표하는 이미지들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의 마지막 작품인 '석보상절-뒤풀이'는 1999년 경제위기 상황을 극복해가는 한국의 '다이나믹'했던 정서와 용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 작가는 홍익대에서 수학하며 천경자, 김기창, 박생광 등 근대기 한국채색화의 맥을 이었던 대표적인 스승들에게 지도를 받았다. 1963년 국전 입선을 통해 데뷔한 이후 1980년 국전과 중앙미술대전에서 동시에 대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초록빛 환영_이숙자'전은 오는 25일부터 7월17일까지 경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전시와 함께 작가 인터뷰 영상, 작가 에세이 등 각종 자료들을 만나볼 수 있다.이숙자 작가가 24일 오후 경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초록빛 향연_이숙자'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조승예 기자 sysy@focus.co.kr'초록빛 환영_이숙자'전 전시장 첫 번째 구역에 전시된 이숙자 작가의 '백두산' 작품. 조승예 기자 sysy@focus.co.kr이숙자 작가가 시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소품(오른쪽)들과 조선시대 여성 정서가 반영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조승예 기자 sysy@focus.co.kr'초록빛 환영_이숙자'전에 전시된 '이브' 시리즈 작품 속 여성들의 얼굴. '이브'는 원죄 이전의 당당하고 도발적인 여성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조승예 기자 sysy@focus.co.kr이숙자 작가가 24일 오후 경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초록빛 환영_이숙자'전에서 '백두성산'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조승예 기자 sysy@focus.co.kr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