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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의 김영현, 박상연 작가 인터뷰가 공개됐다.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가 22일 종영한다.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는 이방원을 중심으로 한 여섯 인물의 야망과 성공스토리를 담은 팩션 사극이다. 드라마 '선덕여왕(2009)' '뿌리 깊은 나무(2011)'의 김영현‧박상연 작가가 다시 한 번 손을 잡았다. SBS 측은 21일 김영현, 박상연 작가와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김영현, 박상연 작가와의 일문일답.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는 전작 '뿌리깊은 나무'의 프리퀄(그 이전의 일들을 다룬 속편)이다. 집필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프리퀄은 작가로서 로망이자 모험이었다. 6명 주인공 이야기를 쓰다 보니, 감정선을 따라가 줘야 할 인물이 한 회에 15명은 됐다. 건너뛰어야 하는 인물들도 생겨 아쉬웠다. 편마다 손발이 묶여 링에 올라간 느낌도 들었다. '뿌리깊은 나무'의 경우, 한글 창제 자료가 없으므로 상상력으로 채워나갔다. '육룡이 나르샤'는 위화도 회군, 조민수, 최영 등 자료가 촘촘하게 남아있어 상상력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한 마디로 규칙이 복잡한 게임이었다.
-무휼은 전작 '뿌리깊이 나무'와 '육룡이 나르샤'를 관통하는 인물이다. 무휼은 왜 이방원을 떠났나. 이방원과 세종의 차이는 무엇일까.
▲무휼은 '육룡이 나르샤'에서 가장 평범한 인물이다. 출세하고 싶어 하지만 나쁜 짓은 하기 싫어한다. 초기 이방원에게 매료되기는 했으나, 그가 사람을 많이 죽이자 힘들었을 것이다. 이방원은 보통 사람이 따르기에는 너무 큰 존재, 대의를 품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방원에 비해 세종은 인문학적 군주다. 세종은 보통 사람의 따뜻함을 두루 갖췄기에 무휼이 군주로서 섬기기에 훨씬 타당했다고 본다.
-'육룡이 나르샤'에서 그린 이방원과 정도전은 다른 드라마의 해석과 다르다는 평이다. 어떤 해석 하에서 이런 캐릭터가 탄생했는가.
▲이방원이 행한 처참한 일들을 더 보탰다. 예를 들어 ‘두문동 방화 사건’은 방석을 직접 죽인 역사적 기록도 없다. 그런데도 많은 분이 이방원을 응원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방원을 미워하지 말자'에서 출발한 한 건 맞지만, 일부러 미화하고자 하지 않았다. 다만 대의를 위해 작은 것은 모두 버리는 권력 의지의 크기가 남다른 인물이다. 정도전과 정몽준은 자신의 정신세계가 사대부인 사람들이다. 정도전의 입장은 시대 상황을 그대로 둘 수 없으니 정치를 위해 모략을 인정하나, 끊임없이 갈등한다. 무소불위의 권력자였음에도 그 싹을 잘라내지 못했다. 그 시대 사대부끼리 투쟁이 대단했다.
정도전과 정몽주가 서로 공격할 때, 상대방의 온갖 추한 사건들을 들춰냈다. 대신 지식인이었기 때문에 사대부들은 함부로 죽이지 않았다. 탄핵하는 등 제도권 안에서 싸웠는데 이 모습이 규정을 뛰어넘는 이방원의 모습과 대비되면서 시청자에게는 쪼잔한 사람으로 비쳤을 수도 있겠다.
-'뿌리깊은 나무'의 정기준과 '육룡이 나르샤'의 정도전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면.
▲'뿌리깊은 나무'를 쓰면서 정도전을 알게 됐다. 정도전은 '사대부들이 이끄는 나라 조선'을 만든 대단한 정치가다. 고려가 다른 나라의 틀에 맞춰 만들어진 나라지만, 조선은 정도전이 만든 새 구도로 세워진 나라이다. 따라서 정도전이 세력 다툼에서 패했다면 조선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대부들이 끊임없이 갈고 닦기 위해 만들어진 밀본은 나중에 변질했다. 정도전이 '죽은 자를 위해 싸우지 말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말이 전해진 유서가 이방지에 의해 구겨져 버려지면서 밀본은 복수가 가미되고 폐쇄적 조직이 돼 버렸다.
또 '뿌리깊은 나무'의 정기준과 이도는 사상 대립이다. 그러나 '육룡이 나르샤'의 이방원과 정도전은 사상 투쟁이 아니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 왕권과 신권이라는 대립은 있으나 계급적 각성일 뿐이다. 이방원이 왕족이 아니었다면 이방원은 신권을 주장했을 것이다.
-역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다. 작가로서 우려됐던 부분은.
▲조민수 사건이다. 역사적 기록으로 조민수는 조용히 퇴장한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우리는 무인들의 집권시대에 그가 조용히 퇴장했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기록은 없으나 충돌의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땅을 가진 세계관과 땅을 가지지 않은 세계관의 충돌을 묘사하고 싶었고, 이 사건으로 땅을 가진 조민수의 세력, 권문 세력은 약화했다. 기록이 없기에 조민수 후손들의 비판이 우려됐으나 오히려 긍정적 반응을 주셔 감사했다.
-척사광이 나타난 이유가 궁금하다.
▲초반부터 정치 무협 드라마를 표방했다. 척사광은 무협구도에서 필요한 인물이다. 정점의 인물, 절대고수이자 슬픈 캐릭터이다. 성격은 온순하고, 무술을 배우고 싶어서 배우지 않았는데 절대 고수다. 길태미 역시 무협인물인데, 화장을 진하게 하는 남자인데 절대고수이다.
- 드라마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이 있다면.
▲모든 인물들이 사실 하나같이 다 애착이 간다. 특별히 꼽으라면 아무래도 백성이다. 이방원, 정도전 못지않게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인물들이었고, 이들이 어려운 세상을 관통해 살아남은 힘을 보여주고 싶었다. 방지와 무휼, 분이가 그 대표인물이다. 분이는 백성을 살려내기 위해 끝까지 살아 견디는 인물이고, 방지는 한 맺힌 인물, 무휼은 그들보다는 다소 편하게 산 듯하지만 보통 백성을 대표하는 인물로서 존재한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인물들이지만 역사에 남은 인물들과 함께 제대로 그려 보고 싶었다.
-가장 작품을 살린 조연이 있다면.
▲길태미와 조영규라고 할 수 있겠다. 4회 전까지 길태미가 화제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실력파답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맛깔스럽게 연기해 주셨다. 또 척사광에 의해 죽은 조영규도 방원과 무휼 사이에서 감정을 잘 풀어주셨다.
-'뿌리깊은 나무'에 이어 '육룡이 나르샤'를 조선왕조의 재해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차기작에 대해 귀띔하자면.
▲계획은 없다. 불투명하다. 만약 하게 된다면 ‘용비어천가’의 1장이 ‘육룡이 나르샤’, 2장이 ‘뿌리깊은 나무’이기에 3장 ‘샘이 깊은 물’이 되지 않을까 한다. 즉 계유정난을 다루게 될 가능성이 높다. 비극적 이야기이고, 선한 인물이 없기에 악인들이 벌이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세조와 한명회. 세조는 세종이 아끼는 아들이었으나 왕이 된 뒤 변질돼 세종 때의 학맥은 세조 때 다 끊겼다. 태종과 달리 공신한테 휘둘린 왕이다. 태종 이방원은 그에 비하면 대단하다. 태종은 세종을 위해 가신을 가차 없이 쳐낸다. 한명회는 밀본의 변절자이다. 다만 고민은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선인이 없다는 점이다. 결국, 시청자는 싸우는 것을 치켜보는 제3자의 입장 밖에 될 수 없다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드라마가 성공한 예가 없다. 한다면 모험이 될 것이다.
-집필자로서 역사적 고증과 현대적 재미 중 어느 쪽에 힘을 싣는가.
▲박상연 : 김영현 작가는 고증을 많이 지키는 편이다. 그러나 저는 제가 판타지 작가라고 생각한다. 즉 시대 정신을 위배하고 싶지 않은 큰 틀을 지키면서 그 속에서 자유롭게 상사 이력을 발휘한다.
▲김영현 : 사료와 자료를 많이 보는 편이다. 그러나 현대적 재미를 살리고, 현대와 소통하고자 자료를 보는 것이다. 지금 시대와 무엇이 같기에 이것을 하게 되는가를 알기 위해서다.
-'육룡이 나르샤'와 현대 정치의 차이점은.
▲'육룡이 나르샤'의 이방원과 정도전은 무엇인가를 해보려는 의지가 있는 인물이다. '백성이 중심이 되는 세상을 내가 이뤄야 한다'는 의지가 뚜렷했다. 지금 현대는 무엇인가를 해보려는 의지는 부족한 것 같다. 지금은 권력을 잡고 싶은 의지만 있는 것 같다.
-마지막 회를 앞둔 소감은.
▲많은 제작비에도 믿고 끝까지 아낌없는 지원을 해준 방송국에 감사한다. 회를 거듭할수록 더 단단해지는 느낌이었다. 대작은 반드시 앞으로도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지만, 제작비 때문에 쉽지 않다.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육룡이 나르샤'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선덕여왕', '뿌리 깊은 나무'를 공동집필했던 김영현‧박상연 작가가 SBS 새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로 . 둘은 8일 서울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제공=SBS>배우 신세경과 유아인이 SBS '육룡이 나르샤' 촬영 중이다. 두 사람은 극중 땅새(변요한 분)의 여동생 분이와 이방원 역을 각각 연기했다. 사진은 드라마 스틸.<사진제공=SBS>배우 박혁권은 극중 현 삼한 제일검 '길태미'를 연기했다. 악역 같지 않은 악역 캐릭터와 개성 넘치는 화장으로 시청자에게 사랑받았다. 사진은 드라마 스틸.<사진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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