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난동' 결론 후 항소심 병합 진행 여부 결정
(서울=포커스뉴스)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를 피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김기종(56) 우리마당독도지킴이 대표에 대한 공판이 22일 열렸다.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부장판사 윤준) 심리로 이날 오전 10시에 진행된 김 대표에 대한 3차 공판기일에는 김 대표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검찰은 이날 항소 이유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해 김 대표의 행위가 국가보안법 제7조 1항 찬양·고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국가보안법 제7조 1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원심은 김 대표의 행위가 반국가단체의 활동에 동조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이는 부당하다”며 “‘전쟁훈련 그만하라’고 외치며 주한미국대사를 살해하려한 행위 자체가 동조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그에 대한 검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미국대사를 살해하려한 김 대표의 행위와 발언 등이 북한의 주장과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범행을 전후해 북측이 리퍼트 대사 등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고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강하게 비판한 보도가 쏟아졌다는 게 그 근거였다.
또 김 대표의 범행 이후 북측이 즉각 그의 행위를 옹호하는 보도를 한 점 등도 동조행위의 근거로 삼았다.
이와 함께 앞서 부산의 미문화원 방화사건, 황장엽 도끼협박 사건 등이 이적동조로 인정받았던 판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검찰은 또 김 대표의 행위가 ‘실질적 위험성’을 야기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실질적 위험성’ 판단 기준을 명백한 위험성으로 들고 있고 과거 이석기 전 의원이 혁명가를 제창한 행위 등도 이적 동조행위로 인정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원심에서는 실질적인 위험성에 대해 동맹관계와 외교관계가 악화될 정도의 위험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악화됐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외교관계가 실제로 악화돼야 실질적 위험성이 있다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이어 “위험이 현실화됐다면 이미 회복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실질적 위험성’ 야기는 행위 자체로 족하는 것이지 위험이 실제로 실현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검찰은 “김 대표는 북한 관련 수업을 수강하는 등 북한 관련 전문적인 지식이 있었던 만큼 미필적 인식 이상을 가지고 이적행위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가세하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봐야 한다”면서 “과거 처벌 전력이 없긴 하지만 그동안 활동, 행위, 결과 등에 비춰볼 때 북한의 주장에 추종해 저지른 실질적 위험성이 명백한 이적동조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2016년 3월 7일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시작된 시점에서 피고인과 같은 성향과 동일한 활동 전력을 가진 사람이 동일한 목적으로 동일한 절차를 거쳐 합동군사훈련 기간 중에 동일 내지 유사한 범행을 저지른 뒤 북한의 옹호를 받았다면 이것을 무죄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고도의 반미투쟁 일환으로 발생한 사건을 단순한 실수나 충동에 의한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반면 변호인 측은 “피고인이 소지한 칼로 주한미국대사의 얼굴을 그은 행위가 국가보안법상 이적동조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면서 “피고인이 한 개인적이고 독단적인 행위일 뿐 이같은 분위기를 조장했다고 보여지지 않고 막연히 북한의 보도나 피고인이 국가보안법 위반 행위자와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것은 동조행위를 지나치게 넓게 해석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이날 재판부는 김 대표에게 다음 기일에 검찰 프리젠테이션 관련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다음 기일은 오는 4월 12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재판부는 이날 김 대표에 대한 결심을 진행할 방침이다.
김 대표에 대한 결심이 늦어진 것은 김 대표가 구치소에서 난동을 부린 혐의로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박사랑 판사의 선고 판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해당 재판의 1심 판결이 나오고 난 뒤 항소 여부가 결정되면 해당 건을 이번 사건에 병합해 판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앞서 김 대표에 대한 2차 공판기일에는 그의 정신감정 결과가 언급됐다.
재판부는 “앞서 항소심 재판부가 정신감정을 요청했고 그 결과가 나왔다”며 “지병은 있지만 사물 변별능력에 장애가 없고 정신병력의 상태는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오히려 IQ가 높고 판단능력이나 상황파악능력이 보통 사람보다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며 “앓고 있는 지병에 대한 거론이 있었는데 이 역시 사건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 감정 결과”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5일 열린 첫 공판에서 “김씨의 정신상태를 감정한 뒤 12월 중순쯤 결과가 나오면 재판기일을 이어서 진행하겠다”며 직권으로 정신감정을 지시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김씨에게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표현방법을 (폭력적으로) 반복하는 것은 왜인지, 울컥하는 부분이 다스려지지 않는 것인지 등에 대해 정신적인 감정을 해보는 것이 어떤가"라고 제의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한 언론 창간과정에 관여하는 등 1980년대 민족활동에 기여하고 또 많은 성과가 있었다 보니 자기 우월감에 빠져 있었다고 스스로 판단한다"며 "검찰의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앞뒤 맥락이 잘린 부분이 많아 걱정되지만 일단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차 공판에서 검찰은 국가보안법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점 등에는 1심 재판부의 오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국가보안법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은 한미훈련 중단 주장이 대남혁명론과 연결된다는 점 등을 간과한 것으로 국가안보의 껍데기만 남게 할 우려가 있다”며 “김씨의 범행이 계획적이었다는 점, 대담하게 범행을 저지른 점, 더 악화할 위험성이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형이 가볍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씨 측 변호인은 범행 동기와 방법이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평소 미 대사관에 대해 분노하지 않아 동기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며 “방법적 측면에서도 과도를 거꾸로 잡고 내려찍었다는 점은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고 최초 시점이 광대뼈 부분이었던 만큼 경동맥 부위까지 상처가 난 것은 우연적 결과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김씨는 평소 남북평화와 관련한 활동을 했는데도 검찰이 국가보안법을 적용하고자 하는 것에 모욕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과거 분신후유증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고 범행현장에서 진압 중 발목뼈가 부러져 휠체어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고 구치소 내 마찰로 전치 12주의 상해진단을 받았다”며 “미 대사가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하고 있고 사과의사도 표명했다는 점, 한미동맹에도 별다른 영향이 없었던 점 등 같은 결과적 측면들을 고려해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김씨는 지난해 3월 5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가 주최한 강연회에서 참석한 리퍼트 대사를 흉기로 습격해 살인미수, 외교사절 폭행, 업무방해 등 세 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7월 22일에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도 추가됐다.
검찰은 1심 재판에서 김씨에게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대부분 혐의를 인정했지만 "피고인의 진술내용 중 일부가 북한의 주장과 일치하거나 북한체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이것이) 북한체제의 우월성을 인정하거나 동조하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해석하기는 힘들다"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보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2007년 청와대 앞에서 ‘우리마당 피습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분신하고 2010년 일본대사에게 주먹 크기의 시멘트 덩어리를 던진 전력이 있다.김기종 우리마당독도지킴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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