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라X김형규, 이주용, 전준호 등 중견·신진작가 12팀 참여 12작품 선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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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평생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폐차 직전의 자동차가 예술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서울시립미술관과 현대자동차가 공동으로 기획한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동행'전에서다.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은 21일 서울 노원구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처음 현대자동차로부터 제의를 받았을 때 공공미술관이 기업과 함께 전시를 한다는 것에 대한 이중적인 시각 때문에 망설였다"면서 "자동차라는 주제는 현대자동차가 아니더라도 한번 해볼만한 주제라고 생각해 전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관장은 "자동차는 대중적 입지를 표방하는 북서울미술관에 어울리는 아주 매혹적인 소재"라며 "블록버스터급 대중적인 전시회를 통해 미술관의 인지도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동행'전은 현대자동차가 고객의 사연이 담겨있는 차를 재활용해 아티스트가 제작한 예술작품을 선보이는 전시회로 지난해 '브릴리언트 메모리즈'전 이후 2번째다.
이번 전시회에는 김기라X김형규, 김상연, 김승영, 김진희, 민우식, 박경근, 박문희, 박재영, 이주용, 전준호, 정연두, 홍원석 등 총 12팀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인간의 삶과 맞닿은 자동차가 지닌 내러티브를 바탕으로 인간 본연의 정수와 실존에 대해 다루는 작품 12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크게 △자동차를 매개로 한 특별한 추억 △자동차가 환기하는 삶과 문화의 의미 △기계 문명과 인간 본질에 대한 성찰 등 세 가지 테마를 다룬다.
아티스트 김기라x김형규는 낡은 '엘란트라'에 얽힌 손기동씨의 첫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두 편의 영상과 기념비를 만들었다. 생애 첫 차인 '엑센트'와 함께 일과 가정을 꾸리며 모든 순간의 '처음'을 함께한 윤주문 씨의 사연은 아티스트 김상연에 의해 영원히 순환하는 뫼비우스의 띠를 형상화한 조각으로 다시 태어났다.
온 가족의 행복한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조구란 씨의 애마 '싼타모'의 라디오는 아티스트 김진희가 미세한 단위로 재조립해 가족들의 소중한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설치작품으로 만들었다.
자동차를 통해 환기되는 인간의 사적인 감정, 삶의 순환, 문화적 차이 등 다양한 의미를 담은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작가 정연두는 탈북한 새터민의 이야기로 일련의 사진 사운드 설치 작품을 제작했다. 탈북 당시의 현대자동차와 자동차가 담긴 거리의 풍경들을 작품으로 재해석해 자동차에 얽힌 남북한의 문화적 차이를 들려준다.
작가 김승영은 작가로서의 삶의 순간을 늘 함께 해온 자신의 차량 '리베로'에 7000여 개의 나침반을 설치해 작가로서의 방향성에 대한 성찰을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사진작가 이주용은 21년 동안 가족의 역사와 동행한 안익현 씨의 '그레이스'를 홀로그램과 깃털을 매개로 꿈과 판타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제시했다.
어머니로부터 '쏘나타'를 물려받은 이재걸 씨의 특별한 추억은 아티스트 박재영에 의해 어린 시절의 향수와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복합적인 감정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 됐다.
앞서 살펴본 작업들이 자동차를 사적인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면 좀 더 공적인 차원에서 자동차를 바라보는 작업들도 있다.
작가 박경근은 로봇이 자동차를 생산하는 현대자동차의 공장 시설 내부를 로봇의 시선으로 촬영한 미디어 작품을 통해 산업화와 미래의 산업구조를 조명한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로봇들이 자동차를 생산하며 만들어낸 프레스 기계의 맞물리는 소리, 용접 불꽃의 소리 등 무미건조한 기계음은 하나의 오케스트라가 됐다.
'각 그랜저'란 애칭으로 불렸던 1세대 그랜저에 담긴 조윤희 씨 가족의 사연은 작가 홍원석을 통해 택시 아트로 다시 태어난다. 홍원석은 자동차의 이동성을 활용한 작품으로 지역 주민들과의 커뮤니티 연대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동행'전은 오는 22일부터 4월21일까지 서울 노원구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에서 관람 가능하며 관람료는 무료다.이주용 작가의 '창 너머의 기억' 작품.<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김기라X김형규 팀의 '잘자요 내사랑' 작품.<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박재영·김상연·정연두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전시장 전경.<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박경근 작가의 '1.6초' 작품.<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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