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난민이 목숨 걸고 더는 바다 건너게 할 수 없어”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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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키 |
(서울=포커스뉴스) “유럽연합(EU)은 그리스에 도착한 난민을 터키로 되돌려 보내는 대신 터키 내 난민 시설 운영 등과 관련된 각종 경비 명목으로 오는 2018년까지 터키에 60억 유로(약 7조9000억 원)를 지원하며, 터키는 EU에 터키 국민의 EU 입국비자를 조만간 면제해주고 터키의 EU 가입 심사를 서둘러줄 것을 새삼 요구한다.”
이것이 지난 18일(현지시간) EU와 터키 간에 타결된 합의의 골자다. 터키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에게해를 건너 그리스에 도착한 다음 독일과 스웨덴으로 북상하는 난민을 그리스에서 차단하겠다는 것이 이 합의의 목적이다.
하지만 이 논란 많은 합의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조차 인정했듯이 과연 합법적이며 실행 가능할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19일(현지시간)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EU 28개국 지도자들이 아흐메트 다부토글루 터키 총리와 합의를 이루고 난 뒤 메르켈은 “우리가 지금 반드시 극복해야 할 커다란 법적 도전이 있다”며 “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가속도를 지닌 합의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협약에 따라 터키는 시리아인을 포함해 불법적으로 바다를 건너 그리스에 도착하는 모든 난민을 다시 받아들인다. 대신 EU는 시리아 난민 수천 명을 터키로부터 직접 받아들인다. 다시 말해 그리스에 들이닥친 난민 가운데 경제적 이유로 유럽행을 감행한 사람들을 걸러낸 뒤 진짜 난민만 선별적으로 유럽 땅에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합의는 20일을 기해 발효된다. 이에 따라 20일 그리스에 도착하는 난민은 일단 등록된 뒤 개별적으로 난민 심사를 받게 된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송환과 시리아 난민의 유럽 내 재정착은 4월 1일 시작될 예정이다.
EU 관계자 가운데 많은 사람이 이번 협약을 획기적인 사태 진전이라며 환영하고 있지만 국제사면위원회(AI)는 유럽이 난민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며 그것을 “인권에 대한 역사적인 강타(强打)”라고 매도했다.
AI는 터키의 인권과 관련한 현재까지의 실적을 비판하면서 “국제법을 양심적으로 존중한다는 보장은 모든 불법적인 이주자들을 터키로 강요하여 되돌려 보내는 것과 양립할 수 없다”면서 “터키는 난민과 이주자에게 안전한 국가가 아니며 그것에 입각하여 진행되고 있는 어떤 송환 절차도 무효이며 불법이고 부도덕하다”고 말했다.
쿠르드족 분리주의자들에 대한 탄압, 비판적인 언론인 구속, 그런 언론인들이 펴내는 신문에 대한 압수수색 같은 사건들의 와중에서 터키의 인권기록은 갈수록 비판을 받아왔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터키와 이룬 합의를 가리켜 그것은 불법적이고 위험한 에게해 도항(渡航)을 단념시키고 대신 합법적인 유럽행 경로를 개방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그는 “사람들, 가족들, 어린이들이 나 몰라라 하는 인간 밀수꾼들의 꾐에 빠져 보트에 올라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도록 방치하는 것은 전혀 인도주의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EU는 터키 내 난민 지원금으로 기왕에 약속한 30억 유로의 지급을 앞당기는 한편 2018년까지 추가로 30억 유로를 더 지급하기로 했다. EU는 또 그리스가 난민과 관련된 각각의 사례를 개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판사, 통역사, 국경 경비대원 등을 포함해 약 4000명으로 대책반을 꾸리는 것을 도울 예정이다.
이번에 성안된 합의문은 “2016년 3월 20일을 기해 터키로부터 그리스 섬들로 건너오는 모든 신규 불법 이주자는 터키로 송환된다. 이는 EU와 국제법에 따라 발생하며 어떤 종류의 집단 추방도 배제한다”라고 말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그리스가 난민 송환을 처리하기란 매우 힘든 과업일 것이라고 말했고 도널드 터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번 합의가 묘책이 아니라고 말했다.
터스크 의장은 그리스로부터 독일까지의 육상 통로를 불법 이주자들에게 계속 폐쇄하는 것을 포함한, EU의 더 광범한 이민 통제 전략을 강조하면서 “현실은 더 복잡하다”고 말했다.
합의가 이뤄진 시점에 맞춰 터키는 자국이 그리스의 레스보스 섬으로 가려던 이주자 수백 명을 차단했다고 말했다.
다브토글루 총리는 “터키와 EU 간에 대단히 중요한 합의에 도달했기 때문에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면서 “오늘 우리는 터키와 EU가 같은 운명, 같은 도전, 같은 미래를 가짐을 인식했다”고 말했다.아흐메트 다부토글루 터키 총리(왼쪽)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EU 본부에서 터키-EU간 협상 타결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Photo by Carl Court/Getty Images) 2016.03.20 송철복 국제전문위원 (Photo by Alexander Koerner/Getty Images) 2016.03.20 송철복 국제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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