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공채 반갑지만…'취업등록금'에 우는 청년들

편집부 / 2016-03-18 15:29:29
'채용시즌' 맞아 학원가로 몰리는 청년구직자<br />
취업 위해 358만원 지출…10명 중 9명 "부담된다"
△ [그래픽] 청년고용 봄은 오는가(1) 삽화

(서울=포커스뉴스) 지난해 대기업 '취업 재수'에 실패한 후 필사적으로 취업을 준비해 온 김소현(25·여)씨는 요즘 몇 번씩 감정기복을 겪고 있다.

손꼽아 기다렸던 공채가 속속 시작되고 있지만 계단을 오르기 위한 금전적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올해 초 서울 강남에 위치한 취업컨설팅 학원에 다니며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자기소개서 강의'를 듣고 있다. 6개월에 150여만원짜리 코스다.

오후 1시부터는 인근 스터디룸에서 같은 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사람들과 만나 4시간 동안 직무적성평가 모의고사를 푼다.

문제집 비용도 만만찮다. 한 권당 가격은 3만원 안팎인데 수록된 문제가 4~6회에 불과해 한 달에만 서너 권씩 구입하고 있다.

진짜 난관은 면접부터다. 김씨는 "4월부터 면접 준비를 하려고 학원에 알아보니 주 3회에 90만원이라고 하더라"며 토로했다.

하지만 지난해 면접에서 줄줄이 탈락한 그는 조만간 학원에 등록할 생각이다.

◆ 취업준비생 두 번 울리는 '취업등록금'



이렇듯 취업준비생들이 취업을 위해 들이는 비용은 평균 358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립대학교 한 학기 등록금과 맞먹는 금액이다.

지난 16일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취업준비생 5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취업 사교육 경험'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약 3명(28.4%)이 '취업등록금'을 내고 있다.

사교육을 받은 이유로는 '취업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56.1%, 복수응답)가 가장 많이 꼽혔다.

또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효과적일 것 같아서'(53.4%), '준비 방법을 잘 몰라서'(37.2%), '경쟁에서 뒤떨어질까 불안해서'(29.1%) 등이 뒤를 이었다.

지금까지 받은 취업 사교육의 종류는 학원 강의, 온라인 강의, 그룹 과외 등 다양했고 1인당 평균 3개의 사교육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 달 기준으로 보면 생활비의 37%에 달하는 금액(28만원)을 취업 준비에 쓰고 있다.

이렇다 보니 취업준비생 10명 중 9명(87.2%)이 사교육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 '울며 겨자먹기'…북새통 이루는 학원가


타들어가는 취업준비생들의 속과 달리 요즘 취업관련 사교육 기관과 스터디룸, 스터디카페 등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최근 국내 대기업이 속속 공개채용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16개 계열사는 오는 21일까지 대졸신입사원(3급) 서류지원을 받는다. 22일부터 29일까지는 직무적합성 평가가 예정돼 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SK그룹, LG그룹, 롯데그룹 등도 현재 전형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A스터디룸은 다음달 초까지 시간별로 예약이 거의 완료된 상태다.

A스터디룸 관계자는 "기존 예약자가 취소할 경우를 대비해 희망자에게 '예비 순번'을 부여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B스터디카페도 마찬가지다. 이 곳은 일반 카페처럼 이용하되 조용히 공부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카페다.

그럼에도 "요즘은 오전 7시 개점부터 오후 11시 30분 마감까지 (좌석의) 70~80%가 채워져 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최근 몇 년간 연중 내내 호황을 맞고 있는 취업컨설팅 학원가에는 최근 대기업 공채가 진행되면서 1대 1 면접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C취업컨설팅 학원은 실제처럼 모의면접을 하는 과정을 촬영하면서 지원자에게 필요한 표정과 자세, 목소리 톤 등을 꼼꼼하게 교정해준다. 이 학원의 한 달(주 3회) 수업비용은 무려 200만원에 달한다.

D취업컨설팅 학원에서 만난 최형규(26)씨는 "어느 학원을 찾아가봐도 (학원비가) 너무 비싸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취업만 된다면 지금 들어가는 돈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다닌다"고 말했다.이희정 기자 지난해 10월 18일 오전 삼성그룹의 새로운 직무적성검사 SAT(글로벌삼성직무적성검사) 고사장인 서울 압구정동 압구정고등학교 안으로 응시자들이 들어서고 있다. 성동훈 기자 (대전=포커스뉴스) 지난 14일 오전 대전시청에서 열린 청년희망로드쇼 대전·충남권 우수기업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가 면접을 보고 있다. 2016.03.14 김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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