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주주 “산은에 협조 요청해달라…현정은 회장 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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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봉 두드리는 이백훈 대표 |
(서울=포커스뉴스)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상폐는 막아야죠”
현대상선의 주주총회가 열린 18일 서울 연지동 현대그룹 동관. 현정은 회장이 빠진 주총 분위기는 시종 무거웠다. 상장폐지는 안된다는 주주들의 한숨이 길었다.
이날 현대상선 주주총회의 최대 관심사는 보통주 및 우선주 7주를 1주로 병합하는 무상감자안건.
이 안건은 공교롭게도 맨 마지막에 배치돼 있어 주주들은 ‘이 중요한 사안’을 위해 이전의 안건들은 빠르게 처리해갔다. 이날 주총에서는 이백훈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비롯해 이사보수한도, 사외이사 재선임 등의 안건도 상정됐지만 별다른 중요도 없이 쉽게 의결됐다. 주주들은 “동의합니다. 빨리 처리하시죠”라는 말로 이외의 안건들을 소화해갔다.
그러나 우선주 7주를 1주로 병합하는 안건에는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의장을 맡은 이백훈 현대상선 사장은 의결에 앞서 주주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이 사장은 “본 안건을 상정한 것에 대해 주주님들께 깊은 사죄를 드린다”며 “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찾아서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글로벌 불황에 영향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손의 보존을 위한 주식 병합이란 아픔을 드리게 돼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3분간 사과의 말을 느린 속도로 띄엄띄엄 이어가며, 착찹한 심경을 내비추기도 했다. 특히 그는 회사의 심각한 상황을 전하는 단어가 나올 때면, 잠시 멈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망설이며 발언을 이어갔다. 이 사장은 앞선 안건 처리에서도 주주들의 목소리 높아지면 겸손한 자세로 ‘감사하다’는 말을 꼬박꼬박 덧붙였다.
이날 이 사장의 사과는 처음이 아니었다. 주총을 시작하기 전에도 그는 주주들 앞에 고개 숙이며 “주식 병합은 자본잠식으로 인한 상장폐지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며 회사와 주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주주에게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스럽단 말씀 전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주식병합 안건 처리에 앞서 주주 신모씨는 손을 들고 자신의 의견을 발언했다. 그는 “주식이 계속 떨어지기만 하고 감자 소식까지 들으니 막막하다”며 “월차까지 내고 반대하려 왔으나 (찬성)표를 다 모은 상태에서 제 말이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는 “조선업만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 같다”며 “조선이나 해운이나 똑같이 어려움을 겪으니 산업은행에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해 달라”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나 그 역시도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원안대로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 이후 주식합병 안건 역시 무리없이 통과됐다. 이날 주총은 큰 소란이나 반대 없이 30여분만에 종료됐다. 주주들은 주식병합으로 인해 큰 손해를 입게 되지만, 상장폐지보다는 주식가치 하락이 낫다는 ‘차선책’으로 이를 받아들인 듯 했다.
7주를 1주로 병합하는 무상감자를 하게 되면 주식수를 7주가 1주로 줄이는 대신 주가를 7배로 올리게 돼, 이론적으로는 주식가치에는 변화가 없다. 하지만 병합된 주식의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해 기존 주주들은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편 이번 주총에서 현대상선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달 300억원 사재출연을 약속하고 대주주로서 현대상선의 회생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 회장은 주총에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서울=포커스뉴스) 이백훈 현대상선 대표이사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현대그룹빌딩에서 열린 제40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16.03.18 허란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이백훈 현대상선 대표이사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현대그룹빌딩에서 열린 제40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말을 듣고 있다. 2016.03.18 허란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이백훈 현대상선 대표이사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현대그룹빌딩에서 열린 제40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6.03.18 허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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