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우세 가운데 무시할 수 없는 '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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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커스4·13 르포> 부산 민심탐방, 자갈치시장&국제시장 |
(부산=포커스뉴스)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다. 부산의 지역구는 총 18개로 6개 광역시(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울산) 중 가장 많다. 최근 부산의 표심은 여당을 향했다. 그러나 여야가 격전을 벌인 지역구가 많아 부산은 영남에서도 '야성(野性)'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다.
김무성·문재인·안철수 등 여야에서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정치인들 모두 부산과 인연이 깊다. 부산이 고향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부산에서만 4선 의원을 지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역시 부산에서 태어났다. 그는 부산중앙중학교와 부산고를 졸업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경남 거제 출신이지만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를 모두 부산에서 나왔다. 그는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 부산 사상구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부산 민심을 듣기 위해 <포커스뉴스>는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을 찾았다. 시장에서 만난 부산 유권자들은 '싸움만 하지 말고 경기를 살려야 한다'며 정치인들을 일갈했다. 지지 정당을 묻는 말에는 '미워도 새누리당'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부산 시민들의 목소리를 함께 들어보자.
◆ "그 사람이 그 사람…그래도 새누리당"
선거철은 짧고, 인생은 길다. '선거' 이야기를 꺼내는 기자에게 자갈치시장 꼼장어집 사장님부터 국제시장 양산가게 사장님까지 한결같이 "국회의원들은 선거 때만 보인다. 다들 거기서 거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화를 이어가자 "그래도 부산은 새누리당"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70년을 부산에서 산 유혜자(72·여)씨는 지지 정당을 묻는 말에 "누구 뽑아줘도 맨날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경제가 안 좋으니까…"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고등어 장사를 하는 이희표(66)씨는 "국회의원들이 당파 싸움이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어느 정당이든) 똑같다"고 비판했다.
박다운(60·여·가명)씨는 "국회의원들은 자기네 이익, 자기 당밖에 모른다. 국민을 모른다"면서 "국회의원은 진짜 우리나라의 좀이다 좀"이라고 말했다.
부산 시민들의 마음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시장 모퉁이의 한 상점에서 '동서로 갈라 여야로 갈라 싸움은 똑같고 사람만 달라. 이러지 말자는 모두의 바람은 말짱꽝 빛 바랜지 오래야'라는 가수 싸이의 노래 '환희'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기자의 집요한 질문에 부산 시민들은 대부분 '미워도 새누리당'을 이야기했다.
박씨는 "박근혜 정부를 밀어주기 위해서 여당을 지지한다"면서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박근혜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잘할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자갈치시장에서 수산물을 파는 유씨는 "여기 자갈치시장, 부산 사람들은 아무래도 새누리당"이라면서 "(나도) 무조건 새누리당이다"라고 말했다.
50년 넘게 부산에서 살고있다는 김정순(62·여)씨는 "다 똑같은데 그래도 여당이 안 낫겠나"라고 말했다. 김씨는 "우리는 장사해서 먹고살아야하니까 아무래도 정책을 많이 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면서 "그래도 여당을 지지해야지 또 바꿔 놓으면 시끄럽다"고 덧붙였다.
국제시장에서 패션 모자 가게를 운영하는 김희대(60)씨는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보다 새누리당이 집권해야만 안정적이다"라면서 "지지하는 정당은 새누리당"이라고 말했다.
김현정(71·여·가명)씨도 "나는 무조건 1번을 찍는다. 우리는 무조건 1번이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박 대통령이 잘하려고 애를 쓰는데 (야당이) 발을 묶어놓고 있으니까 잘할 수가 없다"면서 "(법안을) 통과시켜줘서 정치를 바로 잡아야 한다. 정치인들은 맨날 싸운다. 제발 안 싸웠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등 대권주자로 언급되고 있는 인물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도 "모르겠지만 1번이 최고"라면서 "정치가 바뀌면 또 싸우고 안 된다. 안정시키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 내리막길 걷는 경기에 한숨만…"마수도 못했다"
<포커스뉴스>가 지난 10일 부산 민심 탐방을 위해 찾은 곳은 거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붙어있는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이다. 부산을 대표하는 두 시장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0대 총선에서 출사표를 던진 중구에 있다.
자갈치시장은 국내 최대 수산시장이자 부산의 마스코트다. 부산남항을 끼고 형성돼 있어 짠 바다내음이 코끝을 스치는 곳이다.
국제시장에는 생필품부터 먹거리, 한류 기념품까지 없는 게 없다. 2014년 개봉해 큰 인기를 끈 영화 '국제시장'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무릇 모든 일에는 상승과 하락의 곡선이 있기 마련이라는데 시장 상인들 입에서 나온 경기는 내내 '하강'이었다.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매출이 나날이 내리막길이라면서 정치권을 향해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현정(가명)씨는 "아직 마수걸이도 못했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오전이 다 가고 시계바늘이 정오를 향해 달리는 시각이었다.
서옥희(88·여)씨도 "내가 여기 45년 있었는데 (경기가) 최고로 나쁘다"면서 "마수걸이도 못하고 가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씨는 국회의원에게 바람을 묻자 "서민들 좀 잘 살게 해주는 것"이라면서 "잘 사는 사람들은 너무 잘살고, 서민은 너무 못사니까 없는 사람들은 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지지하는 정당은 딱히 없다면서 "누가 되든 장사나 잘되면 최고다"라고 덧붙였다.
부산에서 태어나 줄곧 살아온 박기덕(51)씨는 "경기가 너무 안 좋아 예전보다 3분의 1 정도밖에 팔리지 않는다"면서 "하루만에 다 팔려야 할 게 삼사일이 지나도 안 팔린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장사가 안되니까 장사에만 신경 쓰고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뭐 먹고 살아야 정당이나 정치인 이런 것도 생각하는데 장사가 너무 안된다"면서 "하나 바라는 건 새 인물로 물갈이 좀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갈치시장에서 40년째 도장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장재찬(56)씨도 "전반적으로 경기가 안 좋다"고 입을 보탰다.
장씨는 정치권을 향해 "선거할 때는 이것저것 다 해줄 것 같이 하고서는 선거 하고 나면 뒤로 쏙 빠지는 게 국회의원 아니냐"면서 "공약에 대해서도 믿을 수가 없다. 솔직히 선거에 관심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 여당의 우세 가운데 무시할 수 없는 '야성'
부산의 역대 선거 결과를 보면 '그래도 새누리당'이라는 민심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18대 대통령 선거(2012년)에서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득표율 59.82%를 기록해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의 문재인 후보(39.87%)를 20%포인트 차로 앞섰다.
같은 해 치러진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과 야당의 성적표는 16:2였다. 당시 야권에 돌아간 2석은 조경태 의원이 당선된 사하을과 문재인 의원이 당선된 사상구 의석이다. 조경태 의원은 올해 1월 19일 더민주를 탈당하고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이같은 선거 결과를 보면 부산에서 여권의 세가 강한 모양새다. 그러나 선거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부산권 '낙동강벨트'를 중심으로 포진된 부산의 '야성'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19대 총선 당시 야권에서 2석이 나온 것부터 2014년 6월 있었던 부산시장 선거에서까지 야권 지지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낙동강벨트가 형성된 북강서갑·을과 부산사상, 사하갑·을에서는 격전이 벌어졌다.
당시 사하갑에서 당선된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은 최인호 민주통합당 후보를 2000여표 차이로 겨우 따돌렸다. 득표율로는 3.5%포인트 앞선 승리였다.
지난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당시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와 오거돈 무소속 후보가 초박빙 승부를 벌였다. 득표율 50.65%를 얻은 서병수 부산시장은 오 후보를 1.31%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최근 선거에서 포착된 부산의 야성, 부산 지역 유일한 야당 의원인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사상구)가 4·13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 선언을 한 것 등 변수가 다가오는 선거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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