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4·13 르포> 울산 민심 '바로미터' 중앙전통시장의 요즘

편집부 / 2016-03-14 06:00:24
"당연히 새누리당…야당은 발목만"…여당 압도 <br />
"국회의원들에게 바라는 거? 경제 살려야"
△ <포커스4·13 르포> 울산 민심의 바로미터, 중앙전통시장의 요즘

시장(市場·market)은 경제용어다. 재화·서비스(용역)가 거래돼 가격이 결정되는 장소를 말한다. 하지만 정치인에게 시장은 당락이 엇갈리는 치열한 전쟁터다. 정치에서 시장은 곧 '민심'이다. 특히 선거의 측면에서 '표심'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시장을 찾는다. 선거 때는 승패를 결정짓는다. <포커스뉴스>는 4·13총선을 5주가량 남겨두고 전국 16개 광역시도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을 찾는 '르포-시장민심(市場民心)'을 시작한다.(편집자 주)



(울산=포커스뉴스) 16개 광역시·도 중 울산은 지역구가 6개로 가장 적다. 하지만 조선·자동차·석유화학 등 국가 기간산업의 중심, '산업수도' 울산은 타의 추종을 불어하는 가장 잘사는 도시다. 인구는 120만명에 불과하지만, 통계청 '2014년 지역소득 추계'에 따르면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단연 국내 최고, 5만8015달러(6천110만원)다. 각종 지표에서도 가장 살기좋은 도시 1,2위를 다툰다.

이런 울산은 여당의 텃밭인 TK 지역인 동시에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공장이 들어선 노동자 벨트가 있는 곳이다. 지난 18대와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울산의 표심은 '여당'의 손을 들어줬다.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울산 민심을 듣기 위해 <포커스뉴스>가 최대시장인 중앙전통시장과 농수산물종합시장을 찾았다. 취재진이 보고 느낀 울산 민심은 날로 악화되는 경제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새누리당'이었다. 울산 시민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어보자.

◆ "당연히 새누리당…야당은 발목만 잡아, 속상하다"

지난 9일 온종일 둘러본 울산 재래시장 두 곳의 풍경은 예전보다 뜸한 손님들의 발걸음에 꽃샘추위가 더해져 스산했다. 이곳에서 만난 '울산 아지매·아재들'은 "먹고살기 바빠 정치에 관심 쓸 겨를이 없다"면서도 상점과 가판 옆에 놓인 TV에서는 어김없이 정치 뉴스 채널이 고정돼 있었다.

중앙전통시장에서 만난 조향순(69·여)씨는 "지지하는 정당이 뭐 있겠노. 선호하는 정당도 없다"며 "살기 너무 힘드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너무 열심히 하는데 발목을 너무 잡힌다. 서민들이 생각하는 건 뭔가(법) 통과가 돼야 하는데 너무 통과가 안 된다는 것"이라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 성향을 내비쳤다.

조씨는 "야당이 너무 발목을 잡으니까 뭘 할 수가 없다"라면서 "나는 그런게 속이 상할 정도로 안 좋다"고 말했다.

울산에서 태어나 70평생을 살아온 김만수(70)씨는 지지 정당으로 '새누리당'을 꼽았다. 그는 "60대 이상은 거의 다 새누리당"이라며 울산 중·장년층의 표심을 대변했다.

김씨는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참 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는데 여야 간 합의가 잘 안 돼 어려워졌다"면서 "잘 하지않겠나. 국민을 위해 잘하려고 하는 분인데"라고 말했다.

김씨는 정몽준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표에 대해서도 "참 괜찮게 생각한다"면서 "다시 정계에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중앙전통시장에서 옷 장사를 하는 박익수(54)씨도 "일단은 새누리당 정권을 밀어주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정권이 잘하도록 국회에서 입법을 잘 해줘야 한다. 우리는 그런 국회를 원한다"며 "하여튼 대통령이 잘하려고 애를 써도 입법이 안 돼 못한다"고 야당을 비판했다.

그는 야권을 향해 "국민을 위해, 나라를 위해 잘하면 국민이 지지하지"라면서 "그런데 선거 때만 되면 야합이니 뭐니, 그런 소리는 듣기도 싫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새누리당을 향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요즘에 보면 무슨 계파 정치다 하는데, 그런 정치를 왜 하느냐"라면서 "막말하고 하는 게 보기 안 좋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이어 "박 대통령은 아주 패기 있게 잘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역대 정권, 노태우나 노무현 이런 대통령도 박근혜 대통령처럼 패기가 없었다"면서 "여자라도 정말 기백이 좋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다"라며 박 대통령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구계순(67·여)씨도 지지 정당을 묻는 말에 "새누리당이 (집권)해야 한다 아이가"라고 답했다. 그는 박 대통령에 대해 "내가 볼 때는 잘한다 싶은데 사람들이 다 잘 못한다고 하니 참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울산에서 20여년 넘게 살아온 김창환(62)씨 역시 오는 4·13 총선에서 "당연히 여당을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수산물종합시장에서 만난 강인숙(58·여)씨 역시 "여당을 지지한다. 여기는 여당이지 뭐"라면서 "야당은 전라도"라며 '여당 당연론'을 연호했다.



◆ 야권 지지자는 소수…노동·진보 계열 당선엔 회의적

재래시장에서 들어본 울산 서민의 민심은 확고한 '여당 지지' 그 자체였다. 야권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소수에 그쳤다.

농수산물종합시장에서 10여년간 수산물을 판매해온 장혜란(45·여)씨는 정부·여당의 국정 운영에 대해 "솔직히 말해서 너무 못하는 것 같다"며 비판했다.

그는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제대로 된 게 없다"며 "공약하고 실천하고 맞아 떨어지는 게 없다. 말만 내뱉는다"고 했다. 장씨는 "우리 애기가 유치원에 다니는데 복지정책만 봐도 그렇다. 무상보육한다고 했다가 각 도별, 시별로 금액이 책정돼 있는 게 마이너스다, 안 된다 그러는 것도 너무 많다"고 비판했다.

장씨는 "나는 이쪽 출신이 아니다. 결혼하고 올산에 온 지 10년 정도 됐다"면서 "타지에서 온 사람들은 그런 게 잘 없는데 울산 토박이들은 영남 색깔이 강하다"라면서 "울산 사람들은 영남 색깔, 지역주의가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장씨는 "새누리당이 너무 독점적으로 당선되고 있다"면서 "안일하게 생각해서 '우리는 공천받으면 무조건 다 국회의원 된다'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빨간색 조끼만 입으면 개도 국회의원이 당첨된다는 말이 있다"고 덧붙였다.

31년째 울산에서 살고 있는 조주호(72)씨는 역시 "정치하는 놈들 천날만날 지지고 볶고 싸우는 바람에 제대로 하는 게 없다"면서 "공천이나 바라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씨는 "우리나라 국회의원들 다 바꿔야 한다"라면서 "다 바꿔버려야 정신을 차리지, 솔직히 우리나라 정치 잘 한 게 뭐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이렇게 정부·여당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조씨는 야권에 표심을 보태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동안 참여해봤는데 바뀌는 것이 없더라"고 말했다.

재래시장에서 만난 울산 시민들은 동구와 북구에서 나오는 노동·진보계열 국회의원 예비후보자에 대해 한결같이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강인숙씨는 북구에서 출마하는 정의당 조승수 후보에 대해 "뾰족한 수가 있겠나"라면서 "그 사람은 정치권에 발을 들여놔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익수씨는 "이쪽(새누리당)에서 그 사람보다 못한 사람이 나와도 새누리당을 찍어줘야지"라고 말했다.

◆ 정치에 바라는 것? 경제 살려!

<포커스뉴스>가 울산 민심을 알아보기 위해 9일 찾은 곳은 이 지역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중앙전통시장과 농수산물종합시장이다.

중앙전통시장은 현재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국회부의장)의 지역구인 중구에 위치해있다. 중구는 울산이 광역시가 되기 전부터 지금까지 울산의 중심지다. 중구에는 울산 토박이 인구가 높고 노후 인구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농수산물종합시장은 박맹우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인 남구을에 있다.

"바라는 거? 그런 거 없다. 우선 경제를 살려야 한다"

두 재래시장에서 만난 울산 시민들이 일심동체로 한 말이다. 시장의 상인이든 손님이든 '국회의원들에게 바라는 점'을 묻는 말에 모두 '경제'를 이야기했다.

농수산물종합시장 상인 장혜란씨는 "매년 '이렇게 어려운 해는 처음'이라는 말이 나온다. 갈수록 어렵다"면서 "세월호 여파가 있겠지만, 그건 다 핑계고 서민들, 중산층은 갈수록 바닥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부터 제2의 IMF가 오지 않겠느냐는 말을 한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장씨는 "이런 데는 도매다. 밖에 소매장사 하는 사람들은 우리한테 대량으로 떼어 가서 마트 같은 데서 판다"며 "여기가 죽었으면 밖은 오죽하겠나"라고 말했다.

장씨는 "풍족하게는 못살지언정 빚내서 살지는 않아야 하지 않느냐"면서 "너무 어렵고 재미가 없는 세상이라고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칭찬한 강인숙씨는 "박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 점수를 준다면 한 80점 정도"라면서, 나머지 20점이 깎인 이유에 대해 "경제를 좀 살려야지"라고 말했다.

강씨는 "서민들은 정말 못 먹고 살겠다"면서 "여봐라. 손님들이 오지 않는다. 서민을 위해서라도 전통시장이 좀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중앙전통시장에서 만난 김창환(62)씨는 "요즘 경제가 너무 안 좋아서 물가도 너무 비싸다"면서 "우리 집사람이 장사를 하고 있지만, 물가가 너무 비싸서 참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힘들다. 힘든 나라다"를 연발했다.

박익수씨는 "일단 지역 경제를 좀 신경 써달라"고 미래의 20대 국회의원들에게 당부했다.

박씨는 "지금 대학교 나와도 취직이 안 되고 그러지 않느냐"면서 "국민은 벌어먹는 게 첫째다"라면서 "그리고 나라를 위해, 국방을 튼튼히 하는 데 신경을 쓰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최근 선거 결과 '여당'의 압승

울산의 역대 선거 결과는 여당의 압승이다. 지난 18대 국회의원 선거(2008)와 19대 국회의원 선거(2012)에서 모두 여당이 의석수를 차지했다. '울산은 새누리당'이라는 시민들의 말이 그대로 반영된 성적표다.

울산에는 총 6개의 선거구가 있다. 지난 18대 총선 때는 한나라당이 의석수 6개 중 5개를 차지했고 19대 총선 때는 6석 모두를 석권했다. 18대 총선 당시 여당 의석수가 아니었던 1석은 무소속 강길부 의원이었지만, 강 의원은 19대 총선 때는 새누리당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울산 지역 6개 지역구 평균 54.34% 득표율을 보였다.

지난 총선의 6:0 스코어에 야권은 충격에 빠졌다. 노동자 인구가 높은 동구와 북구에서 당선자가 전무했던 것이다.

울산 동구에는 현대중공업이, 북구에는 현대자동차가 있다. 이곳의 유권자는 대부분은 고소득 블루칼라다. 때문에 이지역은 노동·진보 벨트라 불리며 노동조합 중심으로 정치세력화된 경향이 있다. 그러나 최근 선거 결과를 반추해보면 노동자들의 우경화를 읽을 수 있다.

지난 총선 결과에 노동·진보 계열에서는 '이번에도 여당에 6석을 모두 내줄 수 없다'는 절치부심의 마음이 불고 있는 까닭이다.

북구에 출사표를 던진 노동·진보 계열 후보로는 조승수 정의당 예비후보와 무소속 윤종오 예비후보가 있다. 이들은 후보 단일화 등 선거 전략을 타진하고 있다.

동구에서도 이갑용 노동당 예비후보와 민주와 노동 대표인 김종인 무소속 예비후보 등 노동·진보계열 후보자들이 출마한다.

한편,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2012년)에서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59.78%의 득표율을 세웠다. 39.78%의 득표율을 얻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20%포인트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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