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에 도전하는 이세돌에 박수를"
![]() |
△ 이세돌, 충격의 3연패 |
(서울=포커스뉴스) "그래봤자 바둑, 그래도 바둑이니까. 내 바둑이니까…."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의 대사를 통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탄 조치훈 9단의 명언처럼 이세돌 9단이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에 나선다. 이미 승부는 인공지능 알파고의 '3대 0' 완승과 이 9단의 완패로 끝났지만 아직 치러야할 2번의 대국이 남아 있는 상태다.
이세돌 9단이 13일 낮 1시 서울 포시즌스 호텔 6층 특별대국실에서 알파고를 상대로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중 제4국을 치른다. 이 9단은 앞선 3번의 대국에서 모두 불계패를 당해 이 경기를 포함해 나머지 경기를 모두 이기더라도 알파고와의 격차를 뒤집을 수 없다.
이제 상황은 이 9단의 승패 여부보다 알파고를 한 번이라도 이길 수 있느냐로 넘어간 셈이다. 이번 대국의 관점이 바둑이란 불가능한 영역에 도전하는 인공지능에서 인간의 직관이 믿기 힘든 계산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을 넘어설 수 있느냐로 바뀐 것이다. 챔피언과 도전자의 위치도 바뀌었다.
바둑계는 "이 9단이 3국 막판까지 알파고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친 건 고무적"이라며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비록 알파고에게 3경기를 내리 패하면서 우승을 내줬지만 이 9단이 '인류 대표'라는 심한 압박감과 부담감 속에서도 대국내내 한치의 물러섬도 없는 대등한 경기를 펼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알파고도 3국에서는 이전 1, 2국과는 다른 패턴으로 공격해 들어오는 이 9단에 놀란 듯, 상당 시간 장고에 들어가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알파고의 아버지'인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대표 역시 "대국 결과가 좋지만 2국 때를 생각해보면 알파고에게 단점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계적인 호흡으로 바둑을 두는 전혀 새로운 적과 어려운 싸움을 계속 이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 알파고는 사람의 호흡과는 완전히 다른 호흡을 보였고, 이 9단이라는 존재가 주는 압박감에서도 완벽히 자유로웠다. 이미 둔 수에 연연해하지 않고 언제나 최선의 수를 찾아서 뒀다.
3국 현장해설을 맡은 이현욱 8단은 "이세돌 9단이 불꽃 투혼을 보여줘 경이로웠다"면서도 "실체가 없는, 보이지 않는 상대와 대결하는 게 얼마나 외롭고 쓸쓸한지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9단은 전날 3국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세돌이 패한거지 인간이 패한 것은 아니다"며 "4, 5국도 많이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1승을 향한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한편 인터넷에서는 "이세돌이 진거지 인간이 진 것은 아니다"는 솔직한 고백에 네티즌들의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큰짐을 혼자 지워 준 것 같아 미안하다"며 "이세돌 사범의 용기는 인간의 패배로 기억하는 것이 아닌 인류의 진보로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티즌들도 최선을 다한 이 9단에게 "도전 자체가 승리입니다", "남은 경기도 끝까지 응원하겠습니다"는 격려를 보냈다. 한 네티즌은 "이 9단이 살면서 남긴 기보중에서 이번 대국의 기보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볼 기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사비스 대표는 "대국을 보면서 솔직히 저희도 할말을 잃었다"며 "알파고는 초당 수만개에 달하는 확률을 계산하지만 이 9단은 오로지 사고의 힘, 두뇌의 힘으로 모든 대국을 펼치고 있고, 3경기 동안 접전을 벌였다"고 경의를 표했다.(서울=포커스뉴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제3국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세돌 9단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16.03.12 양지웅 기자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