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전시민센터 "살균제 참사, SK가 시작했다"

편집부 / 2016-03-09 16:23:56
가습기 살균제 피해 책임 SK케미칼에 물어…전현직 간부 14명 고발
△ 가습기살균제 피해 관련 고발 기자회견

(서울=포커스뉴스) 2011년 원인 미상의 폐손상 등으로 임산부와 영유아 143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이 이번에는 살균제 원료 공급 업체인 SK케미칼 전·현직 임원 14명을 고발했다.

환경보전시민센터(이하 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이하 피해자모임)은 9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서린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사용 피해에 대해 SK 전현직 임직원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모임은 1994년 SK(당시 유공)가 세계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했고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PHMG, CMIT/MIT 등을 90% 이상 SK케미칼이 공급했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PHMG, CMIT/MIT 등 두 물질은 2012년 환경부가 유독물질로 지정했다.

기자회견 후 피해자모임은 낮 12시 30분 최창원 SK케미칼 대표이사 등 전현직 임원 14명 처벌을 촉구하는 고발장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제출했다.

피해자모임 박기용(45)씨는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아들을 잃었다"며 "SK케미칼이 책임을 질 때까지 계속 목소리를 내겠다"고 전했다.


앞서 센터는 7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영국 옥시레킷벤키저 제품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피해자를 낸 애경 임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애경의 '가습기메이트'는 가습기 살균제 중 가장 먼저 출시된 제품이다.

그러나 지난 2011년 정부 조사 당시 실험쥐에서 폐섬유화 소견이 나타나지 않아 다른 제품과 달리 독성이 적다는 이유로 강제 리콜대상에서 제외됐다.

이후 지난해 9월 경찰이 옥시레킷벤키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업체 8곳을 기소할 때도 애경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센터 측은 "애경의 가습기 살균제인 '가습기메이트'만을 사용하다 사망한 경우도 있다"면서 "부산의 4세 쌍둥이 어린이는 '관련성 확실' 1급 판정을 받고 목을 뚫어 호흡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애경은 1~2차 조사에서만 사망 27명, 상해 101명 등으로 옥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피해자를 낸 살인기업"이라며 "장영신 전 대표이사 등 19명의 애경 전현직 임원들을 구속 처벌해달라"고 주장했다.

앞서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피해자들은 2일 이승한 전 홈플러스 회장을 비롯해 전·현직 임직원 40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들은 고발장을 통해 "정부의 피해조사 결과 홈플러스의 가습기 살균제 PB(자체브랜드)상품인 '가습기 청정제'를 사용하다 사망한 소비자는 15명, 상해를 입은 소비자는 40명"이라며 "옥시, 애경, 롯데 등에 이어 4번째로 많은 피해자가 홈플러스 PB상품에 의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홈플러스가 자체브랜드 가습기 청정제를 제조해 판매한 9년(2003~2011년) 동안 홈플러스를 직접 소유하고 운영한 회사는 삼성물산과 영국 테스코가 만든 합자회사 삼성테스코"라며 "두 회사 모두 가습기 살균제 피해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사과나 유감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삼성그룹은 이제라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해 유족과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보상대책을 내놔야 한다"며 "옥시레켓벤키저에 이어 국제적으로 영국 기업 테스코의 책임을 묻기 위한 사회적, 법적 등 조치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들은 지난달 29일 노병용 전 롯데마트 사장(65·현 롯데물산 대표),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 등 롯데마트 전·현직 임원 43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들은 "가습기 살균제 제품별 피해자 중 롯데 제품 관련 피해자는 옥시싹싹과 애경에 이어 세번째로 많다"며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 중 폐이식 피해자는 14명인데 이중 4명이 롯데의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라고 주장했다.

이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중 다수가 옥시 제품을 사용했기 때문에 영국계 다국적 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의 책임을 묻는 소리가 커서 그동안 롯데, 이마트, 애경 등 국내 회사의 책임이 가려져 온 측면이 있다"면서 "롯데마트가 소속된 롯데쇼핑의 전·현직 임원에 대한 소환조사와 출국금지를 요구하려 한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또 이에 앞서 지난달 23일 옥시레킷벤키저 전·현직 임직원 29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이날 낮 12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옥시레킷벤키저는 자사 제품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으로 180여명을 죽이고 1000여명을 다치게 한 살인기업"이라며 "옥시레킷벤키저 4명의 현직 임원을 포함해 전·현직 임원 29명을 소환해 엄벌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가습기 살균제로 희생당한 가정의 가족들은 내 손으로 사서 넣어준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이 죽고 다쳤다는 자책감과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피해자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달래는 길은 가해기업의 책임자들을 살인죄로 구속 처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앞서 지난달 16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은 최근 해당 업체에 대한 살인죄 기소 방침을 정했다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간단한 교통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혹시 살인의 여지가 없는지 수사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며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 구체적인 기소 방침 등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관련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달 초 살균제 제조·판매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달 초 관련업체 핵심 임직원의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며 "총 2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쳤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옥시레킷베킨저 본사, 롯데마트 본사 등 관련업체 10여곳에 대한 1차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2차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 자료를 확보한 상황"이라며 "향후 계속해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들이 살균제 원료로 사용된 화학물질(PHMG)의 유해성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들이 유해성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진행해 왔다.

검찰에 따르면 살균제 원료를 제조한 SK케미칼은 물질안전보건자료(MSDS·화학물질 취급설명서)에 해당 원료의 유해성을 경고하고 이를 유해물질로 분류했다.

물질안전보건자료에는 "이 제품을 먹거나 마시거나 흡입하지 말라"는 경고도 들어가 있었다.

해당 자료는 SK케미칼을 거쳐 약품 유통업체와 가습기 살균제 제조납품업체, 판매업체 등 순으로 전달됐다.

검찰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 관련 자료를 추가로 넘겨받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같은 정황이 사실로 확인되면 검찰은 옥시레킷벤키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업체 상당수에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옥시레킷벤키저의 경우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제품 겉면에 "살균 99.9% 아이에게도 안심,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해 안심하고 쓸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문구까지 적어 넣은 만큼 검찰은 허위로 안전성을 강조한 업체에 대해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가습기 살균제 판매업체들은 "법률상 물질안전보건자료를 보관할 의무가 없어 관련 정보를 입수하기 어려웠고 PHMG가 유해물질이라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해명해왔다.

또 "극히 낮은 농도에서의 흡입독성은 문제되지 않고 쥐를 이용한 실험 결과를 사람과 연결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은 쥐를 이용해 실험한 질병관리본부의 조사 결과를 법정에서 증거로 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의 철저수사 지시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 관련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게 됐다.

지난 2011년 원인을 알 수 없는 폐 손상으로 임산부와 영유아 143명이 숨지는 등 1200여명이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은 사건 발생 3년 이상이 지난 지난해 9월에야 해당 가습기 살균제 업체의 국내 대표 등에 대한 검찰 송치가 이뤄졌다.

이도 역시 지난해 5월 보건당국이 역학조사, 동물실험 등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피해자들의 폐질환이 발생했다고 밝힌 탓에 수사가 급물살을 탄 덕분이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피해자들은 검찰에 해당 업체 대표를 살인 혐의 등으로 강력 처벌해달라는 고발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와 별도로 피해자들은 해당 업체 영국 본사와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국제소송의 경우 아직 진행 중이지만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은 지난해 1월 1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다.9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앞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를 비롯한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회원들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 관련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6.03.09 조종원 기자 환경보건시민단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등이 7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김경희 기자 gaeng2@focus.co.kr(서울=포커스뉴스)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의 3차 피해자 접수에 대해 추가 · 연장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에 가습기 살균제가 놓여 있다. 2016.01.19 박철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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