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커스뉴스) 리커창 중국 총리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한국의 국회) 업무보고에서 향후 5년에 걸쳐 연간 최소 6.4%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이 “힘든 전투”에 맞닥뜨려 있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그의 언급은 소위 “중간 소득 함정”에 빠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중국이 직면한 도전을 잘 나타낸다. “중진국 함정”이라고도 불리는 “중간 소득 함정”은 개발도상국이 발전을 거듭하다 중진국 수준에 와서 성장이 정체에 빠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수십 년 간 무서운 기세로 팽창해 온 뒤 중국의 성장은 이제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주춤거리고 있다. 지난해 성장률 6.9%는 1990년 이래 2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이제 세계는 중국이 얼마나 신속하게 성장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그리고 중국 경제를 계속 굴러가게 하려면 정부가 무엇을 할 필요가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13차 5개년 계획(13·5규획, 2016~2020년)에서 제시한 연간 경제성장 6.5%는 단기적인 경기 자극과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구조개혁 사이에서 균형을 기하려 노력하면서도 중국 지도자들이 경제 팽창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비교적 잘 사는 중류층 사회’, 즉 소강사회(小康社會)를 건설한다는 목표 아래 그때까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과 개인소득을 2010년의 2배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시진핑 주석의 정치 의제의 핵심이다. 시 주석이 추구하는 “중국의 꿈(中國夢)”은 향후 5년 간 그의 정책의 기초다. 하지만그 꿈이 실현되고 않고는 대체로 한 가지 요인, 즉 성장에 달려 있다.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이 6.5% 성장 목표 달성을 어렵게 본다며 6일 중국의 향후 성장 전망을 폭넓게 분석했다.
미즈호증권아시아(瑞穗證券亞洲)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션지안광(沈建光)은 6.5% 목표가 야심적이라고 본 반면, UBS 증권 아시아의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 왕타오는 그것이 “가능하지만 약간 어렵다”고 말했다.
영국 워릭경영대학원에서 전략적 경영을 가르치는 중국 전문가 카멜 멜하니 교수는 그것이 매우 도전적이리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정부가 올바르게 방아쇠를 당기고 경제 개혁을 심화한다면”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구체적인 목표에 집착하는 것은 위험하지 않을까? 이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을 6.5% 성장에 묶는 것은 금융위기 위험을 높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 목표를 달성하자면 중국이 투자를 좀체 늦출 수 없으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부채가 심지어 더더욱 위험한 수준으로 계속해서 높아질 것임을 의미한다.
저명한 경제학자인 유용딩(余永定)은 중국 경제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2020년까지 기업부채가 GDP의 200%에 이르리라고 추산했다.
SCMP는 2020년 무렵 중국의 GDP 성장 예상치가 4~7%라며 이는 엄청나게 다른 국내·국제 정책변화를 수반하기에 충분히 큰 격차라면서도 더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약 6%의 성장률을 예상한다고 소개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경제가 2014년에 비해 2020년 44% 더 커질 것이라면서 향후 5년 간 중국이 연 6.2% 성장하리라 본다.
대단히 어두운 전망을 내놓은 사람은 하버드대학의 로런스 서머스, 란트 프리쳇 두 교수다. 이들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약 4%까지 떨어진다고 본다.
이처럼 성장률 예상치는 다양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한 가지 견해가 일치하는 것은 중국의 지속적인 경기 후퇴가 구조적인 필연이라는 사실이다.
중국은 경제발전을 위해 지난 수십 년 간 값싼 노동력과 천연 자원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사회가 급속히 노령화하면서 노동인구는 감소하도록 예정돼 있다. 여기에다 중국의 인건비는 이미 태국, 인도네시아, 멕시코 같은 개발도상국 수준을 넘어섰다.
학자들 사이의 또 다른 의견 일치는, 중국의 경기후퇴는 순전한 경제 규모의 결과라는 것이다. 비록 중국이 6% 성장한다고 해도 그 6% 만큼의 성장은 매년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전체 경제규모의 대략 1.5배에 해당한다.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장기적인 6% 부근 성장은 당장의 성장을 감소시킬 효율과 생산성 혁신을 요구한다.
그러한 혁신은 분명 고통을 수반하지만 그렇더라도 당국이 향후 5년에 걸쳐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작업이다.
세계적인 투자가 조지 소로스를 비롯한 일부 분석가들은 중국 경제가 왜곡과 약점에 너무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경착륙을 향하고 있다고 경고해 왔다. 그들은 친(親)성장 정책의 끈질긴 추구, 그리고 경제규모를 배증(倍增)시킨다는 계획을 들어 중국 정부를 비판하면서 팽창 속도를 늦추는 것이 주요한 경기침체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영국의 시사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를 발간하는 이코노미스그룹의 계열사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중국 경제가 2016~2020년 중 어느 시점에 경착륙할 위험 확률을 30%로 예측했다.
중국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의 쉬사오스(徐紹史) 주임은 6일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는 사태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쉬 주임은 이날 오전 베이징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제13차 5개년계획'(13.5 규획)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중국 경제가 갖가지 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콤 인터내셔널(交銀國際)의 수석 중국 전략가 홍하오는 경착륙 위험을 무시할 수 없다고 SCMP에 말했다.
이것은 기업 도산, 지방정부 파산 또는 부동산 거품 붕괴에서 유래할 수 있다. 홍하오는 “이러한 것들 각각이 정부 정책에 의해 다뤄지고 있지만 우리는 지금 시간과 경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성장 저하는 세계 2위 경제대국이 “중간 소득 함정”으로 알려진, 가라앉은 성장의 오래 끄는 기간 속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러우지웨이(樓繼偉) 중국 재정부장이 지난해 4월 24일 칭화대 경제관리학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앞으로 5년에서 10년 사이 중국의 연간 성장률이 5%대로 미끄러지면서 중진국 함정에 걸려들 가능성이 50%”라고 말함으로써 불안은 증폭됐다.
멜하니는 만약 중국이 사회 번영과 도시화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만약 경제가 높은 혁신 모드로 진입하지 못한다면 이것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왕은, 비록 연간 4%만 성장한다고 하더라도 중국은 10년 안에 고소득 국가가 되어 중진국 함정을 온통 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SCMP는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이전에 빠르게 성장하던 경제가 다시 불경기에 빠지는 것을 피하기는 가능하다고 말하는 한편, 법치와 민주주의를 도입하는 정치적 자유화를 포함하여 중국에 더 많은 근본적 개혁이 필요함을 역설한다고 전했다. 그들에 따르면, 그렇게 함으로써 중국은 생산성과 혁신에 기반을 둔 고부가가치 경제가 되기 위한 물결을 타고 넘어 현대적이고 풍요로운 사회를 향해 전환하는 데 성공할 수 있다.
홍은, 사회가 더 부유해지면서 정신적 욕구, 민주주의, 인권 같은 무형(無形)의 것에 인식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그것은 사람들을 통치하는 방법을 바꿀 기회를 의미한다”고 SCMP에 말했다.리커창 중국 총리가 5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정부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Photo by Lintao Zhang/Getty Images)2016.03.07 ⓒ게티이미지/멀티비츠 상하이 고층아파트 지구의 야경.(Photo by China Photos/Getty Images)2016.03.07 ⓒ게티이미지/멀티비츠 상하이 룽창의 노후 아파트.(Photo by China Photos/Getty Images)2016.03.07 ⓒ게티이미지/멀티비츠 체조하는 베이징 시민들.(Photo by China Photos/Getty Images)2016.03.07 ⓒ게티이미지/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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