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타로카드·점집 찾는 20대 증가 추세
(서울=포커스뉴스) #1. 올해로 취업준비생 2년 차에 접어든 송준기(29·가명)씨는 월요일 아침마다 로또를 사기 위해 편의점에 들린다. 한 달 40만원의 용돈으로 생활하는 송씨는 로또 구매에만 한 달에 2만원을 지불한다고 했다. 송씨는 “월요일에 사면 토요일 당첨자 발표 때까지 ‘혹시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든다. 우습겠지만 그 힘으로 일주일을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2. 직장생활 5년차인 신모(28·여)씨는 점집, 타로카드 카페, 철학관 등 안 가본 곳이 없다.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생각되니 전문가들 이야기라도 듣고 싶은 심정이다. 신씨는 “특히 취업준비 기간이나 이직을 결정할 때 많이 방문했다”며 “미래가 궁금해서 가는 것도 있지만 5만원을 내고 한 두시간 상담을 하고 나오면 기분도 좋다”고 설명했다.
20대들이 ‘헬조선’에서 생존을 위해 일종의 백신 마련에 나섰다.
‘당장은 헬조선을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한 청년들이 임시방편책들을 찾고 있는 것이다.
로또와 사주, 타로 등이 이들의 대표적인 도피처로 꼽힌다.
실제로 청년 10명 중 4명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복권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여론조사전문기관인 갤럽이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해당 기간 ▲매주 복권 구매한 19~29세 5.8% ▲2~3주에 한 번 구매 12.8% ▲한 달에 한 번 구매 19.7%을 기록했다.
이들에게 로또는 한국에서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의식이자 주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의 한 대학을 졸업한 양모(27)씨는 올해에만 로또를 5번 구매했다.
양씨는 “지금 나한테는 로또가 되는 거나, 취직이 되는 거나 가능성이 비슷한 것 같다. 그래서 둘 중 하나라도 돼라, 그런 생각으로 사고 있는 것”이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취업준비생인 송씨는 로또가 하나의 스트레스 해소법이자 멘탈(정신력)을 관리하는 도구라고 했다.
그는 “서류에서 탈락하거나 면접에서 떨어지는 날은 몇 장 더 구매한다”며 “‘로또만 되면 된다.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생각하면서 자기 위안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연남동에서 7년째 슈퍼를 운영하고 60대 현모씨는 최근 로또를 찾는 20대들이 늘었다고 했다.
그는 “주로 40대 이상이 많지만 젊은 대학생들이 로또를 찾는 빈도가 부쩍 늘었다”며 “한 번에 많이 구매하지는 않고 1000~5000원 정도만 구매하는 편”이라고 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사주나 타로카페를 찾는 20대도 증가 추세다.
지난해 12월 국내 한 출판업계에 취업한 김현정씨는 최근 홍대의 한 사주카페를 찾았다.
그는 “지금 하는 일이 맞는지도 모르겠고 직장 동료들과 관계도 어렵다”며 “그렇다고 직장을 관둘 수도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운명에 물어보자는 심정이였다”며 카페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그래도 사주카페에 가면 주로 좋은 얘기를 들을 수 있어 힘을 얻고 돌아간다”며 “다만 올해는 취업운이 없다고 해서 회사는 계속 다녀야할 것 같다(웃음)”고 말했다.
심지어 점집을 찾는 20대도 생겼다.
지난해 이직을 고민했던 신씨는 친구의 추천을 받아 서울의 한 점집을 방문했다.
신씨는 “회사를 다니면서 평생 무슨 일을 하고 살아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새로운 일이 맞을지도 궁금했다”며 “정해진 운명을 따라가면 인생이 조금은 더 수월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주말에도 신촌의 한 점집을 들릴 예정이다.
신씨는 “내게 점을 보는 것은 고민을 상담하는 것과 같다”며 “나를 모르고, 내 주변도 모르는 사람에게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고 오면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서울 신촌 지하철역 입구 근처의 한 로또 판매점. 송은세 기자 서울 홍대 걷고싶은 거리에 위치한 사주카페 가게들. 2016.03.04 송은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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