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커스뉴스) 서울고검장 출신 박영수(63) 변호사의 목을 흉기로 찌른 혐의(살인미수)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 받은 이모(63)씨가 항소심 첫 공판에서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며 정신감정을 요청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상주) 심리로 3일 진행된 항소심 1회 공판에서 이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오래전부터 공황장애와 폐쇄공포증 진단을 받아 향정신성 약물을 복용해 왔다”면서 “범행 당시에 증세가 심각해 투약량을 늘렸고 정상적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심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는데 지난 2일 정신감정을 의뢰했다”면서 “항소심 재판에서 객관적 정신감정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범행에 사용된 공업용 커트칼의 구입시기는 사건이 있기 2~3년 전”이라며 “범행을 미리 계획하지 않았고 살인의 고의도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원심은 권고형량을 정할 때 가중영역으로 계산해 형량이 늘어났다”면서 “피고가 자수한 점, 피해자가 제출한 처벌불원서 등을 고려해 감경인자가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현재 요추협착증 등 질병으로 휠체어에서 생활하고 있다”면서 “최대한 선처해 달라”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피고인의 심신미약에 대한 주장은 원심에서 충분히 검토됐다”면서 “범행 전후 상황에 비쳐 정신감정이 의미가 있을까 싶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검찰은 “범행 당시 피고인은 피해자의 사무실을 휴대폰으로 검색하기도 했고 출입구에서 한참 기다렸다”며 “범행 직후 2시간 가량 피해자와 진지한 대화를 한 점, 3시간만에 수사기관에 자수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정신에는 문제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보복 폭행을 저지르는 등 사안이 중대하고 사건 직후 피고인이 보여준 태도에 비쳐 형량이 낮은 것 같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5년형을 선고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양측 의견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고 다음 기일 전까지 결과를 알리겠다고 밝혔다.
이씨의 다음 재판은 17일 오후 4시 20분 열린다.
이씨는 지난해 6월 17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박 변호사의 법무법인 사무실 앞에서 퇴근하던 박 변호사의 목 부위를 공업용 커터칼 등으로 찌른 혐의로 같은 해 7월 구속기소됐다.
이씨는 박 변호사가 맡았던 ‘슬롯머신 대부’ 정덕진(75)에 대한 모해위증 혐의 건을 두고 재심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건설업체 대표였던 이씨는 정씨와 금전문제로 다투다 2009년 정씨로부터 고소당했다.
이씨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2심에서 정씨와 합의해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후 이씨는 정씨가 재판에 참석한 증인에 대해 위증을 교사했다며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서울남부지검으로 이송됐다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이씨는 이 과정에 박 변호사가 개입해 전관예우로 이런 억울한 결과를 유도했다는 생각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
1심 재판부는 “자신이 고소한 사건이 혐의 없음으로 끝나자 상대 변호사가 전관예우 출신이라 생각하고 살해하려 했다”며 “피해자가 숨질 수 있어 책임이 매우 무겁다”면서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단순 의심만으로 변호인에게 해를 가한 범행은 변호인의 변론권을 침해하고 수많은 당사자들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위축시키는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게티이미지/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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