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최고 ‘악바리’ 채권자와 채무조정에 합의

편집부 / 2016-03-03 16:38:10
한국에도 출현했던 헤지펀드 엘리엇이 주도하는 채권단과<br />
신임 대통령의 승리이자 국제 자금시장 복귀의 좋은 계기
△ 싱어

(서울=포커스뉴스) 아르헨티나는 2014년 7월 2001년에 이어 13년 만에 또국가부도를 냈다. 채권자들에게 지급할 이자 5억3900만 달러의 마감일을 넘겼기 때문이다. 그 해 아르헨티나는 채권자들과 오래 협상한 끝에 “일단 원리금의 30% 정도를 조만간 갚고 나머지 원리금은 형편이 닿는 대로 갚을 테니 우선 이자로 이 돈이라도 받아 가라”고 채권자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그래서 5억3900만 달러를 마련해 채권자들에게 곧 나눠줄 참이었다. 채권자들 대다수는 아르헨티나의 2001년 국가부도 때 이 나라에 돈을 물린 투자자들이었다.

그런데 그해 6월 채권자 가운데 한 명인 폴 싱어가 “폴 싱어가 아르헨티나 정부의 부채 상환을 수락할 때까지 여타 채권자들은 부채를 상환 받을 수 없다”는 판결을 미국 법원에서 얻어냈다. 폴 싱어가 동의하지 않는 한 아르헨티나 정부는 폴 싱어를 뺀 다른 채권자들에게 채무 상환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폴 싱어는 지난해 6월 주식 7.12%를 확보해 갑자기 삼성물산 3대 주주로 등장해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헐값에 인수·합병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나섰던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대표 폴 싱어, 바로 그 사람이다.

미국 법원의 이런 결정은 아르헨티나가 애당초 채권을 발행할 때 “채권 상환 절차와 관련해 미국 법원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동의해 놓았기 때문에 구속력이 있었다. 싱어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설득한 채권자들에게 5억3900만 달러를 지급하는 것은 자기가 알 바 아니지만, 아르헨티나 정부에 설득 당하지 않은 자기와 몇몇 “고집불통” 채권자는 모두 합쳐 15억 달러를 받아야 하겠다면서 이 돈을 내놓으라고 줄곧 요구했다. 그러다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미국 법원의 결정을 들고 와 아르헨티나를 압박했고, 싱어의 요구를 들어줄 힘이 없었던 아르헨티나는 결국 국가부도 사태를 당하고 말았다.


이제 아르헨티나 입장에서 지긋지긋했던 그 드라마가 끝나가고 있다. 지난달 29일 법원이 지정한 중재자인 대니얼 폴락은 아르헨티나가 엘리엇이 주도하는 최대 채권자 4명과 원칙적인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아르헨티나가 이번에 지급할 46억5000만 달러는 채권자들이 주장하는 액수보다 25% 적다. 하지만 어쨌든 이번 합의로 아르헨티나는 분쟁 소지가 있는 부채의 85%를 보유한 채권자들과 해결을 보았다.

이번 합의는 얼마 전 대통령에 당선된 모리시오 마크리에게 횡재나 다름없는 치적(治積)이다. 그리고 그것은 국제 자금 시장에서 아르헨티나의 오랜 고립을 끝낼 계기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취임 이래 마크리 대통령은 환율통제 종식, 수출세금 폐지 등 과감한 경제정책을 펼쳤다. 이번 채무 합의는, 마크리의 두 전임자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드 키르치네르와 그녀의 남편 고(故) 네스토르 키르치네르에 의한 12년 통치 기간 중 대중영합적인 정책에 의해 왜곡되어 온 이 나라 경제를 정상으로 돌려놓는 데 도움이 된다.

아르헨티나의 협상가들은 앞서 지난달 2일 이탈리아 빚쟁이들과 13억 5000만 달러에, 이어 같은 달 5일 최대 고집불통 채권자 6명 가운데 2명과 11억 달러에 각각 합의를 보았다. 하지만 싱어의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가장 고집이 센 채권자 집단을 이끌어 왔는데 이번에 마침내 이 집단과 합의를 이룬 것이다.지난해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고 환호하는 마크리.(Photo by Mario Tama/Getty Images,)2016.03.03 ⓒ게티이미지/멀티비츠 아르헨티나 정부를 오래 물고늘어졌던 엘리엇 매니지먼트 회장 폴 싱어.(Photo by Thos Robinson/Getty Images for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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