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해보고 싶은 것? 다작"
![]() |
△ 영화 |
(서울=포커스뉴스) 이지아처럼 많은 편견이 있는 여배우가 있을까? 외계인설에 뱀파이어설까지 있던 여배우였다. 그런데 직접 만난 이지아는 달랐다. 정말 잘 웃고, 좋아하는 이야기에는 꽤 수다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생각과 다른 모습에 연이어 놀라자, 이지아가 말했다. "저를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셨던 거예요?"
이지아가 여군 역할에 도전했다. 3일 개봉하는 영화 '무수단'에서다. '무수단'은 비무장지대에서 벌어진 의문의 사고를 파헤치기 위해 최정예 특임대가 벌이는 24시간 사투를 담은 작품이다. 그 속에서 이지아는 신유화 중위 역을 맡아 군인으로서의 냉철함을 지키면서도 동료를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캐릭터를 선보인다.
"솔직히 작품을 선택했을 때, 이렇게까지 고생할 줄 몰랐어요. 결정할 때는 '국가기밀사건에 투입되는 여자 장교라니 멋있다'라고 생각해서 금방 하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상상보다 훨씬 더 고생스럽더라고요."
한여름에 산속에서 두 달 정도 살았다. 말로는 들었지만 그렇게 큰 벌레들은 처음이었다. 이지아는 "곤충이나 모기 같은 것도 산에 있는 건 스케일이 다르더라고요. 팅커벨이라고 부르던데요. 지렁이도 뱀 같았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한다. 몸에 알레르기도 있어서 모기에 물리면 두껍게 살이 부어오른다. 하지만 군복도 뚫는 모기를 어떻게도 막을 수 없었다.
"우기가 겹쳐서 2주 정도 촬영 시기를 놓쳤어요. 그러니 남는 시간 동안 일정이 더욱 빡빡해졌고요. 롱테이크 장면은 왜 이렇게 멀리서 찍는지. 돌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미끄러져 구르기도 하고. 긴박한 상황이니까 밑을 볼 수도 없었어요. 남자들의 보폭은 크고, 그 사이에서 연약해 보이거나 허술해 보이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다고요."
그렇게 이를 악물고 촬영했던 날들이다. 그런데 너무 혹독하게 자신을 붙잡은 탓인지, 마지막 촬영을 얼마 안 남기고 이지아는 현장에서 실신했다. "마음은 견디고 있었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았나 봐요. 사실 쉬고 싶었는데, 피해를 드리고 싶지 않아서 말씀을 안 드렸어요. 그런데 더 큰 피해를 드린 것 같아요. 속상했어요. 남자와 체력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데,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으니까."
과정이 힘들었던 만큼 사람들과의 정도 깊어졌다. 함께 촬영한 사람들과 실제 전우애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극 중 누군가의 죽음을 목격할 때, 그 표정은 이지아, 자신의 것이었다. "정말 엉엉 울었어요. '컷' 소리도 못 듣고 울었어요. 진짜 슬프더라고요. 같이 지내며 전우애가 싹 튼 게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눈이 퉁퉁 부었어요. 눈이 너무 부어서 이어지는 장면을 촬영하기가 힘들었어요. 눈이 부었다, 안 부었다 한 게 화면에 보일까 봐요. 괜찮았죠?"
사실 이지아가 산속에서 두 달 동안 합숙해서 촬영하는 작품에 참여한다는 것조차 놀라웠다. 낯가림이 심해서 어디엔가 숨어 지낼 것 같은 그다. 아마 '신비주의'라는 오랜 이지아의 이미지가 이런 선입견을 만들어 냈을 거다. 그런데 '무수단' 속에서 이지아는 군복을 입고 남자처럼 걷고, 너무 자연스럽게 손가락 욕도 선보인다.
"제가 되게 덜렁대요. 치밀한 편이 아니라서, 뭔가를 준비하면 꼭 빠트려요. 예전에는 긴장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실수하면 정말 큰 일 나는 것도 많았으니까요. 늘 그러니까 정말 남들보다 더 긴장하고, 얼어있고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그러면 남들도 느끼잖아요. 제가 또 가만히 있으면 차가워 보인대요."
이지아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대중에게 알려지기 전, 서태지와 결혼한 과거는 이지아를 가둬놓았다. "세상이 편하니, 저도 되게 행복하거든요. 그건 아무도 모를 거예요. 늘 긴장하며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요즘 영화 상영 이후 관객과 만나기도 하고, 게릴라 데이트도 했어요. 좋았던 건 '실물이 예쁘다'고 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힘을 얻고 있어요.(웃음)"
과거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미술에 대한 미련은 없다. 그보다 배우로서 나아가는 것에 점점 욕심이 나는 그다. "제가 작품 할 때마다 복귀작 이래요"라고 귀여운 투정을 부린 그는 "배우하고 나서 이게 되게 천직같이 느껴져요. 그래서 욕심도 많이 생겼고요. 제가 작품을 자주 하지 않아서 아쉬움도 크게 남아요."
"꼭 한번 해보고 싶은 것이라면 '다작'이라고 할래요. 다작해보고 싶어요. 스크린이나 브라운관 상관없이요. 밝은 캐릭터 해보고 싶어요. 너무 심각한 것만 한 것 같아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뭔가 과장되고 여성스러우면서 호들갑스러운 캐릭터. 괜찮을 것 같지 않아요?"(서울=포커스뉴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무수단'의 배우 이지아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3.02 김유근 기자 이지아는 영화 '무수단'에서 신유화 중위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은 '무수단' 스틸컷. <사진제공=골든타이드픽쳐스>이지아가 신유화 중위로 열연한 영화 '무수단'. 사진은 '무수단' 스틸컷. <사진제공=골든타이드픽쳐스>(서울=포커스뉴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무수단'의 배우 이지아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3.02 김유근 기자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