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 "'소년이 온다'는 광주에서 죽은 한 소년에게 바치는 작품"

편집부 / 2016-02-29 22:09:13
제41회 서울문학회 초대작가로 참석
△ 1.png

(서울=포커스뉴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죽은 한 소년에게 바치는 소설입니다. 근본적인 질문의 중심부에 접근해가고 있음을 느끼며 썼습니다."

소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으로 해외에서 호평받고 있는 소설가 한강(46)이 자신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털어놨다.

한강은 29일 서울 성북구 주한스웨덴대사관저에서 열린 '제41회 서울문학회'에 참석해 50여 관객들 앞에서 나지막하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자신의 작품들에 대해 설명했다. 한강은 소설 '소년이 온다'에 대해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자신에게 던졌던 바로 그 시간을 정면으로 통과하지 않으면 어디로든 가지 못할 것 같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소설에 매달렸다"고 했다.

한강은 "어떻게 보면 소설을 쓰는 일은 서성거리기와 비슷한 데가 있다"면서 "뜨겁거나 서늘한 질문을 품은 채 앞으로 나아가거나 다시 뒤로 돌아간다. 때로는 출발했던 자리로 되돌아오기도 한다"고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털어왔다. 또 "결국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는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야 되짚어 볼 수 있다. 천천히 계속 쓸 것이다. 뜨겁거나 서늘한 질문들을 품고 나에게 주어진 삶 위에서 끈질기게 서성거릴 것이다"라고 밝히며 끊임없는 발전을 기대케했다.

한강은 소설 '소년이 온다'의 모티브가 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하 5·18)'에 대해서도 "인생을 바꿔준 중요한 계기가 된 사건"이라고 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살아왔다. 5·18은 인간의 두가지 양면성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을 많이 바꿔준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도 했다.

5·18을 다시 떠올리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2009년 발생한 용산 참사 소식이었다. 한강은 "용산 참사 뉴스를 보며 5·18이 다시 일어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5·18은 광주에서 일어난 일에 국한된 단어가 아니라 광범위한 의미를 가진 보통명사가 됐다"고 밝혔다.

소설 '소년이 온다'는 5·18을 모티브로 하지만 한강에게는 인간 폭력과 존엄성에 대한 확장이기도 하다. 한강은 "('소년이 온다'는) 5·18을 다루고 있지만 자료수집 과정에서 좀더 확장했다. 인간이 저지른 다른 수많은 죄들에도 적용해보고 생각해보고 싶었다. 인간의 폭력을 다루면서 시작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이야기를 발전시키고 싶다"고 전했다.


작품에서 인간의 선한 모습을 다룰 생각은 없냐는 질문이 나왔다. 한강은 "저는 인간의 선함을 간절하게 믿고자 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이어 "'소년이 온다' 출판 직후 읽었던 어떤 작가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왜 '소년이 온다'를 쓰면서 그렇게 고통스럽고 힘들어했는지 이유를 깨달았다. 그 이유는 인간의 선함을 믿고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이 책을 읽고 고통과 슬픔을 느꼈다면 그 또한 인간을 사랑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한강은 1970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나 열 살 때 가족과 함께 서울로 올라와 성장기를 보냈다.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고 문화 잡지 기자로 일하다 1993년에 시인으로 등단했다. 1994년 소설가로 활동을 시작한 뒤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그의 작품 '채식주의자'는 인간의 폭력성과 결백의 가능성이라는 주제가 식물적인 상상력과 결합해 섬뜩하지만 아름다운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어, 프랑스어, 폴란드어, 네덜란드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베트남어, 일본어, 중국어 등으로 번역됐다. '소년이 온다'는 한강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 최근 영국과 네덜란드에서 출간됐고 프랑스, 노르웨이, 스웨덴, 스페인 등에서도 출간될 예정이다.

한강은 현재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 무늬 영원' 등과 장편소설 '그대의 차가운 손' '검은 사슴'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등이 있다.소설가 한강이 29일 서울 성북구 주한스웨덴대사관저에서 열린 '제41회 서울문학회'에 참석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주한스웨덴대사관>소설가 한강이 29일 서울 성북구 주한스웨덴대사관저에서 열린 '제41회 서울문학회'에 참석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주한스웨덴대사관>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WEEKLY HOT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