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 '살생부' 또 등장…사태 악화 땐 '분당'까지 초래

편집부 / 2016-02-29 18:45:35
계파갈등 반영된 살생부, 극단으로 치달아<br />
이번 살생부 파문도 일단락?…불씨는 여전
△ 공천 살생부 관련 발언하는 김무성

(서울=포커스뉴스) 총선을 앞둔 여의도가 또 다시 '살생부' 논란에 휩싸였다.

새누리당 친박(親朴)·비박(非朴) 간 계파갈등 반영된 것으로 알려진 이 살생부는 존재 여부를 떠나, 이로 인한 당 내분이 보여주는 양상은 계파갈등의 골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김무성 당 대표와 정두언 의원 발언으로 비화된 새누리당의 살생부 논란은 29일 당 최고위가 "더 이상 문제삼지 않겠다"고 말하는 선에서 마무리된 듯 비쳐진다.

그러나 살생부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던만큼 논란을 완벽하게 진화하는 데에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살생부' 총선 앞둔 집권당엔 단골메뉴…'계파갈등' 반영 땐 '분당사태'까지

살생부 논란은 총선을 앞둔 집권당에게는 단골메뉴였다.

18대 총선을 앞둔 지난 2008년 초 이명박 대통령 당선으로 당권을 쥔 친이계 지도부는 친박계에게는 '학살'이나 다름없는 공천을 단행했다.

공천에서 탈락된 친박계 대다수는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해 '친박연대'를 창당, 14명을 당선시켰다. 역시 공천받지 못한 당시 친박계 좌장 김무성 대표도 무소속으로 부산 남구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때 역시 공천을 앞두고 새누리당 현역의원 30여명의 이름이 적힌 '살생부'가 나돌았고 절반 이상 맞아 떨어졌다. 해당 살생부 대부분은 친박계 의원들 이름으로 채워져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민주당 역시 계파갈등에 따른 '살생부' 논란을 겪은 바 있다.

17대 총선을 한해 앞둔,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고 이듬해 인수위가 가동된 2003년 초 일부 민주당 의원들을 △특1등공신 △1등공신 △2등공신 △3등공신 △역적 △역적 중 역적으로 분류한 '살생부'가 나돌았다.

노 전 대통령 당선에 얼마나 공을 세웠는지, 노 전 대통령과 대선 경선에서 맞붙은 이인제 의원 계열인지, '리틀DJ'로 불리는 한화갑 전 의원 계열인지 의원 성향 등을 상세하게 파악해 기술한 문건이었다.

이 문건을 계기로 당시 민주당은 신·구주류 간 갈등이 표면화됐고 결국 '열린우리당 분당사태'를 맞는다.

◆착한 살생부? 분당 없이 '과반 의석' 안기기도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도 '살생부'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이전과 양상이 조금 달랐다.

당시 새누리당 사무처는 18대 국회 회기 중 재판을 받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의원 39명 명단을 추렸다.

'당 소속 국회의원 특이사항'이라는 제목으로 작성된 이 문건은 당 사무처가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른바 '찌라시급'과는 차원이 다른 파급력을 보였다.

당시 문건은 △현재 재판 중인 의원(1명) △의원직 비상실형으로 재판이 종결된 의원(13명)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의원(25명)으로 항목이 분류됐으며, 여당 텃밭인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중진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이름을 올렸다.

문건이 공개되자 당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당시 공천 부적격 사유에 각종 범죄, 비도덕적 행위 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되면서 현역 의원들의 마음을 졸였다.

살생부의 효과였을까 민주통합당의 자중지란 때문이었을까. 새누리당은 참패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19대 총선에서 과반인 152석을 가져가는 기염을 토했다.


◆김무성·정두언發 '살생부 논란', 이대로 봉합될까

김무성 대표와 정두언 의원에게서 시작된 새누리당의 '40명 비박 살생부' 파문이 일단락되는 듯 보인다.

당 최고위가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결정을 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논란은 정두언 의원의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시작됐다.

정 의원은 "김무성 대표가 친박 핵심에게 현역의원 40여명의 물갈이 요구 명단을 받았고 거기에 나도 포함돼 있더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새누리당이 발칵 뒤집혔다.

그러나 김 대표는 지난 27일 김학용 비서실장을 통해 "(현역의원 물갈이) 요구를 (친박계로부터) 받은 적이 없고, 정두언 의원과 정치권에 회자되는 이름들에 대해 얘기를 나눴을 뿐"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이번 논란을 지켜본 친이계 중진 이재오 의원은 "선거 때가 되면 당에 화합이 안 되고 하면 나오는 이야기들"이라며 "역대 선거가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이 넘어간 때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계파갈등이 반영된 살생부는 항상 극단으로 치달았던 선례를 볼 때 이번 살생부 논란의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6.02.29 박동욱 기자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천룰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6.02.16 박철중 기자 '공천 살생부' 관련 논란을 받고 있는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정 의원은 지난 주말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무성 대표에게서 현역 의원 40여명의 '살생부'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한 바 있다. 2016.02.29 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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