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잇단 '거버넌스委' 카드…오너 투명성 시험대

편집부 / 2016-02-29 10:29:57
현대차·SK 등 책임경영 선제 대응, 주주권익 보호 초점
△ 답변하는 최태원 회장

(서울=포커스뉴스) 사내이사에 복귀한 최태원 SK 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서며 발표한 '거버넌스위원회' 설치는 주주 권익 보호에 소홀했던 오너 체제의 재계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거버넌스위원회는 회사가 모든 주주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게 돕는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의사결정구조를 갖는다. 그만큼 주주들의 권한이 커지면서 경영진이 경영계획을 승인할 때 입김이 커지게 된다.

이때문에 오너 체제인 한국 기업에서 주주 의견을 반영하는 이같은 기구를 따로 조직한다는 것은 상당히 혁신적인 일로 받아들여 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이어 최태원 회장이 다음달 18일 SK그룹 주총에서 이사회 산하 '거버넌스 위원회'를 설치 선언을 예고한 것은 경영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SK 관계자는 "SK는 독립적이고 투명한 이사회 중심 경영을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왔다"며 "지속적으로 사회와 주주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이사회의 독립‧투명성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전해, 최 회장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거버넌스위원회'는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이사회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투자 및 회사의 합병‧분할, 재무 관련 사항 등 주요 경영 사안을 사전 심의하게 된다.

SK는 이번 결정으로 주주 권익 보호와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실질적 장치를 보강함으로써 명실상부한 투명‧주주친화 경영 구조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SK는 2004년부터 투명경영위원회 설치, 사외이사 비중 확대 등 투명경영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도입했다. 통합지주회사 출범 이후 점진적으로 배당성향을 30%까지 확대키로 하는 등 적극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정몽구 회장이 도입을 결정한 현대차 거버넌스위원회는 대기업 중 첫 사례이다. 네덜란드의 공무원 연금인 APG와 PGGM, JP모건, 퍼스트스테이트(Firststate), LGIM, 캐피털그룹 등 20개 해외 기관이 현대차와 꾸준히 협의해 온 내용을 토대로 이뤄졌다.

현대차는 당시 거버넌스 설치와 관련한 투자자들의 요청을 수용함으로써 2014년 9월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 고가 매입과 관련한 주주 이익 훼손 논란은 일단락짓게 된다.

하지만 재계의 이같은 흐름에 대해 오너 체제를 견제하고 주주가치를 올리는 데 여전히 실효성에 의문이라는 우려가 적지않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분석'평가에서 238개 상장사에 사외이사 750명이 2015년 총 5448개 이사회 안건 중 단 2건(0.04%)만 부결시켰다. 2014년(15건, 0.26%)보다 더 낮아져 갈수록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아직 거버넌스위원회라는 것은 다소 낯선 개념일 수 있다"며 "국내 대기업 가운데 주주보호를 위해 거버넌스위원회를 운영하는 곳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우 거버넌스를 통해 최고경영자를 교체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며 "국내 재계도 이제는 새 변화의 시험대에 놓여있다"고 전했다.(대전=포커스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전시 유성구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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