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자로 인한 ‘재정 압박’과 ‘일자리 위협’은 근거 없어
(서울=포커스뉴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이 상하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 즈음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영국 경제에 큰 충격을 가져 올 것이라고 공개 경고한 것은 6월 하순으로 예정된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영국 내 찬반 여론이 얼마나 들끓고 있는지를 잘 암시한다.
브렉시트 국민투표의 최대 쟁점은 영국에 와 있거나 앞으로 영국에 도착할 EU 이주자를 둘러싼 문제다. 영국은 독일과 달리 비(非)EU 이주자나 망명 신청자 때문에 골치 아파하지는 않는다. 논쟁의 초점은 폴란드처럼 상대적으로 가난한EU 국가에서 영국으로 건너오는 이주자 때문에 영국 재정이 압박을 받고 영국인의 일자리가 위협받는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아예 브렉시트로 가자”고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영국 사회에서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EU 이주자’ 문제에 대해 영국의 권위지 더타임스가 최근 “EU 이주자는 정치적으로 유독하고 경제적으로 이득이다”는 분석을 내놓아 주목된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대중은 영국 내 EU 이주자 문제를 독일 등이 겪고 있는 시리아·이라크·아프가니스탄 출신 망명자 문제와 연결 지어 과잉 우려하고 있다. 영국은 EU내 국경 철폐를 규정한 쉥겐조약 당사국도 아니며 영국에 망명 신청자들이 쇄도할 가능성도 없다.
지난해 6월까지 12개월 동안 영국 이주자는 33만6000명 순증(純增)했다. 이 수치는 입국한 이주자 63만6000명에서 출국한 이주자 30만 명을 뺀 것이다. 입국 이주자 63만 6000명 가운데 29만 4000명은 취업하러, 19만 2000명은 공부하러, 8만 명은 가족을 따라 왔다. 대중이 이주와 망명을 곧잘 혼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영국인들 사이에는 입국 이주자가 압도적으로 EU에서 온다고 가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는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지낸 지난 43년 역사를 통틀어 사실과 다르다.
이 대목에서 더타임스는 자못 복잡한 덧셈과 뺄셈으로 독자들을 끌고 들어간다. 2015년 6월까지 12개월 동안 영국의 EU 순(純)이주자(입국자에서 출국자를 뺀 것)는 18만 명, 비(非)EU 순(純)이주자는 20만 1000명이었다. 그런데 이 둘을 합치면 33만6000명을 초과한다. 그러나 여기에 영국시민으로서 출국한 순(純)이주자 4만5000명을 감안하면 아귀가 맞아떨어진다. 이것이 오래 지속돼 온 추세였다. 지난 40년 가운데 1985년 한 해에만 영국시민에 의한 출국 순(純)이주가 없었다.
EU 이주자는 영국에 취업하러 오는 경향이 강하다. 취업 목적으로 도착한 29만4000명 가운데 EU 출신이 16만2000명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비(非)EU 이주자는 주로 공부하러 오거나(19만2000명 가운데 13만000명) 가족과 관련된 일로 온다(8만 명 중 4만5000명).
그렇다면 EU 이주자가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최신 통계에 따르면 현재 영국에는 영국이 아닌 EU 국가의 시민들이 204만 명 일하고 있다. 이 수치는 세계 여타 지역 출신 영국 내 근로자의 2배다. 최근 12개월 간 EU 이주자 취업은 21만5000명 늘었다. 이 수치는 영국 전체 취업자 증가분의 40%다. 이 수치를 접하자 영국 여론이 경기(驚氣)를 일으켰다.
EU 이주자는 영국 경제에 좋은가, 아니면 나쁜가? 이 문제와 관련해 더타임스는 “(EU 이주자 말고) 주로 젊고 숙련되며 교육수준이 높은 수십 만 명이라는 근로인구를 영국 노동시장에 보탤 마법의 지팡이가 있는가?”고 반문한다. 이들의 존재가 영국 경제에 좋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EU 이주자는 국가 재정에 보탬이 된다. 평균적으로 그들은 공공서비스나 복지혜택으로 받아가는 돈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낸다. 이주자들은 복지를 청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하러 영국에 온다. 영국 내무부의 2년 전 조사에 따르면 EU 이주자는 정상적인 시기에는 본토인의 고용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2008~2009년 세계 금융위기 때처럼 노동시장이 약화될 때에만 나쁜 영향을 미친다. 임금수준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영국 중앙은행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이민자는 평균 임금에 약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이다. 그렇지만 그런 영향을 과장되게 보아서는 곤란한다. EU 이민자가 하는 일과 영국인 근로자가 하고 싶어 하는 일 사이의 겹침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작다. 런던정경대의 조너선 왜드워스가 최근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새로 도착하는 이민자는 영국인 근로자보다 기존 이주자를 대체하는 경향이 훨씬 강하다.
이밖에 여러 요인들을 감안하면 결론적으로 EU 이주자는 영국의 유연하고 성공적인 노동시장을 반영함과 동시에 그것에 기여한다고 더 타임스는 분석하고 있다.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런던에서 버스에 오르고 있는 폴란드 출신 이주자들.(Photo by Dan Kitwood/Getty Images)2016.02.28 ⓒ게티이미지/멀티비츠 영국 곳곳에서 성업중인 신개념 패스트푸드 식당 '프레 타 망제'. 영국에 건너온 이주자들이 이곳에 많이 취업해 있다. (Photo by Daniel Berehulak/Getty Images)2016.02.28 ⓒ게티이미지/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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