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존폐' 논란, 다시 수면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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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과 시작 사이 |
(서울=포커스뉴스) “지금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현행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제58회 사법시험 1차 시험을 치른 A(25)씨는 27일 시험을 마친 후 응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올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고 하니까 더 긴장이 됐습니다.”
A씨는 올해 처음으로 사법시험에 응시했다. 로스쿨도 함께 준비 중이었지만 자신의 꿈인 법조인이 되기 위한 또다른 방법인 사법시험을 그냥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 시험이 힘겨운 것은 여러차례 사법시험을 치른 사람도 다르지 않았다.
올해로 5번째 사법시험을 치렀다는 B씨(35)는 “이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군대에 다녀온 뒤 줄곧 사법시험을 준비했고 벌써 5번째 시험에 응시했다”며 “이제 사법시험이 계속될지 여부도 명확하지 않으니 시험을 계속 준비할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B씨는 “그동안 시험장 분위기는 늘 엄숙했지만 이번에는 비장함까지 느껴졌다”며 “다들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활을 걸고 임하는 것 같았다”고 답했다.
◆ '사실상 마지막 사시'…역대 최고 경쟁률
27일 오전 10시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 등 5개 도시 11개 시험장에서 사법시험이 시작됐다.
당초 이번 시험에 응시하겠다고 신청한 인원은 1차 시험 면제자 310명을 포함해 총 5763명이었다.
그러나 법무부 집계 결과 이날 최종적으로 시험에 응시한 인원은 3794명이었다.
1차 시험 면제자 310명을 더하면 1659명이 신청 후 실제 시험에 응시하지 않은 셈이다.
이는 지난해 응시인원 3930명보다 오히려 136명 감소한 수치다. 그럼에도 경쟁률은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법무부는 제57회 사법시험 최종합격자를 발표하면서 올해 최종 합격인원은 100여명으로 지난 해 보다 50명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1차시험 합격자 수의 선발비율이 평균적으로 최종합격자의 5.2배수로 결정돼 온 관례에 따르면 1차시험 유예인원을 반영한 올해 1차시험 합격자 수는 200명 내외가 될 전망이다.
이 경우 1차시험 경쟁률은 18.9대 1 수준까지 치솟는다.
1차시험 응시자 수로 최종합격 비율을 계산하면 경쟁률은 37.94대 1까지 오른다.
로스쿨이 도입된 지난 2009년부터 1차 시험 합격자수를 살펴보면 △2009년 2,584명 △2010년 1,963명 △2011년 1,447명 △2012년 1,001명 △2013년 665명 △2014년 471명 △2015년 347명 등이다.
최종선발예정인원이 계속해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1차 합격인원도 함께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사법시험 폐지에 따른 합격 문턱이 높아지면서 경쟁률 역시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1차시험 합격자수를 기준으로 산출한 1차시험 경쟁률은 △2009년 6.95대 1 △2010년 8.67대 1 △2011년 9.98대 1 △2012년 10.2대 1 △2013년 10.3대 1 △2014년 9.97대 1 △2015년 11.32대 1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치러진 사법시험 1차시험 합격자 명단은 오는 4월 15일 발표된다.
2차 시험은 6월 22일부터 25일까지 치러지며 2차 시험 합격자는 10월 7일 발표된다.
합격으로 가는 마지막 단계인 3차 면접시험은 11월 2일부터 3일까지 치러지며 최종 합격자명단은 11월 11일 공개된다.
◆ '사시존폐' 논란, 다시 수면위로
올해 응시인원이 감소했음에도 경쟁률이 증가한 것은 현행 변호사시험법에 따르면 올해가 마지막 사법시험이기 때문이다.
만약 현행법이 계속 유지된다면 사법시험은 2017년 폐지된다. 따라서 1차 시험은 올해가 마지막이 되는 셈이다.
물론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고 사법시험 존폐에 대한 사회적 대립이 강한 만큼 실제 폐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법무부 역시 지난해 12월 사법시험을 2021년까지 4년 유예하자는 의견을 발표해 로스쿨 재학생 및 사시 폐지를 주장하는 측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사실상 마지막 사법시험이 끝난 시점에서 사시존폐 논란은 더욱 격론을 벌일 전망이다.
현재 국회에는 사법시험 존치와 변호사시험 응시 자격을 수여하는 예비시험제도 등에 대한 내용을 담은 사법시험법 및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이 법안 심사를 앞두고 있다.
또한 그동안 사시 존폐를 주장했던 양측에서는 이날 시험을 서로의 의견 관철을 위한 기점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사시존폐 분쟁으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것을 우려해 협의체 구성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10일 ‘사법시험 존치 여부를 둘러싼 최근 갈등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국회, 대법원, 정부 관계부처 등 관련 국가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사법시험 존치 여부, 로스쿨 제도 개선 등 법조인 양성제도 관련 현안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협의체는 변호사단체, 법학교수단체 등 이해관계단체의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쳐 합리적인 해결방안 도출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역시 완벽한 대안은 될 수 없다는 의견이 다수다.
국회 법사위 관계자는 “국회 차원에서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의원들 내부적으로 합의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총선을 코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협의체를 둬 봤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대안은 명확하지 않지만 합의 시점은 올해 안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사실상 올해 안으로 어떤 쪽이든 결정을 내려야 한다. 당장 내년에 사법시험이 치러질지 여부에 대해서도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로스쿨생 입장에서도, 사시 준비생 입장에서도 불안한 시기를 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27일 오전 서울 서초고등학교에서 제58회 사법시험 제1차시험에 응시한 수험생들이 시험전 마지막 복습을 하고 있다. 최근 법무부가 사법시험 폐지를 4년 유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내년 변호사시험법 개정작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여서 사시 존폐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2016.02.27 김인철 기자 27일 오전 서울 서초고등학교에서 제58회 사법시험 제1차시험에 응시한 수험생들이 시험전 마지막 복습을 하고 있다. 최근 법무부가 사법시험 폐지를 4년 유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내년 변호사시험법 개정작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여서 사시 존폐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2016.02.27 김인철 기자 10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 앞 운동장에서 열린 ‘전국 로스쿨생, 법무부 규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변호사시험 응시표 화형식을 하고 있다. 이번 규탄 집회에는 전국 25개 로스쿨 재학생 6천여 명이 모였다. 2015.12.10 성동훈 기자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기자실에서 사법시험 존치를 원하는 고시생 모임 관계자들이 정부의 사법시험 폐지 유예 입장에 자퇴서를 제출한 로스쿨 학생들의 자퇴서 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5.12.07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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