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설행' 김태훈 "사실 전 귀여운 사람이에요"

편집부 / 2016-02-27 09:58:08
김태훈, '설행_눈길을 걷다'에서 알코올 중독자 정우 역을 맡아 열연<br />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배우로서 나아가는 힘"
△ 김태111.jpg

(서울=포커스뉴스) 배우 김태훈이 "전 사실 귀여운 사람이에요"라고 말했다. 당황했다. 김태훈과 만난 날은 영화 '설행_눈길을 걷다' 언론시사회가 있던 날이었다. 영화 속 그는 알코올 중독자를 연기했다. 그 모습은 영화를 연출한 김희정 감독이 러시아 국제영화제에서 한 관객에게 받은 질문으로 정희할 수 있다. "저 사람 진짜 알코올 중독자예요?"

'설행_눈길을 걷다'는 알코올 중독자 정우(김태훈 분)를 충실히 뒤따른다. 정우는 알코올 중독 치료 차 산 중 요양원 '테레사의 집'을 찾는다. 가톨릭 수녀들이 운영하는 곳이다. 그 곳에서 만난 수녀 마리아(박소담 분)를 통해 서로의 상처를 바라보며 정우는 조금씩 변화한다.

영화는 쉽지 않다. 정우가 변화하는 과정에는 삶과 죽음, 현실과 꿈이 엉켜 있다. 정우의 '섬망증상(과다행동과 환각, 떨림 등이 자주 나타나는 신경정신질환)'까지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작품 속 혼재된 상황에 대해 배우로 스스로 정립이 필요할 것 같았다. 하지만 김태훈의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확히 결정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섬망증상이 꿈과 현실이 헷갈리는 상태잖아요. 정우에게 진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고 연기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꿈에서 깨어나 또다른 현실을 맞았을 때는 '꿈을 꿨는지, 직접 한 건지'를 판단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생각했고요."



처음 김태훈은 정우를 연기하겠다고 선뜻 결정하지 못했다. "알코올 중독자가 가진 증상과 마음 상태가 있을텐데 그걸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런 척 노력만 하게 될까 봐"라는 우려였다. 실제 김태훈은 술을 많이 마시는 편이 아니다. 정우와 가까워지기 위해 준비하는 동안 참 다양한 작품을 봤다. 알코올 중독자 이야기만이 아니라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도 챙겼다.

"외관상에 대한 고민도 있었죠. 알코올 중독자가 다 마른 편은 아니더라고요. 일부러 살을 빼지는 말자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촬영하다 보니 자연스레 살이 빠지더라고요. 정우의 마음을 유지하려고 밖에 잘 안 나갔어요. 촬영 분량이 워낙 많기도 했고요. 제가 정우로 임하면서 자연스레 살이 빠진 거라면 이를 유지하자고 생각했어요."

김태훈은 아직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설행_눈길을 걷다'에 공감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수녀, 가톨릭, 기도 등 종교적인 부분이 있지만 결국 이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감이라고 생각했다.

"종교적 상징과 연결될 수 있겠죠. 하지만 결국 제가 받아들인 것은 사람과 사람의 사랑, 위로. 그런 지점이었어요."



배우가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김태훈은 "제일 먼저 '나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해요. 그게 납득이 돼야 하는 거고요. 흉내만 내는 건 민폐잖아요"라고 한다.

알코올 중독자 모습도, 과거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속 악역 안민영 변호사의 모습도,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 '한 번 더 해피엔딩' 속 건조한 로맨티스트 김건학 역도 모두 자신의 단면에서 찾으려 한 결과다. 그러면서 실제 성격은 "사실 귀여운 사람이에요. 유쾌하고…"라고 웃는 그다.

"예전에는 진짜같은 작품이 좋은 거로 생각했어요. 연기도 진짜같은 연기가 좋은 거로 생각했고요. 과거엔 '저 사람 알코올 중독자야'라는 말을 들으면 좋은 연기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관객에게 더 좋은 연기는 '저 배우 알코올 중독자처럼 연기 잘하네'라는 말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어요. 어려워요. 계속 고민해 나가야죠."

김태훈의 둘째 형은 배우 김태우다. 같은 길을 걷고 있지만 굳이 알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각자 보폭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상태라고 김태훈은 말한다. "형 이야기가 제게 더 압박되는 것같아요. 전 스스로 '잘못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김태우 동생'이라고 말 들으면 제가 자랑스러울 수가 없죠." 참 겸손한 답이다.



"한번도 잘한다고 생각한 적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게 여태 연기해 온 이유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끊임없이 잘해보고 싶은 마음인 거죠. 예전에는 '40대 정도되면 잘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돼보니 아닌 것 같아요. 지금은 '50대가 되면'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때가 되면 '60대가 되면'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죽기 전에라도 한 번, 스스로 잘했다는 마음이 들면 성공이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그래서 김태훈은 여전히 '엔진'을 켜둔다.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선역, 악역부터 현대극, 사극, 그리고 독립영화, 예술영화라고 불리는 작품이 줄을 잇는다. 아마 배우로 임하는 그의 생각과 일직선 상에 있는 행보가 아닐까.

"저는 그런 구분은 없어요. '독립영화도 해요'라는 말은 무의미 한 거라고 생각해요. 연기하면서 가장 큰 즐거움은 소통이에요. 관객도 많이 들고, 사람들이 저도 많이 알아보고, 돈도 많이 벌면 좋겠죠. 그런데 그게 최선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고민하고, 다가가려는 지점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관객과 소통하는 것. 배우가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는 것이 '당연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네요."배우 김태훈이 영화 '설행_눈길을 걷다' 촬영현장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은 '설행_눈길을 걷다' 스틸컷. <사진제공=인디플러그>배우 김태훈이 알코올 중독자 정우 역으로 열연한 영화 '설행_눈길을 걷다' 스틸컷. <사진제공=인디플러그>배우 김태훈이 알코올 중독자 정우 역으로 열연한 영화 '설행_눈길을 걷다' 스틸컷. <사진제공=인디플러그>배우 김태훈이 알코올 중독자 정우 역으로 열연한 영화 '설행_눈길을 걷다' 스틸컷. <사진제공=인디플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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