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뷰] 김태훈-박소담 '설행_눈길을 걷다', 참 고마운 위로

편집부 / 2016-02-26 11:58:05
관객과 대화를 청하는 영화 '설행_눈길을 걷다', 오는 3월 3일 개봉


(서울=포커스뉴스) 첫 문장을 뭐라고 써야 할지 모르겠다. 생각을 하나 정리하면, 다른 생각이 나란히 깨어난다. 그만큼 '설행_눈길을 걷다'는 참 곱씹을수록 여러 생각이 교차하는 영화다.

'설행_눈길을 걷다'는 치유에 관한 영화다. 그러니 자연스레 환자가 등장한다. 알코올 중독자인 정우(김태훈 분)가 산 속에 있는 요양원 '테레사의 집'을 찾으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테레사의 집'이라는 말에서 눈치챌 수 있지만, 요양원은 가톨릭 수녀들이 운영하는 공간이다. 정우는 그곳에서 수녀 마리아(박소담 분)을 만난다. 마리아는 몇 살인지, 무표정한 얼굴에 무슨 감정을 담고 있는지 모르겠는 묘한 분위기의 인물이다.

마리아는 유독 정우를 따른다. 두 사람이 처음 마주한 것도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찾는 정우에게 마리아가 성냥을 내밀면서부터다. 마리아가 정우에게 입을 연 것은 정우의 방 한쪽 벽에 붙어있는 폴란드 쳉스토호바의 '검은 성모화'를 설명하면서다. 아무리 덧칠을 해도 계속 다시 나타나는 상처가 있는 성화다. 그리고 기적을 일으키는 성화로 불리기도 한다.



정우의 관심은 오로지 알코올을 향할 뿐이다. 소주를 병째 들고 벌컥벌컥 마시는 것이 그의 유일한 낙이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던 마리아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달라진다. 치유에 관한 영화라고 했지만, 사실 영화 속 이들은 아름답게 상처를 딛고 '짠' 하며 일어서지 않는다. 힘들게 버둥거리며 현실을 마주한다. 이 부분을 영화는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극적으로 그린다.

영화는 빠르게 흘러가지 않는다. 눈이 덮이는 배경을 충실히 보여주고, 그 길 위를 걷는 정우의 걸음을 재촉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관객에게 대화를 시도한다. 시선을 홀리는 자극적인 색, 빠른 편집, 격렬한 음악 대신 '너도 힘들었지?', '잊고 싶은 현실이 있었지?'라는 고마운 위로를 건넨다. 그래서 관객은 공감하며 정우를 따라가는데 숨이 차지 않는다.

정우는 "처음에는 기분이 좋아져서, 나중엔 잊으려고" 술을 찾게 된 인물이다. 찾는 것은 어느 새 중독이 됐다. '설행_눈길을 걷다'의 메가폰을 잡은 김희정 감독은 실제 알코올 중독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캐릭터를 완성했다. 김 감독은 "정우는 알코올 중독에서 나아가 섬망 증세까지 가진 인물이다. 이들을 취재하면 생과 사의 경계,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사는 느낌을 받는다"고 밝혔다. 섬망증상은 과다행동과 환각, 떨림 등이 자주 나타나는 신경정신질환을 말한다.



김태훈 역시 섬세하게 정우를 따라간다. 섬망증상을 가지고 있어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인물이다. 기존에 선보인 악역이나 현재 드라마 '한 번 더 해피엔딩'에서 보여주는 모습과는 다르다. 피폐한 알코올 중독자의 모습을 그렸다. 한 달간의 촬영 기간 동안 일부러 살을 빼려는 노력이 없었음에도 몸무게가 자연스레 줄었던 그다. 정우가 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박소담은 오묘한 마리아의 모습을 담기에 적합한 캐스팅이었다. 원장수녀는 마리아에 대해 "특별한 아이"라고 말한다. 정우에게 계속해서 말을 거는 '마리아' 같은 모습과, 빙의 장면에서 보여주는 섬뜩한 모습은 정우를 포함해 관객까지 사로잡는다. 현재 '검은 사제들'을 통해 대세 배우로 떠오른 그다. '설행_눈길을 걷다'는 '검은 사제들' 이전에 촬영한 작품이다. 영화 촬영 현장에 익숙하지 않을 때 촬영한 작품이다. 그래서 관객은 박소담의 떡잎부터 알아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김희정 감독은 "하얀 눈밭을 울면서 걸어가는 남자의 이미지"가 '설행_눈길을 걷다'의 시작이었다고 말한다. 그 남자는 어떤 사연이 있고, 어떤 아픔을 겪었고, 걸어가는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를 생각하며 만든 작품이다. 그렇기에 종교보다는 '영적인 이야기'라고 말한다. "알코올 중독자가 된 정우의 상태와 감정을 진심을 다해 들여다보려고 노력했다"는 것이 김 감독의 말이다.

극 중 마리아는 "사람은 점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그 점을 성모님이 서로 이어준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영화 속에서도 그리고 영화 밖의 현실에서도 사람은 점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그 점은 서로 연결되어있다. 메시지는 영화가 주지만 깨닫게 되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설행_눈길을 걷다'는 오는 3월 3일 개봉해 관객과 만난다.김태훈, 박소담 주연의 영화 '설행_눈길을 걷다'가 오는 3월 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진은 '설행_눈길을 걷다' 메인 포스터. <사진제공=인디플러그>마리아(박소담 분)이 정우(김태훈 분)에게 쳉스토호바의 '검은 성모'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사진은 '설행_눈길을 걷다' 스틸컷. <사진제공=인디플러그>김태훈과 박소담은 영화 '설행_눈길을 걷다'에서 열연했다. 사진은 '설행_눈길을 걷다' 캐릭터 포스터. <사진제공=인디플러그>'설행_눈길을 걷다'에서 등장하는 마리아(박소담 분)의 노트. 사진은 '설행_눈길을 걷다' 스틸컷. <사진제공=인디플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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