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강하늘-박정민에게 추억처럼 있는 '동주'-윤동주-송몽규

편집부 / 2016-02-23 15:48:26
영화 '동주'를 만든 이준익 감독, 윤동주 역의 강하늘, 송몽규 역의 박정민 소회
△ 영화

(서울=포커스뉴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 구름이 흐르고 / 하늘이 펼치고 / 파아란 바람이 불고 / 가을이 있고 /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윤동주의 시 '자화상' 중)

'동주' 속에서 윤동주(강하늘 분)는 송몽규(박정민 분)을 자꾸만 돌아봤다. 석 달 차이로 태어난 동갑내기지만, 너무나 달랐던 두 사람이다. '동주'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은 "윤동주에게 송몽규를 통해 세상을 보는 하나의 채널도 반드시 있었을 것이다"라며 "'동주'는 특정 부분 윤동주를 송몽규와의 관계 속에서 끌고 나간 이야기"라고 밝혔다.

윤동주와 송몽규처럼, '동주'를 만든 이준익 감독, 강하늘, 박정민도 그랬다. '동주'를 통해 추억처럼 자신을 비춰봤다. 그 감정 속에는 '부끄러움'도 있었고, '죄스러움'도 있었다.



◆ 이준익 감독 "윤동주는 부끄러워했지만, 우리는 윤동주에게 죄스러워 해야 한다"

이준익 감독은 저예산으로 '동주'를 완성했다. 투명한 시인 윤동주를 그리는데 숫자로 계산되는 것들이 개입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윤동주에 관한 자료를 계속해서 공부해야 했다. 적은 예산 속에 틈은 배우와 스태프, 모두의 노력으로 메꿨다. 그래서 그는 “자료를 공부한 정도가 아니라 파고, 파고, 파고. 거기서 꺼내서 보여줬다. 예산으로는 할 수 없는 거다. 기술이 아닌 정신과 마음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준익 감독이 '동주'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인물 윤동주와 송몽규 만이 아니었다. 이 감독은 인터뷰에서 "동주(강하늘 분)와 몽규(박정민 분)는 일본 고등형사(김인우 분)에게 계속해서 반론을 제기한다. 동주는 '수만 명이 죽어가고 있는데 이게 무슨 아시아의 해방'이냐고, 몽규는 '서구에 대한 너희 열등감을 숨기려는 거 아니냐'고"라며 클라이맥스 장면을 언급했다.

이준익 감독은 '동주'에서 윤동주가 알 수 없는 주사를 맞아야 했던 것을 숨기지 않았다.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는 강하늘의 나레이션도 덧붙여진 장면이었다. 이에 이 감독은 "우리는 지난 70년 동안 정확한 분석을 통한 치밀한 추궁 없이 피해자의 억울함만 이야기했다. 일본의 생체실험으로 돌아가신 분 중 윤동주와 송몽규도 있었다. 그렇게 사랑한다고 말하던 시인 윤동주의 죽음에도 정확한 분석을 덧붙이지 않았다. 우리는 이를 죄스러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 강하늘 "시를 향한 윤동주의 마음…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강하늘은 '동주'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무조건 출연을 결정했다. 이유는 윤동주였다. 실제로도 강하늘은 윤동주를 사랑하는 시인으로 꼽았다. 그만큼 '동주'를 촬영하면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시가 가진 단어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으려고만 하고, 캐내려고만 했죠. 왜 전체를 보려 하지 않았을까. 그 부분에서 부끄러움을 느꼈어요."

강하늘은 윤동주가 시를 향했던 마음을 자신이 사랑하는 연기에 대입시키려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이내 그 마음은 부끄러움이 되었다. 그는 "몽규가 시에 대해서 안 좋게 말할 때 동주가 발끈하는 장면이 있다. 동주가 자신의 주장을 확실히 드러내는 것은 '시'를 향해서만 이었다. 누군가 연기라는 것에 대해 말하면 수긍하는 편이다. 동주가 시를 향하는 것만큼 내가 사랑하는 것은 뭘까를 고민했다. 그런데, 없는 것 같더라. 그 장면을 찍으면서 부끄러워졌다"고 말했다.



◆ 박정민 "참 다행인 건, 송몽규를 만나 부끄러움을 알게라도 됐다는 것"

박정민은 연기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동주'를 만났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까'의 고민이 아니었다. '연기를 계속할 수 있을까'에 대한 마음이었다. 그는 "어쩌면 일어날지도 모르는 기적 같은 작품이었다. 이준익 감독님의 제안을 처음에는 안 믿었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천운 같은 느낌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천운 같은 작품을 하기 위한 욕심은 컸다. 직접 윤동주와 송몽규의 고향인 북간도를 찾았다. '뭐라도 알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송몽규의 묘소를 찾아가기도 했다. 박정민은 그 마음에 대한 부끄러움을 인터뷰 중 긴 시간 동안 말했다.

박정민은 "나는 그렇게 멋있는 사람이 아닌데, 송몽규는 너무 멋있는 사람이었다. 저는 웬만한 불의를 보고서는 불의라고 생각도 안 한다. 극 중 정지용 시인(문성근 분)이 동주에게 하는 말이 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게 부끄러운 거다. 부끄러움을 아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라고요. 참 다행인 건 이분을 만나서 부끄러움을 그나마 알게는 됐다는 거다"라고 자신을 돌아봤다.

이준익 감독, 강하늘, 그리고 박정민은 각각 인터뷰에서 마음속 깊은 울림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동주'라는 작품을 본 관객이 이를 느낄 차례다. '동주'는 소폭 상영횟수도 늘어났다. 관객의호평이 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윤동주와 송몽규의 청춘을 재조명하는 작품 '동주'는 현재 전국 극장가에서 상영 중이다.이준익 감독, 강하늘, 박정민이 영화 '동주'를 통해 느낀 소회를 전했다. 사진은 영화 '동주' 현장스틸컷(상단), 인터뷰를 앞둔 이준익 감독, 강하늘, 박정민의 모습(하단 좌측부터). <사진제공=메가박스 플러스엠, 포커스뉴스DB>(서울=포커스뉴스)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동주'의 이준익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2.12 김유근 기자 강하늘은 영화 '동주'에서 윤동주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은 '동주' 스틸컷. <사진제공=메가박스 플러스엠>박정민은 영화 '동주'에서 송몽규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은 '동주' 스틸컷. <사진제공=메가박스 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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